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안부두에 위치한 여객터미널!"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연안부두로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오늘의 목적지는 백령도, 대청도, 연평도, 덕적도, 자월도, 승봉도, 이작도 등의 서해 도서와 제주도로 출항하는 여객선을 탈 수 있는 인천항 여객터미널이다. 이른 시간 임에도 불구하고 여객터미널은 여행객, 낚시꾼, 섬주민들로 북적였다.
"백령도행 티켓 한 장 주세요!"
인천에서 백령도까지의 거리는 약 190km에 달하며 안전상의 이유로 다소 돌아가다 보니 약 4시간이 소요된다. 운항 편수는 하루에 총 3편으로 시간은 오전 8시, 8시 50분, 오후 1시이다.
그러다 보니 휴가를 복귀하는 해병대원들은 이른 오전부터 배에 탑승하여야만 하였다. 가뜩이나 외진 곳에서 군복무 중인데 휴가까지 제대로 만끽하지 못하는 거 같아 안타까웠다.
"가츠 아저씨! 지각이예요!"
"아저씨 아니야! 형이야!"
"헐!"
이번 여행의 동반자는 다름아닌 군인이 아니라 귀엽고 발랄한 초등학생들로 구성된 서해5도 어린이 탐험대였다.
기존의 어린이 과학동아 기자단으로 구성된 서해5도 어린이 탐험대는 서해바다 특유의 문화와 생태 그리고 역사체험까지 아우르는 프로그램으로 기존에 획일화된 교육에서 벗어나 어린이들이 직접 서해 5도를 방문하여 현장에서 그 지리적 중요성을 배우고 섬의 생태계와 환경을 경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올바른 안보의식을 키운다!"
또한 작년 천안함 침몰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을 계기로 그 어느 때보다 안보의식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기에 우리나라에서 북한과 가장 가까운 지역인 백령도를 방문하는 것 자체가 무척 의미있는 현장교육의 일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선실! 다른 느낌!"
분명 같은 배 임에도 불구하고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하긴 휴가를 복귀하는 군인의 심정과 설레이는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는 아이들의 기분이 어찌 똑같을 수 있겠는가?
우리를 태운 여객선은 서해대교를 지나 서해 최북단 백령도를 향해 힘차게 질주하였다. 사실 가는 동안 아이들이 배멀미를 하지는 않을까? 무척 걱정하였는데 하늘이 돕는지 기상상태가 무척 양호하였다.
"서해 5도에서 1박 2일!"
이번 여행의 전체적인 일정은 첫날 백령도에서 두문진, 중화동교회, 콩돌해안, 심청각, 사곶해안을 둘러보고 둘째날에는 대청도로 넘어가 대청초등학교, 옥죽동해변, 지두리해수욕장을 방문하기로 예정되어 있어 무척 빠듯해 보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이들의 무한체력에 깜짝 놀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즐기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역시 젊음이 최고인 거 같다.
"금강산도 식후경!"
백령도에 들어서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훌쩍 넘었다. 바로 숙소로 이동하여 점심부터 먹기로 하였다. 도시에서 자라는 아이들이다 보니 반찬투정이 심하지는 않을까 염려하였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어찌나 맛있게 먹던지 성인인 나보다도 훨씬 빠른 식사를 끝내고는 이내 나가서 신나게 뛰놀기 시작하였다.
"집에 가고 싶지는 않니?"
"전혀요!"
"으음!"
아이들답게 금세 친해져 제 집 마냥 왁자지껄 떠드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다행히 나는 아이들과 정신연령이 비슷하다 보니 어렵지 않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고 또래 마냥 무척 편안하였다.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그런 눈빛으로 보지마!"
여행 내내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백령도의 유래와 주요 관광지, 지리학적 중요성 등을 상세하게 설명하며 동시에 다양한 미션을 부여함으로써 교육과 재미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을 수 있도록 도와 주었다. 아이들 역시 하나같이 똑똑하고 착하였다.
때로는 나도 모르는 내용들을 곧잘 대답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당당하고 끼가 넘치는 아이들!"
사실 여행을 떠나기 전 초등학생이라고 하면 마냥 철부지 어린아이인 줄로만 생각하였는데 선생님들의 통제도 잘 따르고 중요한 부분은 꼬박꼬박 메모까지 하는 모습에서 진심 감탄하였다.
"대형 태극기 그리기!"
저녁식사를 마치고도 어린이 탐험대의 일정은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선생님과 함께 이 날 둘러본 곳들을 다시 한번 꼼곰하게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는 즐거운 레크레이션과 대형 태극기 그리기를 하고서야 꿈나라로 들 수 있었다.
아무리 봐도 선생님들이 선수이신 거 같았다. 덕분에 아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달콤한 꿈나라로 여행을 떠났다.
"아이들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좋았다!"
비록 1박 2일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사랑스런 아이들과 함께 하여서일까? 그 어떤 여행보다도 많은 아쉬움과 여운이 남았다.
나에게는 무척이나 특별한 가을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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