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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바야흐로 2006년 7월 우리 대대는 사단체육대회를 위해 연대를 대표해서 응원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당시 우리 연대장님을 비롯 대대장님도 새로 부임하여 오신지라, 사단체육대회를 통해 77연대, 2대대를 사단장님께 확실히 눈도장 찍어야 했다.
연대장님은 출전 장병들을 사단체육대회준비에만 시간을 할애토록 하였고, 우리 2대대는 연대를 대표로 응원 준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당시 전직 레크레이션 강사를 역임한 2소대장을 필두로 타 중대 응원단장 출신의 아저씨, 각종 끼있는 장병들을 중심으로 응원단을 꾸렸다. 나머지 대대원들은 카드섹션 연습으로 구슬땀을 흘렸다.
당시 가츠는 상병말인 일명 말하는 소대실세였다. 연병장에서 카드섹션 연습을 하니 너무너무 기분이 좋았다. 우리 소대에서도 군종병인 한달 고참이 응원단에 속하였고, 오늘의 주인공인 전입온지 한달도 안된 김이병도 응원단에 스카웃되었다. 사실 앞에서 응원단하라고 하면 아무도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고생 끝에는 당근이 있는 법. 사단체육대회 결과에 따라 막대한 포상증이 뿌려질 것이 예상되므로, 군종병 고참도 두발 벗고 나섰고, 김이병은 음...
사실, 그녀석은 일단 외모부터 먹고들어간다. 처음 소대로 전입왔을때 난 아프리카에서 온 사람인줄 알았다. 갓 훈련소를 퇴소하고 자대로 그녀석을 보고있자니, 키는 작고 얼굴은 까만게 하얀 치아만 보였다.
근데 이녀석은 초반부터 이등병답지 않았다. 위장군기라고는 털끝만큼도 없었고, 항상 웃고, 즐거워보였다. 또한 각종 개인기를 무기로 금방 간부, 소대원들에게 사랑을 독차지하였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가츠상병아니신가? 그것도 악랄가츠아니신가?
어디서 이등병 나부랭이가 건방지게 소대를 활보하고 다녀! 사실 나도 보고있자니 확실히 지금까지 후임들과는 달리 붙임성 강하고, 개성있고, 결정적으로 귀여웠다. 하지만 다들 귀여워해주고 잘해주면, 왠지 뭔가 허전하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항상 붙잡고 괴롭혔다. 머 그렇다고 때리거나 심한 욕설등을 한게 아니고, 그냥 괴롭히는거 있지 않은가? 아마 예비역들은 알것이다. 나쁜마음으로 갈구는게 아니게 그냥 심심해서 장난치는 정도?
아무튼, 그녀석은 3분대였고 나는 당시 2분대장이었다. 곧 말년 병장 4명이 전역하므로 대규모 분대개편이 예고되어있던 상황이었다.
예전에 이야기했는데 전입초기 소내내 동기가 3명이었는데, 2명이 떠났고 지금은 3분대에 한명 뿐이었다. 동기녀석은 3분대장이었다. 근데 동기녀석이 유난히 김이병을 귀여워하는 것이 아닌가? 사실 동기녀석이 나보다 훨씬 착해서 후임들에게 잘해주는 편이었지만, 김이병을 유난히 귀여워 하였다. 결정적으로 신병들의 고질적인 문제인 저질체력, 김이병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녀석은 특유의 귀여움으로 남들보다 덜 갈굼을 먹었다.
특히, 동기녀석이 좋아라 하니깐 나는 왠지 더 괴롭히고 싶었다. 맨날 소대에서 그녀석을 불러놓고 물었다.
'야 김이병! 너 XX 내가 좋아? 박상병(동기)이 좋아?'
이색히, 잽사게 박상병을 한번 쳐다보고는 박상병님이 좋습니다! 아 ㅋㅋㅋ 너 잘 걸렸다.
'야 박상병이 왜좋아? 저색히는 담배도 안피잖아? 너 첨에 올때 누구랑 담배피러갔어? 어? 이색히 까마기 고기를 쳐먹었나?'
'가츠상병님이랑 갔습니다!'
'근데 나보다 박상병이 더좋아? 왜? 왜? 왜?'
'으음.. 3분대원으로서 분대를 배신하면 안됩니다!'
그렇다. 같은 분대다. 머 우리부대는 60년대 구막사라서 한 내무실에 30명이 칼날처럼 붙어서 생활하고 자지만, 엄연히 분대는 분대다. 또한 각종 훈련이나 행사를 나가면 분대원끼리 생활하고 분대장의 말이 생명이므로, 분대원으로 소속감도 중요하다.
물론 2분대 후임들에게 물으면 내가 아무리 지랄맞고, 재수없어도 나 있는데서는 내가 좋다고 하는게 당연한 섭리일지도. 하지만 내가 이등병때는 그런거 없었다. 고참들이 질문에 일부러 재미를 위해 내 한 몸 희생하였다.
이녀석은 근데 벌써부터 3분대에 푹빠져있는거 같았다. 아닌가? 당연히 나보다 박상병이 더 착하므로 사실을 말했을지도 모르겠군. 암튼 그당시 나는 김이병을 붙자고 노는 재미에 여념이 없었다.
그렇게 대단원을 사단체육대회를 무사히 치르고, 우리대대는 응원우수상을 받았다. 그렇게 김이병은 백일휴가도 가기전에 포상휴가를 받고 유유히 우리 곁을 떠났다.
< 성근짱이란? 당시 연대장님 성함이시다! ㅋㅋ >
사실 소총중대에서 백일휴가도 안간 이등병이 포상휴가 받을 가능성은? 사귀는 여자친구의 아버지가 사단장일 정도의 확률이지 않을까? 물론 여자친구도 못 사귀겠지만.
그런데 그녀석이 유유히 떠났다. 마침 그녀석이 떠났을때 대대는 주임원사의 횡포로 인해 무더운 여름 일주일내내 작업만 죽어랴하였다. 맨날 붙자고 괴롭히는 녀석이 없고, 작업만 죽어라고 시키는 가츠는 김이병을 생각하며 이를 갈고 있었다. 이 몸은 X뺑이 까고있는데 너는 지금 밖에서 희희낙낙거리고 있겠지. 오기만해봐라 죽도록 괴롭혀주마! ㅋㅋㅋ
그렇게 김이병를 괴롭히면서 시간은 흘렀다. 새로운 신병도 다시 들어왔고, 그 당시 소대장님도 새로 부임하여 오셨다.대략 8개월간 분대개편이 없어서, 소대내 분대가 약간 꼬인 상태였다. 무슨 말이냐하면 우리 분대 막내 같은 경우 다음달 일병인데 아직도 후임 하나 없었고, 우리 막내보다 밥안되는 녀석이 타분대에서는 후임을 2명씩 거느리고 있는 대략 난감한 상태였다.
물론 소대생활에서는 별 차이가 없겠지만, 훈련나가서 생활하면 거의 분대끼리 움직이는데 문제의 소지가 많았다. 예를 들어 부식을 받으러 간다고 치자. 막내가 나간다. 우리 막내는 이등병왕고다. 타분대는 우리 막내보다 밥이 안되지만 분대내에서 후임이 2명이나 더있기 때문에 지가 나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사실 나는 별 상관없다. 오히려 불안한 이등병보다는 군생활좀 한 녀석들로 구성된 분대에서 분대장하는 것이 훨씬 안정적이고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츠가 누구인가? 겁나겁나 착한 가츠분대장님 아니신가?
그리고 분대개편도 한번씩 해야 소대원끼리 보다더 친해지고 불미스런 사고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사실 가츠도 전입초기 1분대였는데 1분대에서 거의 1년가까이 생활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1분대원끼리 훨씬 친하고, 편했다. 하지만 큰 사건 이후 분대개편을 하여 2분대로 왔다.
처음에는 날 버린 분대장을 원망했지만, 분대장이 말하길, 너같은 넘을 보내야지, 보내는 내 마음도 편하다. 머 지가 편하다면야.. 사실 나는 어디든지 잘 적응하니깐, 그렇게 2분대원 된거다. 사실 좀 거창해 보이지만 결국 원래 내 침상자리에서 왼쪽으로 한 7칸 이동한 수준밖에 안된다 ㅋㅋㅋ
그래도 이렇게 이동하면 훈련이나 각종 행사에서 분대별로 움직이므로, 1년동안 친하게 지낸 고참, 후임들과 같이 못노니깐 처음에는 좀 아쉽기도 하다. 이처럼, 처음 전입왔을때 배정받은 분대에서 2년내내 생활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위의 상황처럼 아다리가 안 맞아떨어질때 한번씩 분대개편을 하는 것이다.
내심 나는 1분대 생활할때 나의 수족이었던 윤상병을 부분대장으로 스카웃할 목적이었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의 놀잇감 김이병을 기필코 2분대로 데려올 작정이었다.
윤상병은 머 별 상관없이 데려올 수 있겠지만, 김이병은 사실 어려운 요소가 많았다. 일단 내동기인 박분대장이 나보다 더 좋아했으므로 순순히 내줄리가 없었고, 김이병도 스스로 생각하기에 2분대에 죽어도 오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물론 그건 별 영향을 끼치지는 않겠지만)
분대개편이 예고된 3일전부터 나는 동기를 구슬리기 시작했다. 냉동을 사주고, 라면도 넣어주고, 주말 당직도 대신 서주겠다 등 온갖 로비와 회유를 비밀리에 시작하였다. 물론 김이병은 죽었다 깨어놔도 모르게 말이다.
소대내에서는 김이병 앞에서 연신 겁을 줬다.
'야 김이병! 누가 더좋아? ㅋㅋㅋ'
'흑흑, 저는 3분대장님이 제일 좋습니다!'
'그래 김이병 너는 3분대에 뼈를 묻어라!'
그래 많이 좋아라해라. 너의 그 미소도 이제 3일밖에 안남았구나. 그렇게 나는 식스센스도 울고갈 최고의 반전 영화를 구상중이었다. 사실, 나도 나지만 이번에 개편으로 2분대 부분대장이 될 녀석은 앞서 데려온다는 윤상병이다. 이건 이미 개편전부터 기정사실화 되어있었기 때문에 소대원 전체가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좌에서부터 윤상병(첫회 출연), 천상병(지금까지 미등장), 서상병(3회 유체이탈한 서이병으로 등장) >
윤상병, 앞으로 나의 이야기에서 종종 등장하겠지만, 나는 이녀석을 깐돌이라고 불렀다. 자그만한 체구에 샤프한 얼굴 마치 그룹가수 파란의 라이언을 쏙 빼다닮았다. 나랑 2개월차 후임인데, 전입초기에만해도 무표정, 우울함등으로 소대 관심병사로까지 지정되었다. 당시 폭풍구보의 창시자, 이등병킬러였던 전전 소대장님조차도 자신의 군생활 마지막 이등병인 윤상병만큼은 각별히 신경을 쓰며 애지중지할 정도로 우울해보였다.
하지만 반전이었다. 윤상병 이색히, 지는 겁나 우울한척 해놓고 후임들에게 악마로 군림하였다. 물론 그렇다고 대놓고 때리는게 아니고 그냥 붙잡아놓고 밤새도록 이야기 하는 것이다. 물론, 고참으로서 보는 나는 겁나 재밌지만 그녀석들 후임들에게는 결코 같은 분대 고참으로 생활하기에는 싫을 것이다.
고로 2분대는 악랄가츠 분대장과 악마 윤상병 부분대장 체제로 극악의 조합이 구성되는 것이다. 당시 후임된 입장에서 보았을 경우 2분대 FA되기 보다는 그냥 선수생활 은퇴가 나을지도 모르겠다 ㅋㅋㅋ
그렇게 3일후, 간부연구실
3소대장님 비롯 1,2,3,소본분대장이 모여서 소대편성표를 연신 바라보고있다. 3일간의 로비로 3분대장을 마음은 이미 돌려놓은 상태이고, 이제 소대장님의 승인만 떨어지면 된다.
군생활을 최고의 덕목으로 치는 샤바샤바로 연신 소대장님을 설득하기를 20분 남짓, 내가 원하는 윤상병과 김이병을 영입이 성공리에 마무리되었다. 그것도 바로 내옆자리 2번소총수로 말이다! ㅋㅋㅋ
확정된 명단을 가지고 소대로 돌아온 나는, 마치 퍼거든 감독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명단을 발표하듯 소대원 관심어린 눈빛을 한 몸을 받으며 천천히 발표하였다.
'1분대 기총사수 윤상병은 2분대 부분대장으로... 중략.... 그리고 마지막으로 3분대 8번 기총부사수 김이병은 2분대 2번 소총수로 즉시 이동한다'
순간, 소대에서는 연신 웃음과 비명이 터져나왔다.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이병 2분대로 가는거야? 아 ㅋㅋㅋㅋㅋㅋㅋㅋ 앜ㅋㅋㅋㅋㅋㅋㅋㅋ'
난 김이병을 직시하였고, 그는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눈빛으로 멍하니 내동기를 바라보았다. 나의 로비에 넘어간 내동기는 애써 그의 눈빛을 피하며 아무일도 없었다는듯이 TV앞으로 가서 누웠다.
그날 밤 자리이동후 나의 잠자리 옆에는 김이병이 다소곳이 누워있었다. 마치 쥐죽은듯이 한치의 미동도 없이 말이다. 나는 뽀글이를 먹으면서 그에게 물었다.
'김이병, 누가 제일 좋아?'
그는 모든것을 포기한듯 대답하였다.
'전 가츠분대장님이 세상에서 제일 좋습니다.'
그순간, 맞은편 침상에서 뽀글이를 먹고있던 내동기가 매처럼 날아올라 침상을 넘어오더니 김이병을 휘감기 시작하였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담배를 물고 유유히 소대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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