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20대!"
1983년생인 나는 올 겨울을 마지막으로 파란만장하였던 20대를 마무리하게 된다. 분명 엊그제 고등학교를 졸업한 것만 같은데 말이다. 마침 세종문화회관에서 과거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멋진 전시회가 열린다고 하여 냉큼 출동하였다.
"여기는 대한민국 1970KHz"
서울시가 후원하고 근대문화연구협회와 경향아트가 함께 진행하는 이번 전시회는 추억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시간 여행이 주된 테마이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온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부모님 세대의 생활상이 고스란히 재현되어 있었다. 80년대를 살아온 나에게는 생소한 것도 무척 많았지만 다행히 경주 촌놈인지라 낯익은 풍경도 제법 만날 수 있었다.
"미니스커트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그때 그시절!"
지금은 당최 눈을 어디에 둬야할 지 부담스러울 정도로 시원한 패션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불과 몇십년 전만 하여도 우리 사회는 많은 것이 통제되고 있었다. 두발단속, 복장단속, 통금시간 등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들이 너무나도 당연한 시절이었다.
"우리 문화의 뿌리를 찾아가는 여정!"
지금은 좀처럼 만나볼 수 없는 연탄가게, 구멍가게, 이발소, 만화방이 줄지어 위치한 골목길부터 정겨운 교실의 풍경, 이 밖에도 당시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영화, 음반, 음악 등 흥미로운 소재와 아이템이 가득하였다.
"기억난다 기억나!"
문득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는 한 여성이 눈에 띄었다. 다름아닌 그녀의 정체는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여성가족부 김금래 장관이었다.
얼마전 영화 도가니로 인해 온 세상이 발칵 뒤집혔다. 여성가족부 김금래 장관은 바로 그 시기에 취임하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관련 법안 및 재발방지 대처, 여성가족부 차원의 성범죄 예방교육과 관리, 감독 등 사회적 시스템 마련을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내가 전시회에 온 또다른 이유는 바로 그녀에게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네티즌 사이에서 여성가족부의 이미지는 전 부처를 통틀어서 감히 청와대 다음으로 최악이라 할 만큼 엄청난 안티군단을 보유하고 있다. 바로 그 정점에 있는 내용 중 하나가 얼마 전부터 시행되고 있는 게임 셧다운제이다. 나는 게임 셧다운제에 관한 그녀의 의견을 직접 듣고자 이 자리에 참석한 것이다.
"여성, 청소년, 다문화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그녀는 핵심 추진 정책으로 도가니 사건 재방 방지와 더불어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여성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참고로 현재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인원 중 여성은 최근 취임한 환경부장관과 여성가족부 김금래 장관 뿐이라 하니 우리 사회가 아직 여성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 또한 엄연한 사실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같은 정책을 다루어도 분명히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을테니 말이다.
"지금부터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문득 나의 20대의 돌이켜 보면 뿌듯하고 소중한 순간보다 아쉽고 안타까운 추억들이 더 많은 거 같아 씁쓸할 따름이다. 특히 한창 미래를 위해 자기계발을 하여도 부족할 시기에 온라인 게임이라는 치명적인 악마의 유혹에 빠져 몇 해를 허송세월로 넘긴 거 같아 지금도 무척이나 후회스럽다.
분명 당시에는 나의 선택이기에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 자신만만하였지만 말이다. 돌이켜 보면 역시 몹쓸 짓이었다. 자랑은 아니지만 나의 게임중독은 꽤나 심각한 수준이었다. 일례로 2001년 수능 당일, 당시 최고의 기대주라 평가받았던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가 새벽 시간을 틈타 전격 오픈되었다. 결국 나는 밤새 게임을 하고 수능을 치러 갔을 정도로 열렬 게임 마니아였다. 말이 좋아 마니아이지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미치지 않고서야 가당키나 한가?
2010/03/10 - [생각하는 악랄가츠] - 당신은 게임중독입니까?
이처럼 게임중독에 빠지게 되면 마냥 그 순간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즐거워진다. 게임을 제외한 모든 것은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예전에 작성한 글만 보아도 게임 중독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잘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여성가족부가 시행하고 있는 게임 셧다운제를 절대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12시가 되면 신데렐라가 되어야만 하는 게임 셧다운제!"
현재 여성가족부가 시행하고 있는 게임 셧다운제는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인터넷게임을 제공할 수 없고 청소년들을 접속을 차단하는 것이 주된 골자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경우에는 16세 미단 청소년의 보급률이 낮아 심각한 우려가 없다는 관계부처 등의 의견을 반영하여 2년간의 유예기간을 두었으며 콘솔기기의 경우에는 추가비용이 요구되는 경우에 대해서만 셧다운제를 적용하기로 하였다.
또한, 비영리를 목적으로 제공되고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는 일부 게임물에 대해서도 셧다운제 적용을 유예하기로 하였다. 이는 플래시게임, PC패키지 게임 중 일부도 이에 속하며 이들 기기 및 게임물에 대해서는 2012년 11월 19일까지 실시하는 평가를 통해 셧다운제 적용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한다.
"그럼 구슬치기도 이제 새벽에 못하는 건가요?"
"하라고 해도 안 할 걸?"
다시 한번 말하지만 온라인 게임에 경우에만 해당된다. 하지만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형평성, 공정성 등 매끄러운 구석이라고는 당최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지금과 같은 반발은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이다.
나 역시 IT를 선도하고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이러한 법안이 나올 수 있는지 그저 황당할 따름이었다. 다행히 지금은 게임을 하지 않고 16세는 커녕 30세를 앞두고 있기에 그런가보다 싶은 정도이지만 만약 내가 중학생이었다면 당장이라도 여성가족부를 찾아가 목숨을 건 투쟁을 펼치지 않았을까 싶다.
"게임의 주적!"
예로부터 학교와 군대는 자타공인 게임의 주적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학교는 가끔 땡땡이를 치거나 아프다는 핑계로 빠질 수 있었지만 군대는 진정 끝판대장이었다. 예전 글에서도 언급하였듯이 군대야말로 나에게 게임중독을 벗어나게 해 준 최고의 극약 아니 보약이었다.
물론 가끔 뉴스를 보면 군대에서도 게임을 미치도록 하고 싶어 탈영을 감행하는 멋진 용사들이 하나 둘씩 등장하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학교와 군대를 모두 초월하는 강력한 정부가 게임의 주적이 되어버렸다.
이 같은 강제적 수단을 동원한 게임 셧다운제는 전 세계에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물론 몇몇 국가에서 비슷하게 시행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모두 유명무실한 상태이다.
"부모를 대신해 우리가 욕을 먹겠습니다!"
여성가족부 김금래 장관은 나의 질문에 위와 같이 대답하였다. 물론 그녀 역시 처음 게임 셧다운제를 접하였을 때는 나와 같은 생각이라고 하였다. 무슨 게임 하나를 하는데 있어 정부가 나서서 강제적으로 차단까지 해야 되나? 라는 의문을 가지며 말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게임중독에 관한 실상을 면밀히 파악하고는 앞 뒤 가릴 것 없이 시행하기로 마음을 다잡았다고 하였다.
게임이 하고 싶어 부모를 때려 죽이는 아이, 게임에 빠져 아기에게 밥을 주지 않아 결국 굶겨 죽인 신혼부부 등등 게임중독의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참혹하고 끔찍하였다고 한다. 더불어 게임 셧다운제가 시행되자 부모님 세대들에게 전폭적인 지지와 응원을 받고 있다며 게임을 못하게 하여 아우성인 아이들의 원성을 차라리 정부가 달게 받겠다는 결정이었다.
"게임 셧다운제! 약일까? 독약일까?"
사실 그녀의 대답에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렇다고 딱히 할 말도 없었다. 나 역시 학창시절 어머니와 하루가 멀다하고 게임 때문에 피터지게 싸웠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를 얼마나 원망했는지 모른다.
물론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 게임문화산업의 위기, 자율권 보장 등 다양한 부작용이 야기될 수 있는 게임 셧다운제이지만 정부가 나서서 부모 대신 욕을 먹겠다고 하는데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또한 현장에 있는 부모님 세대들은 전원 게임 셧다운제에 대한 그녀의 대답에 적극 지지하고 찬성하고 있었다.
"확고한 여성가족부의 의지!"
여성가족부 김금래 장관을 만나기 전까지만 하여도 게임 셧다운제는 앞선 시행한 국가들처럼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유명무실해질 것으로 예상하였다. 하지만 게임중독에 관한 그녀의 생각과 여성가족부의 입장을 듣고 나니 오히려 게임 셧다운제는 더욱 체계적이고 강력하게 시행될 것만 같았다. 그녀 역시 여성가족부 장관임에 앞서 한 가정의 어머니이기에 아이들에게 위해가 될 수 있는 문제는 애시당초 원천봉쇄하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끝으로 그녀는 게임 셧다운제를 무조건 나쁘게만 보지 말고 PC방, 당구장, 노래방 등 밤 10시가 되면 청소년의 출입을 금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봐주면 좋겠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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