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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키면 죽을 지도 몰라!"
"하하! 괜찮아! 마음껏 찍으렴!"
"넵! 감사합니다! 사진 일발 촬영하겠습니다! 하나 둘 셋! 찰칵!"
예비역 4년차인 나였지만 그들 앞에서는 갓 입소한 훈련병 마냥 반듯한 차렷 자세로 서서 조심스레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개성 넘치는 젊은이들이 모여 있는 이 곳은 토론토에서도 가장 활기차고 화려한 이튼 센터 광장이다. Sears, The Bay 등 유명 백화점들과 상점들이 밀집해 있는 명실상부 토론토 제 1의 쇼핑 천국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여기서 쇼핑할 걸!"
아이러니하게도 쇼핑의 메카인 이튼 센터에서는 아무 것도 구입하지 않았다. 이미 우리나라로 치면 지방의 위치한 중소도시급인 새스커툰과 위니펙에서 신나게 쇼핑을 즐기고 왔기 때문이다. 비록 이제와서 후회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이튼 센터에서 쇼핑을 하였다면 더욱 좋았을 텐데 말이다.
게다가 이튼 센터에는 해외 쇼핑객들을 위한 세금 환급 센터가 마련되어 있었다. 약 20%의 수수료가 들기는 하지만 고가의 쇼핑을 즐겼을 경우 안전빵으로 이용하여도 좋을듯 하다.
"데이트하기에 딱 좋군!"
"에이! 데이트라면 이 곳보다 하버프론트로 가야죠!"
"하버프론트?"
"온타리오 호수변에 위치한 하버프런트!"
앞서 소개한 이튼 센터가 쇼핑 일번지라면 퀸스 키 터미널과 하버프론트 센터 주변은 데이트 일번지로 손꼽히는 명소이다. 특히 온타리오 호수 위에서 즐기는 로맨틱한 크루즈 투어야말로 커플들이 가장 선호하는 데이트 코스이다.
"선상 뷔페를 즐길 수 있는 마리포사 디너 크루즈!"
선착장에 들어서니 대형 크루즈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리포사 디너 크루즈 투어는 약 3시간 동안 온타리오 호수를 운항하며 연인들에게 초콜릿만큼이나 달콤한 시간을 선사해준다. 평일 저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크루즈의 인기는 무척이나 뜨거웠다. 금세 커플들을 가득 채운 크루즈는 선착장을 뒤로 하고 서서히 호수로 나아갔다.
참고로 온타리오 호수는 캐나다와 미국의 국경을 접한 5대호 중 하나이다. 비록 5대호 중에서는 가장 작은 규모이지만 서울 면적의 32배가 훌쩍 넘는다. 미리 호수라고 알려주지 않았다면 누가봐도 영락없는 바다였다.
"양껏 드세요!"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커플들이 달달한 사랑의 속삭임을 나누며 우아하게 뷔페를 즐기고 동안 나는 열심히 돌아다니며 가장 인기있는 메뉴들을 공략하며 모조리 먹어치웠다. 하지만 나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선원들은 끊임없이 음식을 내놓았다.
"해피 버스데이 투 유!"
한 켠에서는 지인들과 함께 흥겨운 생일파티가 한창이었다. 문득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딜가나 쉽게 만날 수 있는 귀여운 아이들, 하지만 크루즈에서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더욱 엄밀히 말하자면 80%의 이성 커플과 20%의 동성 커플이랄까? 순간 옆자리에 앉아서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맛있게 식사를 하고 있는 레인맨이 무척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쳇! 스카이라인이나 감상해야지!"
그렇게 식사 중인 커플들을 뒤로 하고 크루즈 간판으로 올라갔다. 호수에서 바라보는 토론토 마천루의 스카이라인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나도 모르게 입에 담배를 물고는 불을 붙혔다. 참고로 크루즈 간판에서는 흡연이 가능하다.
뿌연 담배 연기가 허공을 가르는듯 하다가도 이내 흩어졌다. 문득 한국에 두고 온 옐이 떠올랐다. 디너 크루즈 투어, 분명 그녀도 무척이나 좋아할 텐데 말이다. 그 흔한 한강 유람선마저도 아직 한번도 타러 가지 않았기에 죄책감이 더욱 밀려왔다.
얼마나 지났을까? 간판이 시끌시끌해졌다. 식사를 마친 커플들이 하나 둘씩 간판 위로 올라와 백허그를 시도하며 나를 더욱 외롭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단 하나, 그들의 데이트를 훼방놓는 것이다. 다짜고짜 커플들에게 다가가서 사진촬영을 하고 싶다며 자연스레 백허그를 풀게 만들었다.
"오호! 생각보다 반응이 좋은데!"
나는 커플들의 백허그가 부러워서 찍기 시작한 거였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하긴 누구라도 토론토의 환상적인 스카이라인을 배경 삼아 추억을 남기고 싶을테니 말이다. 이제는 아예 서로 먼저 먼저 찍어 달라며 손짓하고 있었다. 순간 돈을 받고 기념촬영을 해주어도 꽤나 짭짤할 것만 같았다.
마냥 행복해 보이는 커플들, 나는 페이스북 주소가 적힌 명함을 그들의 손에 쥐어 주고는 유유히 자리를 떠났다.
정녕 크루즈는 커플들의 전유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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