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지난 글보기
지난 시간에 이어서 계속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지난 편을 안 읽은 분은 먼저 동원훈련 上편, 동원훈련 中편, 동원훈련 下편부터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 이용해주세요!
조교를 따라 각개전투 교장으로 이동하였다. 가는 도중에 몇몇 예비역들은 자유를 찾아 탈출을 감행하였으나, 조교들이 놓치지 않고 다 붙잡아서 다시 데리고 왔다. 각개전투 교장에 도착하니 날카로운 인상의 교관이 우리를 반겨 주었다. 인원 확인을 하고는 10명씩 조를 나누기 시작하였다.
"한 명씩 나와서 수류탄을 받아 가도록 합니다!"
당연히 신관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였는데, 모양과 무게가 실제 수류탄과 흡사한 연습용수류탄을 지급받았다. 실제 수류탄을 사용하듯이 안전클립을 제거하고 안전핀고리를 잡아댕긴 후, 던지면 된다. 연습용이라고는 하지만 가까이서 터지면 다칠 수도 있으니 안전에 유의하라고 하였다.
대열을 정비한 우리들은 교관의 지시에 따라 출발하였다. 교관은 출발과 동시에 우리에게 포복을 지시하였다. 포복이라니? 예비역에게 땅바닥을 기어서 전진하라니, 가당키나 한말인가? 그러나 교관의 앙칼진 목소리에 다들 군말없이 열심히 포복을 하기 시작하였다. 오랫만에 포복자세를 취하니, 팔꿈치와 무릅이 무척이나 아프다.
"아나 팔꿈치 까지는 거 아냐?"
"교관 악랄해! 잘못 걸렸어!"
"적 포탄 낙하! 전원 신속히 현 위치를 이탈하라!"
교관의 외침에 우리는 일어나서 열심히 달리기 시작하였다. 사진에서는 평지 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오르막 길이다. 우리는 헉헉거리며 열심히 교관으로부터 멀리 도망가기 시작하였다. 눈치 빠른 예비역들은 모두가 같은 생각이었다. 교관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져야 된다는 사실!
그러나 우리의 바램과는 달리, 교관은 큰 목소리를 우리를 불러 세웠다. 다들 못 들은척 하고 더 빨리 도망갈려고 하였지만, 무시하기에는 너무나 큰 목소리였다.
"다들 현위치에서 대기합니다!"
다시 우리를 따라잡은 교관은 전방에 위치한 철조망을 보며 우리에게 하단통과를 지시하였다. 포복에 이어 철조망 하단 통과라니, 울컥하였다. 현역 시절에도 시험식 교육이나 평가측정할 때나 가끔 하던 것을 예비역에게 시키다니 말이다. 그러나 시키면 해야지 별 수 없었다.
제법 큰 키 때문에 남들보다 불편하였지만, 그래도 명색이 소총수 출신인데 멋있게 해줘야 되지 않겠는가? 잽싸게 달려나가 낮게 깔린 철조망 밑으로 들어 가서 하늘을 향해 드러누웠다. 그리고는 두다리 쭉쭉 뻗으며 힘차게 전진하기 시작하였다. 얼굴 위로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가는 철조망을 보니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나 싶었다.
철조망을 빠져나와 산 꼭대기에 위치한 적 진지까지 죽어라 뛰어 갔다. 적 진지를 점령하면 각개전투가 끝나는 것이다. 그곳에는 조교가 우리를 기다리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물론, FM으로 하면 수십개의 장애물과 각종 상황묘사로 인해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그건 정말 예비역이 감당하기에는 벅찬 일이다.
"예비역한테 무슨 포복을 시켜! 진짜 못해먹겠네!"
"그러게요! 철조망 하단통과는 훈련소에서 하고 처음 한 거 같은데 어흐흑흑ㅜㅜ!"
다들 흙먼지가 잔뜩 묻은 전투복을 털며 울먹였다. 아침에는 무척이나 추웠는데, 지금은 햇살이 너무 뜨겁다. 흙먼지와 땀으로 범벅이 된 나의 몰골을 보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주머니에서 담배를 한 개비 꺼내물고는 조교를 바라보았다. 우리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조교는 나의 시선을 느끼고는 이내 무표정으로 일관하였다.
"야 조교!"
"네 선배님!"
"오후에는 머해?"
"이곳에서 서바이벌 게임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각개전투 교장에서 서바이벌이라? 다시 이 오르막을 올라야 된다고 생각하니 결코 유쾌하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들은 지친 몸을 이끌고 각개전투 교장을 벗어 났다. 우리 등 뒤에는 흐뭇하게 웃고 있는 교관과 조교가 보였다. 두고 보자!
화생방 교육까지 마치고,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다시 주둔지로 내려 갔다. 예전에는 예비군 훈련장 급식이 엉망이라고 불만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상당히 괜찮은 수준이었다. 돼지갈비와 감자국으로 맛있게 배를 채우고는 서바이벌을 하기 위해 다시 집합하였다.
"각자 팀별로 장비를 착용하시길 바랍니다!"
페인트탄을 쏘는 가스총이지만 화력이 무척이나 강력하였기에 부상방지 차원에서 모두 헬멧과 조끼를 입어야만 했다. 나는 블랙조끼를 입었고, 상대팀은 사진에서처럼 블루조끼를 입었다. 블랙 VS 블루의 한판 승부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다들 귀찮아 하였는데, 막상 복장을 갖추고 나니 눈빛들이 달라졌다. 마치 스타크래프트의 마린들 같았다.
"You want a piece of me, boy!"
상대팀이 먼저 방어하기 위해 산 꼭대기로 올라갔다. 그동안 우리들은 작전을 구상하기 시작하였다. 총 4팀으로 나눠서 침투하기로 하였다. 누가 우리들을 좀비라고 하였는가? 하나같이 날렵한 몸놀림을 보여주며 오르막 길을 평지마냥 뛰어올라가고 있었다.
다들 전방을 주시하며 은, 엄폐라는 것을 몸소 실천하고 있었다. 확실히 오전에 각개전투를 할 때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었다. 나 역시 전투복에 페인트가 묻을 생각을 하니 자연스레 조심하게 되었다. 게다가 가까이서 맞으면 꽤나 아프다고 하였다.
"제발 팀킬만 하지 맙시다!"
우리들은 일사분란하게 기동하며 블루팀이 점령하고 있는 진지로 침투하기 시작하였다. 얼마나 전진하였을까? 블루팀 정찰조의 기습공격이 시작되었다.
"슝~! 슝슝슝~!"
블루팀이 쏘는 페인트탄이 우리를 향해 날라왔다. 우리들은 무림고수처럼 허공을 힘차게 밟으며 날아오르기 시작하였다. 등에 날개라도 단 것일까? 순식간에 좌우로 흩어져서 블루팀 정찰조에게 페인트탄 세례를 퍼부었다. 페인트 탄으로 떡실신 된 블루팀 정찰조는 울면서 아웃되었다.
"오오! 전방에 교관 발견!"
오전에 우리를 신나게 굴린 교관이 적진 앞에서 통제를 하고 있었다. 이게 왠 횡재인가? 나는 최대한 블루팀과 교관이 일직선이 되는 위치로 이동하였다. 이것이야말로 윈윈전략이다. 블루팀이 맞던지, 교관이 맞던지 둘 중 한 명은 맞지 않겠는가? 열심히 바닥을 뒹굴면서 자리를 조율하였다. 전투복에 흙먼지가 묻어도 나는 아량곳 하지 않았다. 그에게 페인트탄만 선사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이윽고 자리를 잡은 나는 블루팀을 향해 쉴새 없이 페인트탄을 날리기 시작하였다. 나를 발견한 블루팀도 즉각 대응사격을 시작하였다. 정답게 주고 받는 페인트탄 사이에서 고혹적인 춤사위를 맘껏 뽐내는 교관의 모습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렇게 나의 동원훈련은 훈훈하게 마무리 되었다.
반응형
'가츠의 군대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츠의 군대이야기, 총기만행 中편 (248) | 2009.11.03 |
---|---|
가츠의 군대이야기, 총기만행 上편 (191) | 2009.11.02 |
가츠의 군대이야기, 동원훈련 下편 (176) | 2009.10.29 |
가츠의 군대이야기, 동원훈련 中편 (276) | 2009.10.27 |
가츠의 군대이야기, 동원훈련 上편 (245) | 2009.1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