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지난 주, 게임중독에 빠진 부부가 자신의 딸을 죽게 방치한 사건이 전국을 떠들썩하게 하였다. 관련 기사를 접하였을 때, 수많은 누리꾼과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같이 격앙되었다. 마침 어머니와 함께 뉴스를 접하였다. 어머니 또한, 혀를 차며 탄식을 내뱉었다. 그리고 나를 째려보며 말하였다.
"니도 임마! 옛날에 게임할 때 저랬어!"
"헐! 말도 안돼!"
농담삼아 하신 말씀이었지만, 강하게 부정할 수만은 없었다. 사실, 사건을 접하면서도 나는 부부를 비난하는 마음보다 도대체 얼마나 재미있는 게임이었는지 그 것이 궁금하였다. 그리고 절대 있어서는 안될 일이지만, 부부의 행동이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을거라 생각하였다. 위험한 생각인가?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게임 앞에서 너는 결코 당당할 수 없다!"
인정한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공평하게 하루 24시간이 주어진다. 한 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게임에만 할애한 적이 있었다. 아니 많았다. 하루 4시간 자고 공부하면 서울대도 갈 수 있다고 하였지만, 게임 상에서는 4시간 자는 것도 사치였다. 24시간 풀로 하여도 최고가 될 수 없는 곳이 바로 게임이다. 나는 그 곳에서 하는 게임마다 최고가 되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닉네임인 악랄가츠도 게임을 하면서 사용하게 된 것이다.
간혹, 블로그에 달리는 댓글을 보면, 예전에 하였던 게임에서 기억을 하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종종 있다. 잊지 않고 기억해주셔서 반갑기도 하고, 그 때가 떠올라서 혼자 웃기도 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최고가 되고 싶어한다. 물론 개중에는 정말 평범하게 살고 싶어하기도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기왕이면 최고가 되고 싶어한다. 부인하는 자들은 이미 최고가 된 사람들이다.
이런 심리는 게임과도 너무 잘 맞아떨어진다. 그리고 현재 대한민국에서의 게임은 어느새 하나의 뿌리 깊은 문화가 되어버렸다. 예전에는 게임은 게임이고, 현실은 현실이었지만, 지금은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아짐에 따라 게임 또한,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한번은 무협게임을 한 적이 있다. 평소처럼 최고가 되기 위해 누구보다도 열심히 하였다. 밥 먹는 시간, 잠 자는 시간, 심지어 외출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게임 상에서 최고의 무림고수가 되었다. 이 것이 현실과 어떻게 이어지나고 반문하겠지만, 이어지는 게 문제이다. 인터넷 게임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문파를 형성하게 된다. 단 기간에 누구보다도 친해진다. 하긴 하루종일 같이 채팅을 하며 게임을 하니 말이다.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사람들인데, 형, 동생하면서 급격하게 친해진다.
"가츠야! 그만 자고 일어나! 지금 잘 때가 아니야! 쳐들어왔어!"
게임하자고 깨어 주는 남자, 정말 멋지지 않은가? 당시 나는 뭇 남성들의 모닝콜을 받으며 지냈다. 그리고 자연스레 오프라인 모임도 연계된다. 사실, 게임만 죽도록 하는 폐인들이 정상인가? 물론 백수들도 있겠지만, 오히려 정상인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이다. 잘 나가는 사장님, 의사, 예술인 등 자유로운 개인 시간이 보장되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이구 우리 가츠님! 짱입니다요!"
"우리 문파의 수호신이야!"
당시 쥐 뿔 능력도 하나 없는 나에게 쏟아지는 찬사, 달콤하게만 들릴 뿐이다. 진정 나는 강호 무림에서 최고의 고수가 된 기분이다. 평소, 사회생활에서는 좀처럼 경험할 수 없는 대접을 좋아하는 게임만 하면 받을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지금 수많은 사람들이 모니터 앞에서 끊임없이 칼질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혼자만 한다면, 누가 그렇게 열심히 하겠는가? 이 모든게 수요와 공급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옆에서 좋은 말로 달래주고, 때로는 윽박지르고, 정신과 상담을 받는다고 하여도, 그 순간만큼은 도저히 끊기가 어렵다. 세상 모든 근심, 걱정을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말을 해도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바꿔말하면 게임을 하는 사람 또한 마찬가지다.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귀찮은 잔소리일 뿐이다. 그저 게임하는 순간이 제일 행복하다.
"설득할려고 하지마!"
하지만, 게임을 하지 않을 때는 현실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현실 앞에 놓인 자신의 모습은 이루 말할 수 없을만큼 한심하고 처량하다. 그러다 보면, 현실을 부정하고 싶고, 다시 게임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게임을 생각할 때는 다시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다시 컴퓨터 앞에 앉을 수 밖에 없다. 이 것이 바로 게임중독의 본 모습이다. 게임을 하고 있는 자신은 행복하고, 현실로 돌아가면 한심하게 느껴진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행복을 추구하기에, 바로 앞에 놓여 있는, 무척 잡기 쉬운 게임을 주구장창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나마 나는 어렵사리 게임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유학, 군대, 부모님, 친구의 아름다운 4중주 덕분에 말이다. 신기한 사실은 게임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게임을 대체할 만한 또 다른 무언가를 찾으며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야!"
그 순간, 게임에 대한 미련은 말끔히 사라진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은 게임중독과는 전혀 상관 없을 것이다. 게임중독에 빠진 사람이 블로그에 있는 글을 읽고 있진 않을테니 말이다. 그렇지만, 주위에 범상치 않은 중독자가 있다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주어야 한다. 제일 확실한 방법은 게임보다 행복한 것을 손에 쥐어 주어야 한다. 그렇다고 마약같은 것을 건네주면 곤란하다. 건전한 것으로 주어야 한다.
그렇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마약처럼 무섭고, 지금처럼 사회적 이슈가 되는 것이다. TV나 인터넷에서 말하는 내용들은 해결책이 아니다.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예방책일 뿐이다. 나 또한 그들에게 말해 줄 수 있는 것은 딱히 없다. 그러나 마지막 최후는 그들에게 알려 줄 수 있다.
사회에서 버림 받을 것이다. 슬픈 사실은 그들도 스스로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추천 쾅
반응형
'가츠의 게임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소방관이다! 최강의 중독성을 자랑하는 아이폰 게임, 스프링클(Sprinkle) (63) | 2012.02.09 |
---|---|
김금래 여성부장관에게 묻다! 그녀가 말하는 게임 셧다운제 (62) | 2011.12.12 |
LG 옵티머스 3D로 즐기는 안드로이드 최고의 게임, 렛츠골프2 (46) | 2011.08.03 |
가츠의 취재이야기, e스타즈 서울 2010 (129) | 2010.08.18 |
새로운 3D 소설 네트워크 누리엔(nurien) (14) | 2009.04.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