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퀘벡 시티!"
퀘벡 시티에서의 둘째날이 밝았다. 그동안 운이 너무 좋았던 걸까? 벤쿠버부터 몬트리올까지 여행을 하는 동안 정말 화창한 날씨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몬트리올부터 간간이 부슬비가 내리더니 급기야 퀘벡 시티에서는 빗줄기가 굵어졌다. 무엇보다도 비가 오는 날에는 무거운 DSLR 만큼이나 걸리적거리는 물건도 없다.
마음 같아서는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휴식을 취하며 거리의 풍경을 담고 싶었지만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사실 퀘벡에서는 정해진 스케쥴이 따로 없었다. 그저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가이드 새런에게 부탁하기만 하면 되었다. 이 때까지만 하여도 퀘백 시티 외곽에 위치한 몽모랑시 폭포 공원은 전혀 나의 관심대상이 아니었다.
일단 불과 일주일 전, 세계 최고의 폭포로 불리우는 나이아가라 폭포를 알차게 둘러 보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헬기까지 타고 말이다.
"지금 몽모랑시 폭포 무시하는 거임?"
하지만 그것은 나의 판단 미스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몽모랑시 폭포는 나이아가라 폭포보다 나에게 훨씬 큰 감동을 주었다. 무어랴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심장의 떨림이랄까?
"그럼 지금부터 몽모랑시 폭포의 위대함을 만나러 가보자!"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한 해 중 이 때가 가장 물의 유입량이 많은 시기라고 하였다. 퀴벡 시티에서 북동쪽으로 약 7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몽모라시 폭포는 몽모랑시 강이 세인트로렌스 강으로 연결되는 지점에 자리잡고 있다.
특히 높이만 본다면 나이아가라 폭포보다 약 1.5배나 높은 83m의 엄청난 낙차를 자랑하고 있다. 이는 빌딩 40층에 해당되는 높이다. 덕분에 몽모랑시 폭포의 용소의 수심은 자그마치 17m나 된다. 여기서 용소란 폭포수가 떨어지는 바로 밑에 있는 깊은 웅덩이를 의미한다.
몽모랑시 폭포의 이름은 1613년 프랑스의 탐험가인 사뮈엘 드 샹플랭이 당시 뉴프랑스 지역의 총독이었던 몽모랑시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다. 그 후 지금은 관관명소로 개발되어 이 일대는 우리나라 국립공원처럼 몽모랑시 폭포 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폭포를 구경하기 위해서는 차량을 이용하여 한번에 올라가거나 다양한 각도로 폭포를 바라볼 수 있는 계단 그리고 멋진 케이블카 등이 있다. 나의 경우에는 차량을 타고 올라가서 내려올 때는 케이블카를 이용하였다.
"이대로 빨려들어갈 것만 같아!"
아슬아슬한 다리 위에서 바로 내려다 보는 폭포는 아찔함 그 자체였다. 막상 당시에는 촬영에 집중하느라 몰랐는데 지금와서 돌이켜 보면 정말 위험천만한 순간이었다.
한 손에는 우산, 한 손에는 카메라를 들고 까치발을 한 채 한없이 떨어지는 폭포수를 향해 온 몸을 내던질려고 하였으니 말이다. 자칫 바람이라도 심하게 불었다면 들고 있던 우산으로 인해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어쩌면 어렸을 때 상상만하였던 우산 들고 뛰어내리기를 이 곳에서 몸소 실천할 뻔 하였다.
"거역할 수 없는 대자연의 위엄!"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최대한 입을 크게 벌리고 진심어린 탄성을 내뱉는 것이 전부였다. 그 누구도 무지막지한 위력을 자랑하며 떨어지고 있는 폭포수를 간섭할 수 없을 것이다. 아니다. 정정하겠다. 우리나라에는 분명 간섭할 수 있는 고귀한 분이 계신다. 그래서 정말 다행이다. 이 곳이 캐나다라서 말이다.
"강 위를 가로지르는 케이블카!"
날씨만 좀 더 좋았다면 분명 폭포 주변으로 조성되어 있는 다양한 산책로를 따라 내려갔을 텐데 아쉬웠다. 하지만 케이블카 또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저 멀리 나를 태우고갈 케이블카가 들어오고 있었다.
"유리창 떼주시면 안되요?"
"으응? 왜?"
"습기가 차서 아무것도 안 보여요!"
"쯧쯧! 떼도 안 보인단다!"
"............."
물론 유리창은 절대 뗄 수 없는 구조이다. 비가 계속 내려서 그런지 폭포 주변은 온통 짙은 안개로 가득하였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공에서 오로지 케이블만이 나를 안내해주고 있었다. 마치 우리네 인생사처럼 말이다.
"하지만 인생은 절대 혼자가 아니다!"
우리에게는 소중한 가족이 있다. 언제나 나의 편이 되어주는 그들이 말이다. 게다가 누구보다도 뜨거운 열정도 있지 아니한가. 여튼 여행의 막바지에 만난 몽모랑시 폭포는 나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었다.
훗날 가족들과 꼭 한번 다시 찾아오고 싶다. 사랑하는 부모님과 하나 뿐인 남동생의 가족들 그리고 나의 식구들이 오순도순 정답게 케이블카에 타고 있을 장면을 상상하니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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