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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너무 충격적이고 황망해서 군대이야기를 업데이트 못하였습니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군요. 마지막 가시는길, 담배 한 개비마저 못태우고 떠난 당신이 너무 불쌍합니다. 훗날, 역사가 말해줄겁니다. 저희들은 결코 잊지 않을 겁니다. 이제 편안한 곳에서 저희들을 지켜봐주십시오. 고생하셨습니다.
오늘은 경계파견 마지막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 이용해주세요!
오늘은 경계파견 마지막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 이용해주세요!
드디어 중대로부터 부식과 연초가 보급되었다. 그동안 밀린 부식이 한꺼번에 보급차량에 실려왔다. 자그마치 라면 12개,빵 12개, 음료수 8개 그리고 꿈에 기다리던 연초까지 소대원들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랄까? 하루 근무만 몇번 나갔다 오면 내무실에서 할 일이 없다. 잠 자는 것도 지겹고, TV는 위성이 아니라서 낮에는 재밌는 프로가 안한다. 결국 가츠군과 몇몇 고참들은 받은 연초를 이용하여 카드놀이를 하기에 이르렀다. 도박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가츠군, 물만난 제비마냥 신났다.
'자자~! 분대장님들 삥값 한 개비에 히든받기전까지는 하프베팅이고, 히든받고는 무제한입니다~!'
그렇게 패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딜러는 지난시간 담배앵벌이로 혁혁한 공을 세운 노일병이 전담하였다. 몇 판은 분대장들을 성향을 파악하면서 조심스레 플레이하였다.
1분대장 김병장은 이거 완전 기분파다! ㅋㅋㅋ 나로서는 가장 손쉬운 먹잇감이다. 참고로 군기순찰편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2분대장 이병장은 소신플레이어다. 아니다 싶으면 죽고, 메이드일때만 지르는 스타일이었다. 3분대장 홍병장은 당최 종잡을수 없다. 메이드같기도 하고, 뻥카같기도 하고 이런 스타일이 가장 까다롭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도박의 나라 중국에서 유학하고 온 몸 아니신가! 예상대로 초반에는 기분파 김병장이 엉떨결에 따기 시작했다. 이병장은 소신있게 재깍재깍 죽으므로 큰 타격이 없다. 나랑 홍병장이 좀 잃었다.
'야 노일병~! 죽을래? 패 똑바로 안돌려? 이색히 이거 김병장이랑 짠거 아냐? 얼마 받기로 했어? 어!'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꼭 도박판에서는 그 날의 운명을 결정지어줄 한번의 빅매치가 나온다. 바로 지금이 그 시점이다. 나의 패는 히든을 받기전 KKK 트리플이었다. 김병장은 딱봐도 백스트레이트를 보고 가거나 이미 완성한 듯 하였다. 이병장은 플러쉬를 보고있는 거 같았다. 홍병장은 투페어 같았다.
이미 김병장과 홍병장이 냅다 질러놔서 대략 4갑정도가 쌓여있었다. 마지막 운명의 히든이 돌려졌다 샥~ 샥~ 샥~ 샥~
홍병장은 호기롭게 한 갑을 질렀다. 기분파 김병장 받고 2갑 더를 외친다. 진짜 이게 담배니깐 망정이지, 다들 김병장처럼 포커치지 말도록 하자! 이병장은 회심의 미소를 짓더니 받고 4갑을 던졌다. 이건 뭐~! 그간의 이병장 스타일로 봤을때, 자기 플러쉬 떴으니깐 다 죽으란 이야기다.
콜값만 자그마치 7갑이다. ㄷㄷㄷ
조심스레 패를 쪼으기 시작했다. 두근두근, 아 담배로 하는데도 이렇게 긴장감이 느껴지는구나~! 대단하다~! 제발~ 제발~ 떠라~! 떠어었다아~! 풀하우스다~!
'야~! 김이병~! 형 관물대에서 담배 한보루 가져와~!'
고참들은, 나를 쳐다보면 긴장하기 시작했다. 나는 김이병에게 받은 한보루 손에 쥐고, 고참들을 한번 스윽 쳐다봤다.
'자자~ 7갑 받고, 올인~! 후훗~! 궁금하시면 확인하시지요~! ㅋㅋㅋ'
홍병장 미련없이 다이하였고, 김병장과 이병장은 메이드이므로 어쩔수 없이 따라왔다. 눈앞에 쌓인 담배는 얼추봐도 40갑은 되어보인다! ㅋㅋㅋ 어차피 연초는 곧 떨어질 것이고, 다시 우리는 담배와의 전쟁이 될 것이다. 저 담배들만 있으면 왕처럼 떵떵거리고 지낼수 있다. 저 빛나는 담배들은 소대장님도 춤추게 할테니깐 말이다.
오픈~! 역시 김병장 ㅋㅋㅋ 백스트레이트도 아니다! 2,3,4,5,6 참 민망한 스트레이트다. 이병장은 예상대로 플러쉬였다. 나는 당당하게 풀하우스패를 보여주면서 영화에서처럼 두팔을 양껏 벌려서 담배들을 끌어담았다.
'우하하하~! 다 내꺼~! 나중에 달라고 하지 마십시오~! 아하하하하~!'
고참들은 입맛을 다시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나에게 담배를 가져다 준 김이병이 내무실 바닥에서 뭔가를 발견한 듯 바라본다.
'어? 이게 뭐지? 어! 노일병님 이거 빠뜨리셨나봅니다! 바닥에 떨어져있는데 말입니다~!' 라며 카드 한 장을 자랑스럽게 들고 서있는게 아닌가?
이런 XX 호로 자슥이~! 개념없이 지금 타이밍에 그것을 보여줘야했단말인가? 순식간에 고참들은 깽판을 외치며 환호하였고, 내 품에 있던 담배들을 다시 다 찾아갔다.
그날저녁, 김이병과 나는 위병소에서 2시간동안 군대에서 필요한 개념과 타이밍에 대하여 진솔하게 토론하였다.
하지만, 아무리 편한 곳이라도 항상 편할 수만 없는게 군대다. 바야흐로 파견온지도 두달이 다되어간다. 3월 중순에 왔으니 어느덧 5월 중순이 다되어가는 것이다. 물론 지형이 지형이다보니 파견 초기 항상 아침마다 눈이 왔었다. 하지만 부대에서도 지겹도록 제설작업을 했으니, 별로 힘든줄 몰랐었다. 그러다가 5월에 들어서면서 날이 풀리기 시작했고 눈도 그쳤다. 완전 편했다~!
지난주 전국적으로 큰 비가 내리지 않았는가? 당시에도 일기예보에서 전국적으로 큰 비가 내린다고 하였다. 별생각없이 잠들었는데, 아침에 눈을 떠니 부대가 초토화되었다. 전국적으로 큰 비가 내렸는데, 우리가 사는 1450고지의 산꼭대기에서는 죄다 눈으로 변신해서 내린것이다. 아니 내리고 있다.
5월에 무릅까지 쌓인 눈을 본 적이 있는가?
보기만 한다면 색다르고 신기해보여서 좋겠지만, 우리는 1450고지에서부터 보급차량이 올라가는 산아래 보급로까지 내리치워야한다. 그래~! 겨울이면 그런가보다하고 할 수 있겠는데, 바깥세상에서는 이쁜누나들께서 미니스커트, 핫팬츠를 입고 각선미를 한껏 뽐내고 있을텐데 말이다.
하필 오늘따라 야간 근무만 있다. 아 죽고싶다~!
그렇게 기상과 동시에 시작된 제설작업은 저녁먹을때까지 쉴틈없이 계속 되었다. 오전에 반쯤하다가 점심시간이 다되어서 다시 산꼭대기 막사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다시 내려와서 저녁때까지 제설작업을 하였다. 작업작업을 하는 도중에 통근차량 및 보급차량이 체인을 감고 잘 다니고 있었다.
근데 왜 하는걸까?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냥 태초부터 눈이 오면 눈을 치웠기 때문에 우리는 치우는 것이다. 전에도 한번 이야기했었는데, 전시상황을 대비해서 보급로 확보 및 원활한 차량운행을 위해서 한다고 하였는데, 그럼 북한군은 제설작업하면서 쳐들어오겠는가?
아~! 5월중순에 제설작업을 하다보니 감정이 격해졌다! 그렇게 보급로 제설작업을 마치고 다시 산꼭대기로 올라가서 부대내 제설작업을 마무리하다보니 딱맞게 근무투입시간이 되었다. 정말 타이밍하고는 환상적이다~!
그날저녁, 김이병과 나는 위병소에서 왜 5월인데 눈이 올까? 제설 작업하는 날에는 왜 주간 근무가 없을까? 에 대해서 진솔하게 토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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