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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보기
유격훈련 上편에 이어서 바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上편을 읽지 않으신 분들은 내용이 이해가 되지 않을 듯 합니다. 위에 지난 글보기에서 유격훈련 上편을 먼저 읽으신 후에 본 글을 읽어주시면 되겠습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은 처음부터 다읽으셔도 무방합니다.
그렇게 주기를 조교에게 반납하고 오전교육이 끝났다. C연병장으로 집결한 우리 중대는 점심을 먹었다. 후임들이 식사 배식하는 동안 가츠는 개울가 바위에 누워서 푸르른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벌써 중대에 소문이 쫘악 퍼졌다. 내 주위로 동기 녀석이 하나 둘씩 몰려왔다.
'앜ㅋㅋㅋㅋㅋㅋ 가츠 ㅋㅋㅋㅋㅋㅋ 지못미 ㅋㅋㅋㅋㅋㅋ 앜ㅋㅋㅋㅋㅋㅋ'
'꺼져! 나 진짜 자살하고싶어 ㅜㅜ'
'야야 조교 몇중대 색히야? 이런 뒤질랜드. 근데 너무 웃겨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점심을 먹는둥 마는둥. 다시 오후 교육을 위해 중대별로 집결하기 시작했다. 근데 반가운 소식이 3편에 등장한 복서출신의 나의 한달 후임 송병장도 오전에 조교한테 주기를 뺏겼다고 한다.
아 ㅋㅋㅋㅋㅋㅋㅋ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마음이 편해졌다.
곧 중대장님께서 우리 소대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오신다. 그리고 날 보자마자
'야 가츠! 분대장이면 조교한테 개겨도 되? 이딴 식으로 할꺼야? 야 송병장! 주먹이 근질근질해? 조교랑 스파링 할려고? 어!! 이것들이! 다 갈아마셔버릴라! 너희들은 오후 교육 열외하고 여기서 대기해'
그렇게 중대원들은 조교들을 따라 힘차게 유격! 유격! 을 외치며 산 속으로 들어갔다. 연병장에 나랑 송병장, 타 중대 아저씨 4명 그렇게 도합 6명이 남아있었다. 얼레~ 저 아저씨들도 주기가 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때 멀리서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 유격 교관님. 진짜 저승사자가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 한다. 다 잡은 먹잇감을 조롱하듯 서서히 무표정한 표정으로 그렇게 다가왔다.
'야 너희들! 놀러왔지?'
'아닙니다아!'
산이 떠나가라 6명의 병장들은 약속이나 한 듯 우렁차게 외쳤다. 그래 병장 짬밥에 눈치라도 있어야지. 괜히 어리버리 까다가는 여기서 묻히는거다.
'너희들은 훈련을 받을 준비가 안되있다! 본 교관이 너희들에게 PT체조만이라도 완벽하게 마스터 시켜주겠다!
지금부터 본 교관이 PT 1번 높이뛰기 준비라고하면 가슴에 손을 얹힘과 동시에 '유'라 복창하고,
지면에서 10센티미터 이상 힘차게 뛰어오르고 다리는 어깨만큼 벌리고, 양팔은 일자로 뻗어서
뒤로 손바닥이 마주보게빼고, 착지하면서 원기왕성하게 '격'이라 복창하면 되겠다!
최초 100회! 몇회? 100회 시작!'
그렇게 6명의 날개꺽힌 올빼미들은 교관님과 PT체조의 모든것을 하나하나 차근차근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1번부터 15번까지 정확히 1500개를 실시하였다. 온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고, 분명히 푸르른 하늘은 노래졌다. 입은 바싹 말라고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그렇게 꼬박 PT만 내리 2시간 받았다. 그 당시 3시간은 지금까지 군생활한 1년 6개월보다 길었다.
그렇게 PT가 끝나자 교관님은 언제 그랬냐듯이 웃으면서 우리에게 말씀하셨다.
'야야 이것들아, 조교들도 얼마나 고생이 많은데, 통제에 잘 따라줘야지! 병장이라고 안하면 되냐? 엉? 대대장님이 반 죽여놓으라고 했는데, 내가 마음이 여려서 차마 그렇지는 못하겠다. 이걸로 끝낼테니깐 다들 개울가가서 좀 씻고 담배 한대씩 피고 있어라!'
아니 반 죽여놓기는, 이미 다죽여놓고! 그렇게 개울가로 씻으러 갈려는 찰나, 교관님의 96K(무전기)에서 목소리가 흘려나온다.
'찌찍~ 당소 당소 CP! 현시간부로 브라보장(대대장) 현장참관 나갔음! 전방에 교육중인 올빼미들은 주의바람!'
이에 교관님, 급히 외치신다.
'야야 원위치! 니들 참 운이 없네 없어~ ㅋㅋㅋ 대대장님 지나갈때까지만 하자! ㅋㅋㅋ'
그렇게 1시간을 더하고서야 끝났다.
그날저녁, 저녁을 먹자마자 가츠는 기절하였다. 드르렁 zzZ zzZ
아침에 눈을뜨자 온몸의 근육들이 요동을 치기 시작하였다. 유격 3일차 드디어 가츠도 온몸에 알이 배겼다 ㅜㅜ
4일차 교육일정은 오전에 수색대대로 가서 헬기레펠을 타고, 오후에는 수색조교들과 산악코스를 교육받는다. 원래 작년까지는 위험하다고 2년차까지만 했는데, 올해부터는 전원 다 한단다.
27사단 수색대대는 GOD 김태우 덕분에 들어보신 분들이 많을거다. 재작년인가? 여걸식스라는 프로그램에서도 방문해서 헬기레펠을 하였다.
헬기레펠교장으로 들어서자 수색교관님과 수색조교들이 우리 친절하게 맞이해주었다. 이제부터가 진짜 유격이다. 레펠자세연습을 하는데 이건 뭐 PT보다 더 힘들다. 얼마나 더 받았을까? 교관님이 먼저 타보고 싶은사람 앞으로 나오라고 물었다.
잔머리 대마왕 가츠, 어차피 타야될꺼 빨리 타자! 타고나면 자세연습 할 필요 없잖아. 잽싸게 앞으로 나갔다. 역시 눈치빠른 병장들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타워 위로 올라갔는데, 무섭다! 방송에서 연예인들 막 기겁하면서 그럴때마다 쇼한다고 생각했는데, 무섭다! ㄷㄷㄷ
'39번 올빼미 하강준비 끝!'
'하강!'
슈웅~
'39번 올빼미 하강완료!'
우하하 재밌다~! 놀이기구 타는 기분이다. 그렇게 오전 교육을 무사히 마치고 산악코스로 이동했다. 지난시간에도 언급했지만 이기자 유격장은 참 크다. 코스이동을 하는데 수색조교가 앞장서서 쏜살같이 뛰어간다. 그럼 올빼미들은 유격 유격을 외치며 졸졸 따라가야하지만 그 누구도 조교를 추월한 적이 없다. 오히려 거리만 멀어질 뿐이다.
산악코스는 위험하다. 그래서 더 빡세게 굴린다. 헉헉거리며 코스로 도착하자마자 정신없이 PT를 돌린다. 어제 완벽하게 마스터한 가츠병장은 그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열심히 한다. 사실 소대장님한테 미안하고 눈치보여서 그런거지만
외줄타기 코스, 1년차때 아픈 기억이 떠오른다. TV나 영화에서보면 군인들이 참 쉽게 쉽게 외줄타기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시궁창! 수많은 코스중에 당연 외줄타기가 가장 힘들다고 난 말할 수 있다. 그만큼 하기 싫다 이거다!
다행히 센스있는 조교는 2년차 올빼미들은 시간관계상 열외하라고 하였다. 그래 수색조교들은 센스가 철철 넘치잖아. 문득 어제 내 주기를 뜯어간 대대조교가 눈에 아른거린다. 두고봐 언젠가 복수할테다.
난 소대장님 폰으로 애들 사진이나 찍으면서 그렇게 산악코스도 무사히 마치고 유격의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오전에는 화생방 교육을 하고, 오후에는 숙영지 정리를 한 후 유격의 꽃인 복귀행군을 한다.
화생방이라하면 예비역들은 몸서리 칠 것이다. 죽음의 가스! 눈물이 나고 코가 나오고 침이 질질 흐르고, 숨은 막혀오고 살아있는 지옥을 맛본다.
하지만 가스는 훈련병시절에 이미 족히 마셨다. 우리는 가스실에서 방독면을 착용하고, 정화통을 교체하는 훈련을 실시하였다. 이미 우리는 화생방 시범식교육등으로 이미 방독면 9초만에 착용하기, 보호의 착용하기 등 단련되어 있었다. 고로 작금의 훈련은 널널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분대 막내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가스실 안
내옆에 있는 막내가 방독면을 착용하고 있는데 콜록거리고 있다.
'야 너 왜그래?'
'헉헉 분대장님! 살려주세요! 숨이 숨이 어어허헉'
이 넘 정화통을 못 끼우고 있다. 사실 평소에 반복숙달하지 않으면 한번에 끼우기 힘들기 하지만 다들 살려고 악착같이 끼운다. 근데 이넘은 그 타이밍마저 놓친듯 하다.
'아나 죽겠네~ 우리 김이병~ 형이 살려줄께~'
그렇게 그의 손에 들려진 정화통을 손수 끼워주고는 그의 분대장에서 명실상부 생명의 은인으로 거듭났다. ㅋㅋㅋ
그렇게 유격장에서의 모든 교육은 끝났다. 다들 기뻐해야 정상이겠지만, 밥 안되는 일,이등병들은 더욱 울상이다. 복귀행군을 해야되니 말이다. 우리 부대의 복귀행군 아주 쿨하다.
시간은 평소 행군시간보다 널널한 한 8-9시간 걸으면 되는데 코스가 난해하다. 평지는 주둔지 바로 앞도로 30분가량이 전부다. 나머지는 오르막길 아니면 내리막길, 그래도 다행인것이 비전술 훈련이므로 길도 없는 산은 안타니 그나마 다행일지도, 하지만 사실 포장도로가 행군하기에는 더 악조건이다. 딱딱한 아스팔트는 자신의 발바닥을 피범벅으로 만들어 줄테니 말이다.
그러나 일병 꺽일때즘되면 노하우가 생겨서 물집마저도 잘 안잡힌다. 그렇게 대망의 복귀행군이 시작되었다.
올해 코스는 작년보다 더 빡세다. 시작과 동시에 도마치고개를 올라간다. 아주 상큼하다.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무거운 군장을 메고 행군을 하니, 시작부터 애들 픽픽 쓰러져 주신다. 가츠는 뒤돌아 보면서 친절하게 웃으며 말한다.
'애들아~ 2분대 낙오하면 진짜 디진다! 한번에 가는거야~! 고고씽~! 유후~!'
얼마나 올랐을까? 허벅지가 마비되어 온다. 언제부터인가 이 느낌이 좋다. 근육이 쫘악쫘악 땡겨주는 느낌! 이제 천상 군인인가 보다. 이윽고 도마치정상에 당도하였고 쉴 틈도 없이 다시 오른쪽으로 오솔길을 따라 내려간다.
한참을 내려가다 보면 이기자의 혼이 담긴 이기자 소나무가 위용을 뽐내준다. 사실 작년에는 힘들어서 앞만 보고가느라 이기자 소나무가 있었는지 기억도 안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느긋하게 감상을 하며 지나쳤다.
내리막 길이 있으면 다시 오르막이 있는 법. 다음 코스는 이기자부대에서 가장 악명높은 헐떡고개, 이건 사진도 없다. 그 곳에선 사진찍을 정신조차 없는 것이다. 평지를 따라가다가 오른쪽으로 딱 꺽으면 헐떡고개가 시작되는데, 그 장관이 가히 압도적이다. 사진으로 봐야되는데 나한테도 없고, 인터넷상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ㅜㅜ
오른쪽으로 꺽는 순간 보이는 2차선의 좁은 도로의 경사는 아주 조금 과장해서 그냥 벽처럼 보인다. 가츠도 작년에 이 광경을 보고 좌절했었다. 아니나다를까 뒤돌아서 후임들을 보니 그들의 눈동자에는 공포와 두려움이 서려있었다. 작년에 헐떡고개를 올라갈때는 사단에 응원용 차량을 보내주었는데, 참 센스있게 발라드를 틀어주더라 ㅋㅋㅋ 운전병 죽이고 싶었다.
올해는 응원용 차량도 없구나, 곧 곳곳에서 욕설과 고함소리가 난무하기 시작하였고, 어린 후임들에게는 너무나도 벅찬 곳이다. 다행히 우리 분대는 아직 낙오자 없이 잘 올라가고 있었다. 사실 나조차도 올라가기 힘든데, 분대원이 낙오라도 한다면 그의 장구류, 총기, 군장등을 나눠메고 정신줄 놓은 녀석 챙겨서 올라간다는 건 결코 반갑지 않은 일이다.
6편 분대개편의 주인공 귀염둥이 김이병에게 고비가 찾아온 듯하다. 그의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김이병 뒤에 있는 정일병의 갈구는 소리가 들린다.
'야 김이병! 빨리 안걸어! 너때문에 뒤에 다쳐지잖아 새꺄!'
뒤를 돌아보니 어느덧 나와 10여미터는 뒤쳐져있었다. 나는 느릿느릿 다시 내려가서 김이병 옆에서 같이 발을 맞추며 나란히 걸었다. 나의 등장으로 긴장한 김이병은 마지막 젖먹던 힘까지 최선을 다하며 한걸음 한걸음 내딛기 시작했다.
'2분대 군가한다, 군가, 멋진 김이병! 군가 시작! 하나 둘 셋 넷!'
멋있는 김이병 많고 많지만~! 누가?
바로 내가 김이병 멋진 김이병! 어떻게?
싸움에는 천하무적 사랑은 뜨겁게~ 사랑은 뜨겁게~
바로 내가 사나이다 멋진 김이병!
그렇게 시작된 군가는 우리 분대를 넘어 소대로, 중대로 퍼져나갔다. 우리의 김이병 감동먹었다. 울면서 올라간다 ㅜㅜ
이윽고 당도한 정상, 그곳에 포사격장이 있다. 작년에는 그곳에서 라면을 먹으며 휴식을 취했는데, 이거 뭥미! 쉬지 않고 계속 간다. 분명히 뭔가 잘못 되었다. 이곳에서 라면 먹을 타이밍인데 왜 가는거지. 왜! 왜! 왜!
그렇게 6시간을 꼬박 걸어서 도착한 곳은?
아까 6시간전에 힘차게 출발한 유격장이다 ㄷㄷㄷ
결국 다시 원점이다. 그 곳에서 라면을 먹고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다시 도마치고개를 향해 올라간다! 아나! 미친거 아냐! 작년에는 헐떡고개를 기점으로 더이상 오르막길없이 좀 걷다가 주둔지로 복귀했는데, 올해는 도마치고개 한번 더 찍고 절골를 통해 복귀한단다.
결국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주둔지에 복귀했다. 위병소앞에서는 사단군악대의 연주가 울려퍼지고 대대 간부들과 잔류병사들이 나와서 환영해주고 있다. 이 맛에 군생활하는 것이다!
그렇게 대망의 2006년 유격훈련이 무사히 끝났다.
그로부터 며칠후 대대취사장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후임하나가 와서 말한다.
'가츠병장님~ 지금 취사지원 나온 애들중에 저번에 가츠병장님 주기 뜯어간 조교도 있습니다!'
오호라~ 그넘이 취사지원중이라 말이지! 여기서 취사지원이란, 최악의 낙후된 시설을 자랑하는 2대대는 취사장 시설도 매우 미비하다 일반적으로 자기가 먹은 식판은 자기가 씻지만 우리 대대 취사장은 씻을 곳조차 없어서 매일 대대 한개 분대가 내려와서 대대원 전체의 식판을 몰아서 씻는다.
출구로 나가면서 자기가 먹은 식판을 취사지원인원들에게 건네주는 것이다. 그래서 다들 기왕이면 깨끗하게 먹고 준다. 취사지원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
그날 메뉴는 불고기였다. 불고기에는 야채와 된장이 나온다. 가츠는 다시 식판을 들고 배식받는 곳으로 돌아가 된장을 아주 듬뿍 퍼담았다. 그리고 정성스레 고루고루 식판에 펴발랐다. 식사를 마치고 나가면서 나는 방긋방긋 웃으며 그 조교에게 내 식판을 주며 한마디 했다.
'아저씨 수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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