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완연한 이대 앞!"
바야흐로 겨울이 가고 봄이 성큼 다가왔다. 겨우내 오피스텔에서만 지낸 꼬미를 데리고 산책을 나왔다. 하지만 내가 사는 신도림에는 꼬미와 같이 들어갈 수 있는 카페가 없기 때문에 이대 앞까지 나와야만 했다. 물론 강아지들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애견카페는 오피스텔 주변에도 있지만 자칫 겁쟁이 꼬미가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을까봐 오늘은 가볍게 산책만 하기로 하였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바로 요즘 뜨고 있는 라떼킹이었다. 블루빈커피컴퍼니의 프랜차이즈로 운영 중인 라떼킹은 합리적인 가격과 개성있는 메뉴 그리고 아기자기한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커피전문점이다.
"강아지 OK 고양이 OK 외계인 OK 벌레 NO 유령 NO"
특히 기존의 커피전문점과는 달리 라떼킹은 강아지,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의 출입이 자유로운 Pet Friendly Cafe이다. 사실 대한민국은 커피공화국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거리마다 커피전문점이 넘쳐난다.
하지만 꼬미를 키우고 있는 나에게는 야외 테라스 외에는 이용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라떼킹을 찾아 한강을 건너 이대 앞까지 온 것이다.
"앙앙! 저는 밖이 좋아요!"
처음 방문한 라떼킹이 낯선지 꼬미는 좀처럼 들어갈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을 좋아하는 꼬미는 이내 매장 안에 있는 여대생들을 발견하고는 깡총거리며 뛰어들어갔다.
요즘 꼬미와 산책을 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암컷 임에도 불구하고 여자사람을 무척 잘 따른다는 것이다. 그것도 젊은 여자사람을 말이다. 주인인 나로서는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하지만 여친님이 바로 옆에 계셨기 때문에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으로 일관하였다.
"펫티켓을 꼭 지켜주세요!"
라떼킹은 반려동물 뿐만 아니라 일반 고객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이다 보니 행여 발생할 수 있는 마찰을 줄이기 위해 위와 같은 펫티켓이 안내되어 있었다. 매장 안에서는 안전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반드시 목줄이나 가슴줄을 착용하여야 하며 동반한 반려동물의 대소변은 주인이 직접 치운다. 또한 주인이 자리를 비울 수 없으며 겁이 많아서 물거나 심하게 짖는 강아지는 출입이 제한된다는 내용이다.
나 역시 강아지를 키우고 있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되기에 늘 조심하고자 한다. 다행히 꼬미는 말티즈 답게 사람을 잘 따르고 물거나 짖지 않는 성격이라 데리고 다니기 수월한 편이다.
"앙앙! 저도 컨디션 라테 한 잔 주세요!"
시원한 아메리카노와 라떼킹이라는 이름에서처럼 최고의 베스트셀러인 컨디션 라떼를 주문하였다. 특히 컨디션 라떼는 지리산 토종 벌꿀이 들어가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었다. 이 밖에도 엄선된 국산 토판 천일염이 들어간 소금 라떼와 와사비 라떼. 홍삼 라떼 등 개성있는 메뉴가 나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꼬미는 브런치 중!"
아쉽게도 반려동물을 위한 메뉴는 아직 개발 중이었다. 그래서 미리 준비해간 간식을 먹고 있는 꼬미, 하지만 분위기 만큼은 여느 브런치 부럽지 않다.
"두둥! 밤톨만한 스피치 등장!"
얼마나 지났을까? 매장 분위기에 완벽 적응한 꼬미는 마치 제 집인 양 평화롭게 놀고 있었다. 그러나 평화도 잠시 매장 안으로 훈남훈녀 커플이 들어왔다. 그들이 키우고 스피치와 도베르만도 함께 말이다.
특히 스피치의 경우에는 꼬미에 반도 되지 않는 작은 체구로 살아있는 솜뭉치를 보는 듯 하였다. 실제로 이름도 뭉치였다. 도베르만의 경우에는 이제 고작 2개월 밖에 되지 않은 아가였지만 특유의 포스와 크기가 매장 내 분위기를 압도하였다.
"얼음이 되어버린 꼬미!"
늘 혼자서만 지낸 꼬미는 아직 다른 개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아니 극도로 긴장하고 무서워한다. 이는 전형적인 사회성 부족으로 최대한 자주 접하면서 스스로 극복하는 수 밖에 없다. 내심 나로서는 다른 강아지들의 등장이 너무나도 반가웠다. 물론 꼬미는 달갑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멍멍! 나는 뭉치라고 해!"
"크릉크릉! 저리가!"
"멍멍! 같이 놀자!"
"크릉크릉! 싫어! 따라오지마!"
"앙앙! 가방에 들어갈래요!"
급기야 줄행랑을 치더니 애견가방 안으로 들어갈려고 낑낑거리는 꼬미이다. 하지만 지금 친해지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소심하고 겁 많은 강아지로 살아가야 하기에 애써 모른 척하였다.
결국 꼬미는 모든 것을 체념한 채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스피치와 도베르만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기에 이르렀다.
"친해지기 대작전!"
그렇게 한동안 매장 안에서는 여친님과 훈남훈녀 커플의 합동 공세로 본격적인 친구 맺기 대작전이 펼쳐졌다. 장난감과 간식으로 온갖 유혹을 다해 보았지만 꼬미는 여친님 곁을 떠나지 않았다.
문득 사진 속의 도메르만이 쓰고 있는 고깔모자의 정체가 궁금하였다. 알고 보니 귀를 쫑긋 세우기 위해 임시로 씌어놓은 것이라고 하였다. 나중에 성견이 되면 정말 늠름할 듯 하다. 그나저나 우리 왕따는 이제 어떡하면 좋을까?
"누가 봐도 왕따 같은데?"
"..........."
그렇게 각 잡힌 헌병 마냥 꼼짝도 하지 않던 꼬미도 차츰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물론 세상에서 가장 소심한 동작으로 말이다. 그래도 차츰 나아지는 거 같아 다행이다. 앞으로 자주 오면 언젠간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어쨌든 분위기 좋고 맛있는 커피가 있는 라떼킹으로 오길 정말 잘한 것 같다. 물론 소심한 꼬미를 위해서도 강아지들이 많은 애견카페 보다는 한결 조용한 이 곳이 훨씬 더 좋을 것이다.
이제 라떼킹은 꼬미의 아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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