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미에게 봄이란?"
드디어 보일러 배관 공사를 성공리에 마무리하였다. 사실 그동안 추위를 잘 느끼지 않고 어차피 침대에서 잠을 자기에 배관 공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였다. 하지만 새로운 식구인 꼬미를 위해 공사를 하게 되었다. 저녁이 되자 오피스텔 바닥은 후끈후끈 뜨거워지기 시작하였고 꼬미는 뭐가 그리 좋은지 바닥을 침대 삼아 연신 뒹굴거리고 있다.
이제 3개월 차에 접어든 말티즈 강아지, 꼬미는 9월에 태어난 아이이다. 그런 꼬미에게 봄은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이다. 사실 얼마전 예방접종을 하기 위해 꼬미를 데리고 동물병원을 다녀왔다. 그 곳에서 청천벽력같은 진단 결과를 접하였고 지난 며칠은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안타까운 시간의 연속이었다.
"심잡음이 들리는 꼬미!"
일명 PDA라고 불리우는 동맥관개존증, 꼬미는 선천적인 심장 기형을 지닌 채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다. 주로 순종 암컷에게 발병하는 이 증상은 강아지의 수명을 짧게 만든다. 생후 1년을 기점으로 생존률이 50%가 되지 않으며 시간이 지날 수록 위험도는 더욱 커진다고 하였다.
한마디로 언제 터질 지 모르는 폭탄을 가슴 속에 지닌 채 평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물론 수술을 하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지만 성공률이 매우 낮으며 이 또한 수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게 자라주어야 된다는 전제 조건이 따라 붙는다. 수술 역시 고난이도의 수준을 요하며 국내 몇몇 대학병원에서만 가능하다고 하였다.
이처럼 꼬미에게 과도한 운동이나 흥분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고 하였다. 그런 줄도 모르고 매일같이 공놀이하자고 조른 나 자신이 얼마나 원망스러운지 모르겠다.
"꼬미야! 이게 봄이란다!"
"..........."
그래서일까? 밤마다 졸려하는 꼬미를 무릎팍에 앉혀놓고 작업한 여행사진 속의 풍경을 들려주는 재미에 푹 빠졌다. 물론 꼬미는 전혀 관심이 없지만 말이다. 그래도 최대한 꼬미와 자주 놀아주고 안아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꼬미는 어쩔 수 없이 밤마다 지루한 나의 설명을 들어야만 한다.
"아름다운 튤립의 향연!"
어젯밤 꼬미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캐나다의 수도, 오타와에서 만난 튤립에 관한 내용이다. 오타와 최대의 페스티벌 중 하나인 오타와 튤립 축제는 매년 5월에 열리며 이 기간이 되면 도시 전체가 마치 거대한 꽃밭으로 변신한다.
"그림같은 산책로를 자랑하는 퀜 엘리자베스 드라이브"
오타와 도심을 가로지르는 리도 운하를 따라 형성된 퀸 엘리자베스 드라이브를 따라가다 보면 튤립 축제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커미셔너 파크를 만날 수 있다. 아쉽게도 내가 방문한 시기는 축제가 막을 내린지 딱 이틀이 지난 시점이었다. 결국 다채로운 부대행사는 즐길 수 없었으나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튤립은 마음껏 감상할 수 있어 천만다행이었다.
1953년에 처음 열린 오타와 튤립 축제는 네덜란드와 각별한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네덜란드의 줄리아나 공주는 전란을 피해 캐나다 오타와로 피난을 오게 되었다. 훗날 네덜란드 여왕이 된 그녀는 오타와 시민들이 보여준 따뜻한 배려를 잊지 않았고 이에 매년 10만 송이의 튤립을 오타와에 선물하며 고마운 마음을 보답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오타와는 튤립의 본고장인 네덜란드를 제치고 세계 최고의 튤립 축제로 발전하게 되었다.
"아름다움 그 자체!"
30만 송이의 튤립이 심어져 있는 커미셔너 파크를 둘러 보고 있노라면 마치 동화 속의 여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다. 그렇다고 여자가 되고 싶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만큼 감수성이 풍부해지고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답게 느껴진다는 기분이랄까?
"봄을 담아라!"
축제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공원 곳곳에는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여행자들로 붐볐다. 특히 다들 가지고 온 카메라를 조작하며 자신만의 봄을 담느라 분주해 보였다.
"여유로움 그 자체!"
평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원과 주변 산책로에는 나들이 나온 오타와 시민들의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비록 축제가 끝나버려 화려한 불꽃놀이와 튤립 퍼레이드, 패션쇼 등 매력 만점의 부대 행사는 경험할 수 없었지만 대신 캐나다 특유의 여유로움과 평화로움을 만끽할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
얼마나 이야기를 했을까? 꼬미는 어느새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사실 꼬미의 불안정한 심장 박동음이 손 끝을 타고 전해질 때마다 가슴이 메어져 온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이다. 앞으로 얼마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꼬미와의 아름다운 추억을 가득 만들고 싶다.
얼른 봄이 와야 꼬미랑 산책을 하러 갈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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