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도 좋고 죽여도 좋습니다! 평양 아니 실미도에만 보내주십시오!"
"이거 상태가 심각한데? 제발 영화 좀 그만 보라니깐!"
".........."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때는 바야흐로 2003년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거리는 온통 흥겨운 캐럴과 반짝이는 조명, 행복해 보이는 커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하지만 나를 비롯하여 영화관에서 나오는 사람들의 표정은 마치 딴 세계에서 온 거 마냥 하나같이 어둡고 슬퍼보였다.
"한국 영화사상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실미도!"
그 날은 크리스마스 이브이자 대한민국 영화사에 큰 획을 그은 강우석 감동의 영화 실미도가 개봉한 날이기도 하다. 실화를 배경으로 한 실미도는 역대 최초로 1000만 관중을 돌파하며 국내 영화계의 판도를 바꿔버린 작품이다. 그 후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1000만 관중을 돌파한 작품은 아바타, 괴물, 왕의 남자, 태극기 휘날리며, 해운대 등 총 6개에 불과하다.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그 중 절반의 영화가 모두 대한민국 군대를 소재로 다룬 작품이다.
"영화의 흥행으로 때 아닌 관광 특수를 누리게 된 실미도!"
행정구역상 인천광역시 중구 무의동에 속하는 실미도는 그 면적이 7만 5870평으로 섬 중에는 작은 축에 속한다. 또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1999년에 발표된 백동호의 소설 실미도가 나오기 전까지만 하여도 아니 실질적으로는 영화 실미도의 흥행 이전에는 실미도의 존재 조차 알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영화 실미도가 기대 이상으로 크게 흥행하면서 그간 베일 속에만 가려져 있던 684부대와 실미도의 역사를 알게 되었다. 그 덕분에 영화의 주무대였던 실미도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지금은 유명한 관광지로 급부상하였다.
"드넓은 갯벌을 자랑하는 실미해수욕장!"
실미유원지를 들어서면 가장 먼저 2km에 달하는 초승달 모양의 백사장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서해안이 한 눈에 보이는 백사장에서 자신의 차량을 이용하여 오토캠핑을 즐길 수 있다고 하니 무척 신선하였다.
"A형 텐트? D형 텐트?"
"배수로 확실하게 깔 수 있도록!"
백사장 뒷 편으로는 100여년된 아름드리 소나무가 위풍당당하게 바닷바람과 맞서고 있다. 이 곳에서는 상쾌한 산림욕과 텐트야영을 할 수 있으며 매점, 식당, 민박, 노래방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완비되어 있다.
이 밖에도 운동장이 조성되어 있어 축구와 족구등 다양한 운동을 즐길 수 있어 단체 관광객들에게 무척 유용할듯 하다. 실제로 한 쪽에서는 화기애애한 산악회 모임이 한창이었다.
"썰물 때만 출입을 허락하는 실미도!"
실미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바닷물이 빠지는 썰물 시간을 맞춰야 한다. 시기에 따라 시간이 천차만별이기에 방문하기 전 정확한 썰물 때를 확인해야 한다. 사실 큰 섬이 아니기에 둘러보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는 않지만 혹시 모르니 되도록이면 시간을 여유롭게 잡는 것이 좋을듯 하다.
"실미도의 유일한 출입금지 구역!"
바닷가 한 쪽에서는 어민들이 총 출동하여 작업이 한창이었다. 그들 역시 썰물 때만 갯벌에서 해산물를 채취할 수 있기에 한시도 쉬지 않고 손놀림을 바삐 움직였다. 양식장에는 관광객들의 출입이 엄격하게 제한되지만 굳이 양식장이 아니라도 갯벌에서 다양한 해산물을 만날 수 있었다.
"실미도에는 영화 세트장이 있다? 없다?"
정작 들어가는 내내 촬영 세트장이 보이지 않아 의아해 하였는데 아쉽게도 현재 실미도에는 영화 촬영 당시의 세트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미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탈출하는 영상에서 훈련병들이 부대를 남김없이 폭파하는 장면이 나온다. 고로 실미도에는 영화 세트장의 흔적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대신 끝내주는 절경을 만날 수 있다!"
"비겁한 변명입니다!"
"..........."
계속 걸어가다 보면 이 곳이 영화 촬영지였다는 안내판 만이 덩그러니 세워져 있다. 그렇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안내판 뒷 쪽으로 작은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는데 그 길을 통해 실미도 반대편으로 넘어갈 수 있다. 워낙 작은 동산이기에 넘어가는데는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 곳은 정말 신천지였다.
"우와! 자세가 완전 사격하는 거 같아요!"
"후훗! 이래뵈도 제가 공익이지 말입니다!"
".........."
탁 트힌 해변가에서 바라보는 청정한 바다와 주위의 기암괴석를 바라보자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그렇게 한참을 우두커니 서서 바다만 바라 보았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관광 명소가 되었지만 불과 몇십년 전만 하여도 이 곳은 죽음의 훈련장이었다. 백번을 생각해 보아도 성공 가능성이 제로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고 똑같은 게 있다면 변함없이 해변가로 밀려드는 파도소리가 아닐까 싶다.
"이제 육지로 떠나야 할 시간!"
그렇게 1박 2일 무의도 여행은 실미도에서의 일정을 마지막으로 무사히 끝났다. 하지만 돌아오는 여객선 안에서 영화 실미도의 장면이 끊임없이 내 머릿속을 파고 들며 복잡하게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지금도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분단 국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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