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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따끔하실 거예요!"
친절한 교수는 나에게 마취 주사를 놓아 주었다. 지금 이 곳은 부산대학교 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진료실, 나는 쥐 죽은듯이 진료대 위에 누워있고, 양 옆으로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 가는 날이 장 날인가? 귀여운 여학생들이 견학하러 왔다.
카메라를 안 가져온게 후회된다. 이 와중에도 사진 찍을 생각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니 옅은 미소가 나왔다. 미소가 끝나기도 전에 교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크게 아~ 하세요!"
"아~!"
그렇게 발치 수술은 시작되었다. 교수는 연신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와 견학생들에게 대화를 주고 받으며 수술을 하였다. 그러나 즐거운 대화도 잠깐이었다. 생각보다 깊숙이 위치한 사랑니 때문에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있었지만, 충분히 상상되었다.
째고, 깨고, 갈고, 긁고, 뽑고 입 속은 피바다가 되어 있겠지? 한참동안 말이 없던 교수는 그제서야 만족스런 웃음 지으며 입을 열었다.
"뿌리가 하나 더 있군요! 무사히 다 뽑았습니다!"
"짝짝짝!"
"하하 나만 더운가? 평소 땀 잘 안 흘리는데 이상하군!
견학생들의 의식한 것 일까? 교수는 현란한 손놀림으로 엣지있게 잇몸을 꼬매 주었다. 30분에 걸친 사랑니 발치는 그렇게 끝났다. 혈관 주사를 비롯하여 총 3방의 주사를 더 맞고서야 무사히 병원을 나올 수 있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약국에 들러 약을 구입하였다. 알록달록한 알약은 무척이나 먹음직스러웠다. 마취가 풀리기 전에 냉큼 먹어야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빨리 집에 가야된다. 고속도로로 진입한 나는 광속의 질주를 시작하였다. 코너링을 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아아악!"
너무 힘을 준 탓일까? 쌉쌀한 피맛이 느껴졌다. 간호사 누나가 피가 나오면 뱉지 말고 꼬박꼬박 다 삼키라고 하였다. 연신 나는 꼴딱거리며 피를 삼켰다. 그렇게 얼마나 먹었을까? 저 멀리 우리집이 보이고 있다.
본죽에 들어가니 사장님이 나를 유심히 바라 보았다. 오랫만에 죽을 사러 와서 그런지 메뉴가 생소하였다. 무엇을 먹어야할까? 메뉴판을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치과 다녀오셨나봐요?"
"어..어더게 아서어요? ㅜㅜ"
"후훗 얼굴 부었어요! 당신을 위해 준비했어요! 게살치즈죽 고고!"
약이랑 죽을 챙겨 들고는 집으로 돌아 왔다. 쇼파에 멍하니 앉아, 담배 한 개비가 너무나 간절하다. 술과 담배를 절대 하지 말라며 신신당부하던 간호사 누나의 얼굴이 떠오른다. 서서히 마취가 풀리고 있는 느낌이다. 더 이상 깨어있는 건 위험한 행동이다.
이제 자야겠다...
추천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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