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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동원시즌이 다가왔습니다. 가츠는 1월군번이라 이제서야 예비군 2년차입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어김없이 동원훈련대상자로 동원부대로 입소하라는 통지문이 왔지만, 올해는 시험기간이 겹치는 바람에 연기했답니다. 하지만 이제 3박 4일간의 동미참훈련이 남았군요. 벌써부터 우울하네요. 이번 편에는 가츠가 현역시절 했던 동원훈련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2005년 7월 가츠가 어엿한 일병으로 진급한 달이다. 1회에서 언급했지만 그 당시 부대는 8월에 있을 KCTC훈련준비로 전쟁중이었다. 당시 여름에 일정온도이상 올라가면 중식후 휴식을 취하고 오후에 교육을 하라는 육군본부의 지침마저도 우리대대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일과시간 후 개인정비시간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아침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오로지 교육훈련, 작업, 체력단련으로 개혹사 당하였다. 병장들은 말년에 무슨 개고생이냐며 연신 짜증을 부렸고, 그 여파는 상병으로 다시 일,이등병으로 전달되었다. 몸은 몸대로 힘들고, 분위기는 항상 험악하고 날카로웠다. 전병력 외출,외박,휴가는 통제되었고 훈련시 극한의 상황을 견뎌야된다면서 PX, 로션 등 말도 안되는 것까지 통제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당시 대대장은 정말 싸이코 같았다. 대대 전간부, 전병사가 대대장을 증오하고 욕을 하였다. 군인으로서 직속상관의 명에 복종하고 따르긴하겠지만, 대대장에 대한 충성심은 정말 눈꼽만큼도 없었다. 결국 그 해 겨울 우리 소대의 자살사건으로 인해 대대장의 진급은 무산되었고, 얼마후 우리 대대를 떠났다. 그가 떠나는 날 우리 대대는 축제 그 자체였다. 이취임식때 우리 대대원들은 정말 진심으로 기쁘게 환송해주었다.
아무튼 우리 대대원들은 하루하루 정말 힘들게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동원훈련이 잡혔다. 전방 전투부대의 경우는 1년에 한번 동원훈련을 실시한다. 후방지역에 거주하는 예비역들은 대개 동네 주변의 동원사단으로 훈련받으러 입소한다. 하지만 서울, 경기도 지역 예비역들은 주로 전방부대로 입소를 한다.
그렇게 내심 우리는 동원훈련을 반겼다. 차라리 예비역들이라도 오면 지금보다는 상황이 나아지겠지. 설마 외부인들 있는데서 우리를 노예처럼 혹사시키겠어? 라며 하루빨리 동원선배님들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소대는 동원선배님들을 맞이할 준비로 분주하였다. 보급창고에서 동원군장을 가져와서는 정성스레 동원군장을 만들었다. 보기만해도 낙오할 거 같은 무식한 목야삽도 빼먹지않고 군장에 결속시켜 드렸다. 그렇게 준비에 여념이 없을때, 박병장이 나에게 말을 건넨다.
'야 가츠! 우리 부대에 오는 동원선배님들 어디서 오는 줄 아냐?'
'일병 가츠! 모르겠습니다!'
'마 우리 부대는 서울 강남에 사는 예비역들이 훈련받으러 온다 ㅋㅋㅋ'
'오오~ 그 부자들만 산다는 강남말입니까?'
'그래.. 진짜 불쌍해. 우리부대로 하필 훈련받으러 오다니 ㅋㅋㅋ'
그랬다! 77연대 2대대에 동원훈련 받으러 오는 자원들은 전부 강남에 거주하는 예비역들이었다. 물론 강남이라고 죄다 부자들만 사는건 아니겠지만, 우리 부대는 전군에서 가장 낙후된 시설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60년대 막사, 철제관물대는 아직도 없다. 나무관물대를 사용한다. 고로 소대에 옷걸이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위 사진이 적나라한 우리 소대의 모습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유한 동네와 전군에서 가장 낙후된 부대라 왠지 매치가 잘 안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동원훈련 입소날이 되었다.
우리부대는 위병소 옆 PX 앞 공터에 비포장 주차장이 있다. 그것도 끽해야 한 15대정도 세울 수 있을까 모르겠다. 9시가 다가오자 위병소로 동원선배님들이 들어오고 있다. 주차장은 이미 선배님들 차로 가득차 있었고, 곳곳에 값비싼 외제차들도 보였다. 그렇게 인도영접을 마치고 소대로 선배님들이 입장하셨다. 각 분대별로 2명씩, 우리 소대는 6명의 선배님들이 입소하였다.
물론 2년차 이상인 선배님들은 이미 와본적이 있으니깐 현실을 받아들이는데, 1년차 혹은 처음 동원훈련 받으러 온 선배님들은 마치 토굴을 보는듯한 눈빛으로 당황해 하는거 같았다. 하긴 나도 처음 떠블백메고 소대로 전입왔을때 무슨 동굴인줄 알았다.
당시 1분대였던 가츠는 분대서열은 뒤에서 2번째였다. 고로 막내랑 함께 각각 선배님 한명씩 붙잡고 전담 마크를 해야했다. 우리 분대에 온 선배님들은 모두 처음 왔다고 하면서, 너거들 여기서 생활하는거 맞냐며? 매우 놀라워하였다. 그래요 저희는 여기서 쭈욱 살아요 흑흑 ㅜㅜ
선배님들은 나를 붙자고 여기서 빡세게 굴리진 않지? 라며 연신 질문을 하였지만, 사실 동원훈련은 나로서도 처음 겪는 훈련이므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몰랐다. 곧 소대장님 들어오시더니 인사를 하였다. 그리고는 동원훈련 일정을 발표하였다.
'반갑습니다 3소대장입니다. 이번에 저희 대대가 큰 훈련을 앞두고 있어서 부대일정 매우 타이트합니다. 특히, 이번 동원병력들도 일체의 열외없이 소대원들과 같이 교육받으라는 대대장님 지시입니다. 좀 힘들고 짜증나시더라도 교육에 최선을 다해 임해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오호 이거 먼가요? 우리랑 같은 교육받으라니, 선배님들 이제 디지셨어요~! 지못미 캐안습 주르륵 ㅜㅜ
그렇게 다음날 아침부터 선배님들과의 재미나는 동원훈련이 시작되었다. 눈뜨자마자 용호정을 한바퀴 돌아주는 폭풍구보가 시작되었다. 역시 우리 예비역님들 태반이 낙오다. 소대로 들어오자마 투정부리시는 선배님들
'우아 이런 미친부대를 봤나! 내 현역때도 안뛰던 구보를 동원와서 뛰다니... 아나 탈영할까! ㅜㅜ'
선배님 이건 서막에 불과해요. 차마 알고 있지만 알려드리고 싶지 않네요. 그냥 저희랑 같이 가는거예요 쭈욱~ ^^ 그렇게 일과시간이 시작되었고, 우리소대는 여느때처럼 교육훈련을 위해 교장으로 이동하였다. 사실 평소때 같으면 교장에 가서 짱박히고 놀다가 오면 되지만, 지금 우리 대대는 미쳐있었다. 말이 교육훈련이지 실전을 방풀케 하였다. 온갖 교보재가 총동원되었고 교장마다 공포탄, 신관 소리가 터져나왔고, 조명탄, 연막탄, 심지어 cs탄까지 터졌고 철조망을 하단통과하고 있었다.
선배님들 이 광경을 보더니 입을 쩌억 벌리고 망연자실하고 있었다.
'여기 오다니 내가 미쳤어! 연기할껄 아나!!! 아런일ㅇ나ㅓㄹ니알!!!'
자책하느라 정신이 없어보였다. 이윽고 중대장님이 등장하시더니 전원 안면위장를 하라고 지시하였다. 사실 그당시 우리는 교육훈련중에도 필수로 안면위장을 하고 교육에 임하였다. 다만 동원선배님들이 있어서 안하고 있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중대장님이 왜 안면위장안하냐면서 갈구기 시작하셨다.
우리는 잽싸게 안면위장을 실시하였고, 몇몇 선배님들도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얼굴에 위장크림을 바르고 계셨다. 한데 우리 분대의 용감한 선배님 안하고 버틴다. 우리 특전사 출신의 완전 불호랑이 중대장님 시야에 포착
'거기 예비군 왜 안면위장 안합니까?'
'아니 동원와서 무슨 안면위장입니까?'
'그냥 합니다.'
그러자 무성의하게 얼굴에 위장크림을 콩알만큼 톡 찍어바르고는 보란듯이 중대장님을 바라보는게 아닌가? 순간 우리 중대장님 성격을 잘알고 있는 소대원들은 전원 긴장하였다. 중대장님 이마에 핏줄이 살짝 보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썩소를 날리시면서
'지금 나랑 장난하는겁니까?' 그리고 하늘을 바라보시면서 뭐라고 중얼거리셨다. 우린 안들려도 다안다. 분명히 욕한거다 ㅋㅋㅋ
우리의 동원선배님 아직까지 버티고 계신다. 하지만 그도 엄연한 현역을 거친 예비역이 아닌가? 슬슬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걸 느끼는듯 하였다.
'거기 아저씨 앞으로 나옵니다'
그렇게 중대장님과 동원선배님은 단둘이 산속으로 들어갔다. 5분정도 지났을까? 숲속에서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둘이 10년지기 친구처럼 우리 앞으로 다시 돌아왔다.
다만 동원선배님의 얼굴이 무장공비보다 완벽하게 안면위장이 되어있었다. ㅋㅋㅋ
그날 오후 화장실에서 울면서 세수하는 선배님을 보며 위로해주었다. 지금 우리 대대가 좀 미친거 같애요 이해해주세요! 근데 이번 기수 선배님들 진짜 운이 없네요. 저녁에 야간산악행군 잡혀있는데 선배님들도 같이 군장메고 간대요!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데, 이게 무슨 하늘의 장난인가? 하늘에서 빗방울이 한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한다. 곧 동원선배님들은 신나서 외치기 시작한다.
'역시 하늘은 우리를 버리지 않았어! 비가 오잖아 우하하하~~ 두다리 쭈욱 펴고 잘 수 있겠구나~~ 레인 탱큐~!'
그 모습을 본 우리들은 선배님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하늘이 우리를 제대로 버리기 시작하네요. 우리 부대가 무슨 당나라 부대입니까? 비온다고 안가게! 흑흑 비 왜 오는거야! 흑흑'
그렇게 30분후 우리는 판쵸우의를 챙겨입고 군장을 메고 연병장에 집결하였다. 선배님들은 이미 제정신이 아닌거 같았다. 그렇게 그날밤 우리는 892고지 정상을 돌아서 장장 4시간에 걸치는 야간산악행군을 실시하였다. 한밤중에 소대로 복귀한 선배님들 하나같이 내일 설문조사 할 때 두고보자! 국방부 홈피에다가 다 쳐올리꺼다! 등등 이를 갈고 있었다.
그렇게 마지막날 아침이 밝아왔고, 선배님들 퇴소하는 날이다. 이윽고 행보관님의 정신교육이 시작되었다.
'여러분, 진짜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하필 부대가 굉장히 빡셀때 오셔가지고 평소 때보다 몇배로 고생만 하시고 퇴소하시게 되었네요. 그래도 여기서 2년동안 생활하는 동생같은 장병들을 생각하면서 좋게좋게 생각하시고 돌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그렇게 정신교육도 끝나고 총기반납후 집에 가는 일만 남았다. 물론 전날 죄다 신고, 고발한다는 선배님들은 언제그랬냐듯이 웃으면서 집으로 가셨다. 우리 분대 안면위장사건 선배님도 웃으면서
'니들이 정말 고생이 많타~! 형은 있었으면 죽었을꺼야~ 암튼 이걸로 맛난거 사먹고, 사고치지말고 군생활 잘해라~ 형은 다시 여기로 동원 안온다! 절대로! 다신 못볼것이다! 잘 살아라'
그렇게 용돈을 주시고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동원선배님은 우리 곁을 떠났다.
우리부대는 위병소 옆 PX 앞 공터에 비포장 주차장이 있다. 그것도 끽해야 한 15대정도 세울 수 있을까 모르겠다. 9시가 다가오자 위병소로 동원선배님들이 들어오고 있다. 주차장은 이미 선배님들 차로 가득차 있었고, 곳곳에 값비싼 외제차들도 보였다. 그렇게 인도영접을 마치고 소대로 선배님들이 입장하셨다. 각 분대별로 2명씩, 우리 소대는 6명의 선배님들이 입소하였다.
물론 2년차 이상인 선배님들은 이미 와본적이 있으니깐 현실을 받아들이는데, 1년차 혹은 처음 동원훈련 받으러 온 선배님들은 마치 토굴을 보는듯한 눈빛으로 당황해 하는거 같았다. 하긴 나도 처음 떠블백메고 소대로 전입왔을때 무슨 동굴인줄 알았다.
당시 1분대였던 가츠는 분대서열은 뒤에서 2번째였다. 고로 막내랑 함께 각각 선배님 한명씩 붙잡고 전담 마크를 해야했다. 우리 분대에 온 선배님들은 모두 처음 왔다고 하면서, 너거들 여기서 생활하는거 맞냐며? 매우 놀라워하였다. 그래요 저희는 여기서 쭈욱 살아요 흑흑 ㅜㅜ
선배님들은 나를 붙자고 여기서 빡세게 굴리진 않지? 라며 연신 질문을 하였지만, 사실 동원훈련은 나로서도 처음 겪는 훈련이므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몰랐다. 곧 소대장님 들어오시더니 인사를 하였다. 그리고는 동원훈련 일정을 발표하였다.
'반갑습니다 3소대장입니다. 이번에 저희 대대가 큰 훈련을 앞두고 있어서 부대일정 매우 타이트합니다. 특히, 이번 동원병력들도 일체의 열외없이 소대원들과 같이 교육받으라는 대대장님 지시입니다. 좀 힘들고 짜증나시더라도 교육에 최선을 다해 임해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오호 이거 먼가요? 우리랑 같은 교육받으라니, 선배님들 이제 디지셨어요~! 지못미 캐안습 주르륵 ㅜㅜ
그렇게 다음날 아침부터 선배님들과의 재미나는 동원훈련이 시작되었다. 눈뜨자마자 용호정을 한바퀴 돌아주는 폭풍구보가 시작되었다. 역시 우리 예비역님들 태반이 낙오다. 소대로 들어오자마 투정부리시는 선배님들
'우아 이런 미친부대를 봤나! 내 현역때도 안뛰던 구보를 동원와서 뛰다니... 아나 탈영할까! ㅜㅜ'
선배님 이건 서막에 불과해요. 차마 알고 있지만 알려드리고 싶지 않네요. 그냥 저희랑 같이 가는거예요 쭈욱~ ^^ 그렇게 일과시간이 시작되었고, 우리소대는 여느때처럼 교육훈련을 위해 교장으로 이동하였다. 사실 평소때 같으면 교장에 가서 짱박히고 놀다가 오면 되지만, 지금 우리 대대는 미쳐있었다. 말이 교육훈련이지 실전을 방풀케 하였다. 온갖 교보재가 총동원되었고 교장마다 공포탄, 신관 소리가 터져나왔고, 조명탄, 연막탄, 심지어 cs탄까지 터졌고 철조망을 하단통과하고 있었다.
선배님들 이 광경을 보더니 입을 쩌억 벌리고 망연자실하고 있었다.
'여기 오다니 내가 미쳤어! 연기할껄 아나!!! 아런일ㅇ나ㅓㄹ니알!!!'
자책하느라 정신이 없어보였다. 이윽고 중대장님이 등장하시더니 전원 안면위장를 하라고 지시하였다. 사실 그당시 우리는 교육훈련중에도 필수로 안면위장을 하고 교육에 임하였다. 다만 동원선배님들이 있어서 안하고 있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중대장님이 왜 안면위장안하냐면서 갈구기 시작하셨다.
우리는 잽싸게 안면위장을 실시하였고, 몇몇 선배님들도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얼굴에 위장크림을 바르고 계셨다. 한데 우리 분대의 용감한 선배님 안하고 버틴다. 우리 특전사 출신의 완전 불호랑이 중대장님 시야에 포착
'거기 예비군 왜 안면위장 안합니까?'
'아니 동원와서 무슨 안면위장입니까?'
'그냥 합니다.'
그러자 무성의하게 얼굴에 위장크림을 콩알만큼 톡 찍어바르고는 보란듯이 중대장님을 바라보는게 아닌가? 순간 우리 중대장님 성격을 잘알고 있는 소대원들은 전원 긴장하였다. 중대장님 이마에 핏줄이 살짝 보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썩소를 날리시면서
'지금 나랑 장난하는겁니까?' 그리고 하늘을 바라보시면서 뭐라고 중얼거리셨다. 우린 안들려도 다안다. 분명히 욕한거다 ㅋㅋㅋ
우리의 동원선배님 아직까지 버티고 계신다. 하지만 그도 엄연한 현역을 거친 예비역이 아닌가? 슬슬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걸 느끼는듯 하였다.
'거기 아저씨 앞으로 나옵니다'
그렇게 중대장님과 동원선배님은 단둘이 산속으로 들어갔다. 5분정도 지났을까? 숲속에서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둘이 10년지기 친구처럼 우리 앞으로 다시 돌아왔다.
다만 동원선배님의 얼굴이 무장공비보다 완벽하게 안면위장이 되어있었다. ㅋㅋㅋ
그날 오후 화장실에서 울면서 세수하는 선배님을 보며 위로해주었다. 지금 우리 대대가 좀 미친거 같애요 이해해주세요! 근데 이번 기수 선배님들 진짜 운이 없네요. 저녁에 야간산악행군 잡혀있는데 선배님들도 같이 군장메고 간대요!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데, 이게 무슨 하늘의 장난인가? 하늘에서 빗방울이 한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한다. 곧 동원선배님들은 신나서 외치기 시작한다.
'역시 하늘은 우리를 버리지 않았어! 비가 오잖아 우하하하~~ 두다리 쭈욱 펴고 잘 수 있겠구나~~ 레인 탱큐~!'
그 모습을 본 우리들은 선배님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하늘이 우리를 제대로 버리기 시작하네요. 우리 부대가 무슨 당나라 부대입니까? 비온다고 안가게! 흑흑 비 왜 오는거야! 흑흑'
그렇게 30분후 우리는 판쵸우의를 챙겨입고 군장을 메고 연병장에 집결하였다. 선배님들은 이미 제정신이 아닌거 같았다. 그렇게 그날밤 우리는 892고지 정상을 돌아서 장장 4시간에 걸치는 야간산악행군을 실시하였다. 한밤중에 소대로 복귀한 선배님들 하나같이 내일 설문조사 할 때 두고보자! 국방부 홈피에다가 다 쳐올리꺼다! 등등 이를 갈고 있었다.
그렇게 마지막날 아침이 밝아왔고, 선배님들 퇴소하는 날이다. 이윽고 행보관님의 정신교육이 시작되었다.
'여러분, 진짜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하필 부대가 굉장히 빡셀때 오셔가지고 평소 때보다 몇배로 고생만 하시고 퇴소하시게 되었네요. 그래도 여기서 2년동안 생활하는 동생같은 장병들을 생각하면서 좋게좋게 생각하시고 돌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그렇게 정신교육도 끝나고 총기반납후 집에 가는 일만 남았다. 물론 전날 죄다 신고, 고발한다는 선배님들은 언제그랬냐듯이 웃으면서 집으로 가셨다. 우리 분대 안면위장사건 선배님도 웃으면서
'니들이 정말 고생이 많타~! 형은 있었으면 죽었을꺼야~ 암튼 이걸로 맛난거 사먹고, 사고치지말고 군생활 잘해라~ 형은 다시 여기로 동원 안온다! 절대로! 다신 못볼것이다! 잘 살아라'
그렇게 용돈을 주시고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동원선배님은 우리 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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