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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보기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 이용해주세요!
"심심해 미치겠어!"
"광합성이나 하러 가지 말입니다!"
"편안해서 좋기는 한데! 인간적으로 진짜 너무심심하다!"
군생활의 파라다이스라고 불리우는 경계파견 생활을 한 지도 어느덧 50여일이 다되어갔다. 이미 수차례 소개하였지만, 주 임무가 1500고지에 위치한 비밀첩보부대를 경계하는 것이기에 무척 수월하였다. 그 흔한 알통구보도, 행군, 작업도 없었다.
오로지 하루 2차례의 경계근무만 마치고 나면 별다른 통제가 없었다. 딱히 무엇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전혀 없었다. 산 꼭대기에 위치하다 보니, 공간의 제약이 무척 심하였다. 정말 막사만 덩그라니 위치하고 있다. 협소한 공간에서 우리들은 그렇게 사회와 격리된 채 생활하고 있었다.
2009/05/21 - [가츠의 군대이야기] - 가츠의 군대이야기, 경계파견 上편
2009/05/22 - [가츠의 군대이야기] - 가츠의 군대이야기, 경계파견 中편
2009/05/25 - [가츠의 군대이야기] - 가츠의 군대이야기, 경계파견 下편
2009/05/26 - [가츠의 군대이야기] - 가츠의 군대이야기, 경계파견 번외편
2010/05/04 - [가츠의 군대이야기] - 가츠의 군대이야기, 도청
당시 가장 후회했던 것이 중대에 있는 스카이라이프 위성접시를 미처 챙겨오지 않은 것이다. 내무실에 TV는 있지만 가장 정규방송만 나왔기 때문에 낮 시간대에는 정말 할 게 없었다. 덕분에 소대원들과 더욱 애틋한 관계를 가질 수 있었다. 오순도순 모여서 수다를 떠는 남자들, 했던 이야기를 하고 또 하고 족히 수십 번은 한 거 같다.
"야 재미없어? 왜 안 웃어?"
"이제는 외울 거 같습니다!"
"미안하다!
"새삼스레 왜 그러십니까? 제가 재밌는 이야기 하나 해드릴까요?"
"아니 하지마!"
"............."
그러던 어느 날, 소대장이 신체검사를 받기 위해 이틀동안 내려가셔야 했다. 고로 2소대장이 대신 우리 소대로 파견나왔다. 2소대장은 우리 중대의 얼리어답터였다. 힘든 훈련 중에서 항시 노트북을 휴대하며 행군하는 그의 모습은 진정한 매니아였다. 어김없이 노트북을 가지고 올라왔다.
"훈훈한 5중대 장교들!"
마음같아서는 한 분 한 분 소개해드리고 싶지만, 일단 자제하도록 하겠다. 여튼 2소대장은 올라오자마자 인수인계를 하고 필수 점검사항을 체크하고 있었다. 꼼꼼한 성격이였기에 직접 하나하나 두 눈으로 확인하며 총기, 인원 현황부터 시작하여 초소까지 부대 곳곳을 순찰하였다.
"아씨! 2소대장님 FM인데! 괜히 빡세게 굴리는 거 아냐?"
"걱정마십시오! 여기서 이틀만 있으면 그 누구라도 널널해지실 겁니다!"
"야! 이틀 후면 내려가시잖아!"
"............"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자, 2소대장과 소대원들은 모두 식사를 하러 식당에 갔고, 당직병만이 내무실을 지키고 있었다. 참고로 워낙 협소한 곳이다 보니, 내무실이 곧 행정반이었고 상황실이었다. 당직병은 우리가 들어왔는데도 쳐다 보지도 않고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기자! 근무마치고 복귀하였습니다! 특이사항없습니다!"
"어! 어!"
"뭘 그리 보십니까?"
"어? 어!"
"어? 잠만! 아! 이거! 오오오오! 후우하!"
당직병은 정신나간 사람처럼 횡설수설하며 2소대장이 가지고 온 노트북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도대체 무엇을 보는걸까? 궁금해진 나는 총기와 장구류를 해제하지도 않고 바로 당직병에게로 다가갔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 목소리의 정체는 남자사람이 아니라 분명히 여자사람이였다.
"설...설마?"
"오 마이 갓! 소...소라 아오이다!"
"진짜입니까?"
총기현황판을 최신화시키고 있던 이일병까지 보드마카를 입에 문 채로 뛰어왔다. 소라 아오이의 등장에 행정반의 모든 업무는 올스탑 되었다. 센스있는 2소대장은 노트북에 므흣한 영상을 가득 담아가지고 온 것이다. 아니 어쩌면 항시 소장하고 계셨을 지도 모르겠다. 오랫만에 보는 므흣한 영상에 우리들은 숨도 쉴 수 없었고, 침도 삼킬 수 없었다. 말 그대로 얼음이 되어버렸다.
"신이시여! 저에게 어찌 이런 시련을 주나이까!"
노트북은 정말 좋은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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