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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보기
지난 시간에 이어서 계속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지난 편을 안 읽은 분은 먼저 신나군 上편부터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 이용해주세요!
방송국 로비로 가니, 그녀가 마중나와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건물로 들어갔다. 그때가 정확히 12시였다. 그리고 7시간동안 나는 정신줄을 놓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신기하였고, 눈에 보이는 것 하나하나가 모두 새롭게 보였다. 편성제작팀 사무실로 들어섰다.
사무실은 안은 방송 준비로 분주하였다. 곧 이어 최PD와 김PD가 오더니 인사를 건넸다. 역시 악랄가츠의 이미지가 강한 탓이었을까? 순진무구(?)한 나의 비주얼에 다소 의외라는 듯 놀라하였다.
"가츠씨! 오늘 방송 잘 부탁해요! 그냥 거침없이 막하시면 되요!"
"흑흑! 떨려서 아무 생각도 안나요!"
"그러면 이기자부대로 가서 찍을까요? 한번 구르면 잘할 수 있을텐데!"
"..........."
맞은 편에는 오늘 같이 출연하는 이승현 아나운서가 있었다. 이렇게 가까이서 아나운서를 보다니, 신기하였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는 김PD와 구내식당으로 이동하였다. 아리따운 김PD는 자신의 식권으로 나에게 밥을 사주었다. 누누이 말하지만, 먹을 거 사주는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좋다.
가끔 예능프로에서 보면, 방송국 구내식당에서 식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지금 내가 방송국PD와 함께 식사를 하고 있다. 사실, 별 것 아닌 거지만, 나에게는 무척 신기하였다. 벌어지고 있는 모든 상황이 마냥 다 신기하였다. 김PD와 방송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옆자리에 신나군 출연진도 식사를 하러 왔다.
메인 MC인 심원철, 유명한 영화배우였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조폭마누라와 웰컴투동막골에서 보았던 기억이 났다. 감질나는 사투리와 연기로 영화팬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였다. 그리고 옆에는 여성 MC인 손문선 아나운서, YTN STAR에서 자주 보았다. TV화면에서 볼 때도 아름답다고 생각하였는데, 실물로 보니 예술이었다.
결정적으로 머리가 정말 정말 작았다. 세상에! 그 작은 머리에 눈, 코, 입이 다 있는게 너무 신기하였다. 그리고 오물오물 거리며 식사를 하고 있는데, 요정같았다.
그리고 그 옆자리에는 신나군의 시청률을 보장해주는 여성 패널, 김주희, 김말숙누나가 있었다. 정말 TV에 나오는 화면은 사기였다. 가끔 연예기사 댓글을 보면, 실물이 훨씬 예뻐요! 라는 글들이 있다. 그제서야 거짓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특히, 주희양은 너무나도 친절하였다. 낯설어하는 나에게 계속 말을 걸어주며 어색함을 풀어주기 노력하였다. 정녕 그녀는 천사였다.
말숙누나는 군부대의 로망이었다. 신기하게도 병사들보다는 간부들에게 인기가 많은 그녀였다. 방송내내 톡톡 튀는 그녀의 매력은 줄곧 활력소가 되어 주었다. 아쉽게도 위 사진들은 방송 녹화를 마치고, 곱창집에서 뒷풀이하면서 부랴부랴 폰으로 찍은 거라, 화질이 좋지 못하다.
"가츠야 실망이다! 내가 얼마나 잘해줬는데?"
아! 잊을 뻔 했다. 요정들 옆에 히릿기남으로 유명한 기남이형도 있었다. 녹화 준비내내 나를 데리고 다니며 이것저것 세심하게 챙겨 주었다. 그리고 애드립의 최강자였다. 혼자, 방송국을 하나 차려도 무방할 거 같았다. 하지만, 그녀들 앞에서 전혀 나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도 삐지지마셈! 이승현 아나운서 사진은 아예 없다능! 앜ㅋㅋㅋ"
맞은편에서는 김PD가 연신 방송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었는데, 아쉽게도 나는 이미 그녀들에게 정신이 빠져 있었다. 요정들과 함께 하는 식사만으로도 사내식당의 퀄리티는 일류 한정식으로 껑충 뛰었다.
식사를 마치고, 대본연습을 하기위해 모였다. 대본연습에 앞서, 최PD는 지난 주 시청률이 좋지 않다며, 바짝 해서 올려야 된다고 하였다. 하필 힘든 타이밍에 출연하다니, 자연스레 걱정이 되었다. 다들 화이팅하자며 각오를 다졌고, 본격적으로 대본연습에 들어갔다.
대본을 확인하는데, 문득 한 때 큰 논란이 되었던 리얼버라이어티 대본사건이 떠올랐다. 사실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는 대본을 보면서 읽으면 되는 줄 알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3시간동안 녹화를 하면서 대화를 주고 받는데, 내가 받은 대본은 고작 4장이었다.
그마저도 대본에 적힌 내 대사는 인사 몇마디 밖에 없었다. 그냥 그때그때 알아서 관련된 주제를 말하면 된다고 하였다. 사실 다른 출연진들의 대사도 장면이 바뀔 때, 들어가는 흐름전환용이었다. 결국은 전원 애드립으로만 방송을 하는 것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리얼버라이어티다!
"오늘내로 집에 갈 수 있을까?"
대본연습 또한, 대강의 순서만 파악하고는 방송 때, 더 재밌기 위해서 다들 말을 아꼈다. 그럴수록 나는 더 초조해지기만 하였다. 입이 바짝 말랐고, 나에게 말을 거는 출연진들이 대사를 하는 건지, 진짜 궁금해서 질문하는 건지 분간이 안되었다. 대본연습은 그저 나에게 혼란스러운 시간이었다.
30분가량 대본 연습을 한 뒤, 메이크업을 위해 분장실로 이동하였다.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방금까지 눈 앞에 앉아 있던 빛나는 그녀들은 모두 민낯이었다는 거였다. 세상은 정말 불공평한가보다. 그렇게 다들 방송을 위해 메이크업을 하기 시작하였다. 난생 처음, 전문가의 손길을 받으며 화장을 하였다.
"나 화장하는 남자야!"
그래도 원판불변의 법칙은 여전히 적용되었다. 피부톤이 뽀애지긴 했는데, 멋있어지지는 않았다. 다만, 입술에는 분홍빛 립글로스를 잔뜩 발라서인지 끈적끈적하였다. 평소에 발라본 적이 없어서,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었다. 거울에 비친 입술을 보니, 꽤나 먹음직스러웠다.
메이크업까지 마치고, 형들과 함께 스튜디오 밖에서 담배를 피웠다. 다들 떨지말라며 격려를 해주었지만, 이미 나의 영혼은 뽀얀 담배연기와 함께 허공에 흩어지고 있었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갔다.
"떨리는 티 내면 안돼!"
"큐 들어갑니다!"
PD의 큐사인과 함께 일제히 조명에 불이 들어왔고, 스튜디오 주위를 둘러 싼 수많은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하였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레드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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