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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보기
지난 시간에 이어서 계속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지난 편을 안 읽은 분은 먼저 총기만행 上편부터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 이용해주세요!
탄약고 초소로 다시 돌아가서 야간투시경을 김이병에게 건네 주었다. 교대장은 연신 나에게 눈치를 주면서 인상을 쓰고 있다. 나는 언제나 착한 고참이고 싶은데, 세상은 이런 나를 놓아 주지 않는다. 나는 사뭇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윤일병과 김이병을 앞에 세워놓고 정신교육을 하였다.
"이것들이 장난하내? 군대가 장난이야? 캠프왔어? 개념 챙기라고 했지? 생각 좀 하고 살자!"
"죄송합니다!"
"너네 때문에 고참들이 고생하잖아! 군대 거꾸로 돌아가는 소리 안들리구나! 이것들을 확!"
"죄송합니다!"
나는 한껏 악랄한 표정을 지으며 정신교육을 실시하였다. 까불까불거리던 윤일병도 눈치를 보며 불쌍한 표정을 짓기 시작하였고, 김이병은 얼어서 냉동만두가 되었다. 사실, 웃으면서 넣어갈 수도 있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군대라는 조직에서는 양날의 검인거 같다. 물론, 내무부조리는 근절되어야 한다. 그러나 군인 본연의 임무에 관한 부분은 확실한 기강확립이 요구되어야만 한다. 국가의 안보는 결코 가볍게 지켜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정도 말했으면, 충분히 이해했을거라 판단되었고 슬슬 마무리를 할려고 하였다. 더이상 그 곳에 있기에도 너무 추웠다. 그때 옆에서 묵묵이 지켜보던 교대장이 입을 열었다.
"가츠야 고마해라 됬다 마! 애들이 실수할 수도 있지! 니들도 앞으로 조심하고, 알았제?"
"네 분대장님!"
순간, 뒷통수에 묵직한 해머를 한 대 맞은 기분이다. 교대장의 한마디로 인해 윤일병과 김이병에게 천사같은 고참이 되었고, 나는 악질고참이 되어버린 것이다.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앞장서는 교대장의 모습이 보인다.
'가식적인 놈! 알면서 또 당했어! 어흐흑흑ㅜㅜ'
지휘통제실 앞에서 탄을 반납하고는 내무실로 들어왔다. 그러나 내무실은 불이 꺼진 채 아무도 없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날이기에 대대장이 전병력을 취사장으로 집합시켜 송년회 행사를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칵테일을 마시며 파티를 즐기는 것이 아니다. 그저 취사장 바닥에 대대원 전체가 쭈그려 앉아서 대대장의 연설을 듣는 것이다.
교대장은 그냥 내무실에서 쉬자고 하였고, 우리도 혼쾌히 동조하였다. 윤일병 덕분에 다시 탄약고를 다녀오느라 벌써 시간이 많이 지났다. 잠깐 내무실에서 몸을 녹이고, 커피자판기로 가서 담배를 피며 오순도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좀전에 혼난 윤일병은 언제 그랬냐듯이 나랑 장난을 치고 있다. 이렇게 우리들은 뒤끝 없이 살아가는게 얼마나 행복한건지 군대에서 배우게 된다.
"얼레? 벌써 만두 근무복귀하는데 말입니다!"
"이게 다 너 때문이야! 저기 8중대 농구골대 보이지?"
"어두워서 안보입니다!"
"그래? 그럼 뛰어가서 보고와! 확인하는데 10초! 고고!"
"..........."
다시 윤일병과 신나게 장난을 치고 있는 와중에 심상병과 김이병은 어느새 지휘통제실 앞에 도착하였고, 탄을 반납하고 있는 와중이었다. 경계근무간에는 자신의 소총에 공포탄을 일발 장전한 채 투입된다. 불시의 상황에서도 신속하게 발포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고로 복귀를 하면 지휘통제실 앞에서 탄창과 장전된 탄알을 제거하여 반납하여야 된다.
당직사령이나 대대부관의 통제하에 근무자들은 무릎앉아 - 탄알집제거- 노리쇠후퇴고정 - 탄알제거 - 어깨위에 총 - 노리쇠전진 - 조정간 안전- 일제히 격발 - 노리쇠 2,3회후퇴전진 - 일제히 격발 순으로 안전검사를 하게 된다. 방금 복귀한 그들도 어김없이 안전검사를 실시하고 있었다.
"무릎앉아!"
"무릎앉아!"
"탄알집제거!"
"탄알집제거!"
"노리쇠 후퇴 고정!"
"노리쇠 후퇴 고정!"
"타앙!"
적막감이 감돌던 연병장에 날카로운 총소리와 함께 김이병의 총구에서 새빨간 불꽃이 일어났다. 안전검사를 확인하던 대대부관은 화들짝 놀라며 움찔거렸고, 교대장과 심상병도 아연실색하여 김이병을 바라 보았다.
"머....머야! 무슨일이야!"
지휘통제실에 위치하고 있던 당직사령은 총소리에 놀라서 문을 박차고 뛰쳐 나왔다. 동시에 위병소과 대대탄약고에서도 무전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당소 위병소! 근방에서 총성이 울렸다고 알리는구나!"
"당소 대대탄약고! 총성이 울렸구나! 무슨일인가?"
각 중대 행정반에서도 총소리를 들은 당직사관과 당직병들이 놀라서 뛰쳐나왔다. 모든 시선은 지휘통제실 앞에 있는 김이병에게로 집중되었다. 나와 윤일병도 눈 앞의 상황을 믿을 수 없다며 서로를 바라 보았다. 김이병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총을 쏜 것일까? 한 해의 마지막날, 나의 머릿속에 스치는 생각은 오직 하나 뿐이었다.
오...오늘밤은 무척이나 길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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