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앙! 여기가 어디예요?"
설연휴를 하루 앞두고 서둘러 고향으로 내려갔다. 특히 이번에는 귀여운 나의 말티즈 강아지 꼬미와 함께 떠났기에 어느 때보다 설레였다. 지금까지 외출이라고는 고작 5분 거리에 있는 동물병원 밖에 가지 않은 꼬미였기에 한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하였다. 특히 강아지도 사람처럼 멀미를 한다고 하여 아침도 평소보다 4시간이나 일찍 먹고 밤새 폭풍 놀아주었다.
"앙앙! 제발 잠 좀 자게 해주세요!"
"안돼! 기차에서 기절할 수 있도록!"
영등포역을 출발한 KTX는 신경주역까지 약 2시간 40분이 소요된다. 서울역에서 탑승하면 2시간만에 갈 수 있지만 영등포에 정차하는 KTX는 수원을 경유하다 보니 좀처럼 제 속도를 내지 못하였다. 다행히 나와 밤새 논 꼬미는 탑승과 동시에 풀취침 모드였다. 정말 도착할 때까지 죽은듯이 잠만 잤다.
"웰컴 투 경주!"
그렇게 무사히 고향집에 도착한 꼬미는 잠시 방 안을 경계하며 휴식을 취하였다. 하긴 평생을 오피스텔에서만 지냈으니 거대한 고향집은 분명 신세계였을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앙앙! 적응 완료!"
어색함도 잠시 이내 원기왕성하게 집 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냄새를 맡기 시작하였다. 꼬미를 처음 본 부모님은 마냥 예뻐보이는지 마치 태어나지도 않은 손주를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꼬미 역시 부모님의 냄새가 마음에 드는지 연신 초특급 애교모드로 사랑을 독차지하였다. 이때부터 근 6개월만에 고향에 온 장남은 철저히 찬밥신세가 되었다.
"앙앙! 나에게 불가능은 없다!"
식탐대마왕 꼬미에게 좁은 틈 따윈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요리조리 틈새를 파고들며 온 집 안을 뛰어다니는 꼬미, 혹시라도 땅에 떨어진 콩고물이 있나 싶어 쉴 새 없이 코를 킁킁 거렸다.
"앙앙! 배고파요!"
누가 보면 만날 굶기는 줄 알겠다.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인 무뚝뚝한 아버지께서도 이런 꼬미가 안쓰러운지 드시던 과일을 줄려고 하셨다. 하지만 아직 꼬미는 사람이 먹는 음식을 먹으면 안되기에 챙겨온 껌을 가방에서 꺼내 주었다.
"앙앙! 할아버지 빨리주세요!"
"요녀석! 정말 귀엽네!"
역시 음식 앞에서는 한없이 착해지는 꼬미, 시키지도 않았는데 앉아서는 냉큼 손부터 내밀었다. 이거 잘하면 세배를 연습시켜 세뱃돈도 두둑하게 받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여담이지만 그 날 밤부터 부모님 몰래 폭풍 엎드려 연습을 시켰다. 하지만 정작 설날 아침에는 풀취침한 꼬미...
"앙앙! 할아버지 최고!"
사실 어렸을 때부터 강아지 강아지를 입에 달고 살 정도로 부모님께 사달라고 졸랐다. 하지만 직장생활로 바쁘신 부모님께서는 번번히 안된다고 하셨다. 또한 부모님의 평소 성격을 비추어 보아 털 날리고 손이 많이 가는 강아지를 절대 좋아하실 것 같지도 않았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고향에서 보낸 일주일동안 꼬미는 오로지 부모님과 동고동락하였다. 밥도 배변패드도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어머니께서 도맡아 챙겨주셨다. 행여 주인인 내가 밥이라도 한번 줄려고 하면 귀신같이 나타나셔서 직접 주실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자랑하셨다.
"앙앙! 그동안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급기야 꼬미까지도 부모님에게 푹 빠진듯 하였다. 나는 본체만체하며 오로지 부모님만 졸졸 따라다니는게 아닌가? 문득 말년병장을 사랑을 독차지 받는 기고만장한 이등병이 생각나는구나. 이제 서울에 올라가면 뒷감당은 어떻게 할려고 쯧쯧....
그렇게 달콤한 설연휴는 끝이 났다. 서울로 다시 올라오는 날, 이제 떠나야 하는 것을 눈치 챈 꼬미는 어머니 품에서 좀처럼 나올려고 하지 않았다. 어느새 어머니께서도 눈가가 촉촉히 젖어들며 애써 꼬미를 나에게 내어 주었다. 심장이 약한 꼬미에게 맛있는 간식을 많이 주지 못한게 내내 마음에 걸리셨나 보다.
고향집 현관문을 나설 때부터 지금 이 시간까지도 쉴 새 없이 카톡을 날리시며 꼬미의 안부를 묻고 계실 정도이다.
"앙앙! 아빠! 나 경주에서 살면 안되요?"
"응! 안돼!"
"............"
앙앙! 할아버지! 할머니! 기다리세요! 혼자서라도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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