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자고 일어나! 밥 먹자!"
평소 같으면 밥그릇만 들어도 귀신같이 알아차리고는 헬기 프로펠러처럼 꼬리를 흔들기 마련이거늘 오늘따라 별 반응이 없었다. 정말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하지만 사료 냄새를 맡으면 신이 나서 달려오겠지?
아니나 다를까? 밥그릇에 사료를 담기 시작하자 냉큼 일어나 자리를 잡았다. 역시 꼬미는 타고난 식탐대마왕이다. 그런데 평소와 달리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앙앙! 입맛이 없어요!"
"레알? 말도 안돼!"
"앙앙! 안 먹을 거예요!"
"배가 불렀구만! 불렀어!"
원래대로라면 밥그릇을 놓자마자 숨도 쉬지 않고 폭풍 흡입을 해야 정상이거늘 그저 멀찌감치서 빤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순간 6개월이 훌쩍 넘은 말티즈 강아지 꼬미가 드디어 자율급식을 터득한 줄만 알았다. 강아지에 따라 다르지만 커가면서 자연스레 스스로 식사량을 조절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앙앙! 절대 안 먹을 거야!"
한 끼 정도는 안 먹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기에 그냥 놔뒀다. 배가 고프면 어련히 알아서 먹을테니 말이다. 그런데 아침, 점심, 저녁까지 꼬박 하루를 아무 것도 먹지 않는 것이 아닌가?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께달았다. 사실 평소 간식을 많이 먹는 강아지들은 사료보다 훨씬 맛있는 간식을 얻어 먹기 위해 일부러 금식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심장이 안 좋은 꼬미는 두부나 당근, 개껌 같은 것을 제외하고는 일체 간식을 주지 않았다. 고로 꼬미에게 사료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간식인 셈이다. 실제로 샘플로 받은 사료들을 훈련용 간식으로 이용하고 있다. 일명 사료의 간식화라고나 할까?
"으음! 장염 증상이 보이네요!"
결국 꼬미의 전담 주치의가 있는 구로종합동물병원으로 직행하였다. 동물병원에는 총 3명의 수의사 선생님이 계시는데 모두 저마다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언제 시간이 되면 자세하게 이야기 하도록 하겠다. 지금은 아픈 꼬미에게 집중해야 될 때이다.
평소 깔끔함의 극을 보여주는 꼬미였지만 진료를 받는 도중 나 진짜 아파 모드를 발휘하며 설사까지 하였다. 그제서야 정말 꼬미가 아프다는 것을 실감하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데려왔을텐데 말이다.
원장님께서는 장염 증세가 보인다며 특별식과 약을 처방해주셨다. 실제로 모니터를 통해 본 결과 세균의 수가 증가하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랑받는 마음을 듬뿍 담아 준비한 하트 특별식!"
집으로 돌아와 사료 대신 특별식을 밥그릇에 담아 주었다. 일반적인 건조 사료와는 달리 캔에 담겨 있는 특별식은 마치 참치 통조림 같았다. 이 마저도 먹지 않으면 답이 나오지 않기에 준비하면서도 걱정 반, 기대 반 이었다.
"앙앙! 신세계를 맛보았어요!"
아무리 아파도 훈련은 열외할 수 없다. 엎드려와 기다려를 충실히 수행하고 먹어를 명령하는 순간 꼬마는 맛있게 특별식을 먹기 시작하였다. 정말 내가 먹는 기분이랄까? 맛있게 먹는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앙앙! 이제 자주 아파야겠어요!"
"죽을래? 잔머리 굴리지 마!"
"앙앙! 이게 다 아빠한테 배웠어요!"
"............."
"앙앙! 너무 써요!"
특별식을 먹고 다시 식욕을 되찾은 꼬미는 약도 맛있게 먹을려고 도전하였으나 생각보다 쓴 맛에 깜짝 놀라 뒷걸음질 쳤다. 결국 꿀에 약을 섞어 주었다.
이처럼 강아지도 사람처럼 장염과 같은 질병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에 항시 주의하여야 한다. 오염된 물이나 물질을 섭취하였을 때 나타나는 살모네라성 장염과 캠필로 백터성 장염 뿐만 자칫 생명까지 위태로운 파보 바이러스성 장염 등 종류도 다양하다.
다행히 꼬미의 경우에는 단순 스트레스성 장염일 가능성이 높았다. 아마 최근 외출이 잦아서 그런가보다. 보통의 강아지라면 외출하는 것을 무척 좋아라 하겠지만 꼬미처럼 사회성이 부족한 경우 낯선 강아지들과의 만남은 곧 스트레스 요인이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이제 밥 잘 먹는 착한 어린이가 되도록 합니다! 알겠습니까?
앙앙! 걱정마세요! 이제 다 나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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