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간의 여행 일정을 말해주듯 방대한 양의 자료!"
어느새 캐나다 여행기도 반환점을 찍는듯 하다. 밴쿠버에서 시작한 일정은 재스퍼, 새스커툰, 위니펙을 지나 토론토를 향해 달리고 있다.
사실 위니펙까지는 고독한 배낭여행자 컨셉이었다면 온타리오주 의 토론토부터는 캐나다 관광청을 막강 지원에 힘입어 현지 관광청 직원부터 가이드와 함께하는 초특급 럭셔리 일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의 목표는 토론토!"
"이제 거의 다 왔어요! 힘내자구요!"
위니펙을 떠나 토론토로 가는 비아레일 안에서 지난 열흘간 고생하였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현란한 춤을 추는듯한 바디랭귀지부터 모르면 무조건 걷기 신공까지 그렇게 우리는 몸뚱어리 하나만 믿고 캐나다를 횡단하고 있었다.
"생보니파스로 가는 길!"
문득 위니펙을 떠나기 전 마지막 여행 코스였던 생보니파스에서의 뜨거웠던 행군이 떠올랐다. 위니펙의 동쪽 지역에 해당하는 생보니파스는 퀘백 주를 제외한 지역 중에서 프랑스 문화가 가장 잘 보존되어 있으며 불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이색 지역이다.
앞으로의 일정 중 몬트리올과 퀘백이 계획되어 있었기에 굳이 둘러보지 않아도 아쉽지 않았지만 그게 또 그렇지 않았다. 마침 열차 탑승 시간도 넉넉하게 남아 있었기에 가볍게 둘러 보고 오기로 하였다. 이 때까지만 하여도 컨디션은 최고였다.
"기념품 받고 좋아하는 여대생!"
정확하게 가는 방법을 물어보기 위해 한가로이 독서를 즐기고 있는 여대생에게 도움을 청하였다. 센스쟁이 레인맨은 생색을 내며 여수세계박람회 취재를 하면서 받은 기념품을 선물로 재활용하였다. 캐나다 여행 열흘 째, 그의 생존력은 가히 최강이었다.
"당시에는 아무 생각없이 무작정 걸었다!
대략적인 코스는 사우스 포인트 파크에서 퀸 엘리자베스 웨이를 건너 생보니파스를 둘러보고 프로본처 브릿지로 되돌아 올 계획이었다.
막상 이 글을 작성하면서 거리를 재어보니 약 5km정도의 코스였는데 당시에는 20km는 족히 된 거 마냥 힘들었다. 무엇보다도 35도에 육박하는 뜨거운 태양이 가장 무서운 적이었던 거 같다.
"형님! 쓰러질 거 같아요!"
"가츠님은 중부전선의 수호자 이기자 용사잖아요!"
"수호자은 개뿔! 여기는 캐나다잖아요!
".........."
"어느새 대화가 끊겼다!"
평소같았으면 쉴 새 없이 조잘거리며 다녔을 텐데, 무지막지한 태양 앞에서는 더이상 말할 힘조차 없었다. 그저 묵묵히 앞만 보고 걷고 또 걸었다. 그러다가 괜찮은 그림이 나오면 묵묵히 촬영을 하고 다시 걷기를 반복하였다.
"이거 완전 GTA에 나오는 주인공 집인데!"
얼마나 걸었을까?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 눈 앞에 보이는 광경은 마치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게임 중 하나인 GTA의 한 장면을 보는듯 하였다.
원처럼 돌아나오는 구조가 게임 속 주인공의 집과 매우 흡사하였기 때문이다. 순간 주인공처럼 아무 차나 훔쳐타고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게임과 현실을 혼동하면 곤란하기 때문에 꾹 참고 대신 잔머리를 굴렸다.
"시내가는 길 좀 알려주세요!"
"도대체 여기는 왜 온 건야?"
"그냥 걷다 보니깐 저도 모르게 그만!"
"잘 들어! 한번만 설명한다!"
여행을 하면서 느낀 거지만 캐나다 사람들은 정말 친절하였다. 간단한 길 안내마저도 지도를 제작하듯 성심을 다해 설명하고 때로는 직접 그려주기도 한다. 사실 나의 계획은 자연스레 아저씨에게 태워달라고 부탁할려고 하였으나 인간적으로 가는 방향이 너무 달라 포기하였다.
"무모한 계획이 부른 참사!"
결국 생보니파스는 수박 겉 핥기로 마무리되었다. 대표적인 관광코스인 생보니파스 성당, 박물관 등은 구경도 못하고 마치 패잔병 마냥 쓸쓸히 다리를 건너 포크스 마켓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이 날 여행을 함에 있어 꼼꼼한 계획과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 지 확실하게 깨달았다.
"그래도 나름 추억이지 말입니다!"
대략 2시간에 걸린 행군을 마치고 돌아오는 다리에서야 비로소 단절되었던 대화가 재개되었다. 다시는 무모하게 떠나지 말자며 서로 굳게 다짐을 하면서 말이다.
"차라리 자전거를 타고 둘러볼껄!"
"그래도 힘든 건 매한가지였어요!"
"그럼 저 건 어때요?"
"오호! 이걸 타고 갔어야 했는데!"
"근데 분명 중간에서 배터리 나갔을 거예요!"
"..........."
"평화로 가는 길은 없다! 평화가 길이다!"
마치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는 거 마냥 마하마트 간디의 동상이 길 가운데 세워져 있었다. 그의 동상을 보는 순간,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나의 머릿속을 파고 들었다. 하지만 더위를 먹어서 그런지 좀처럼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
"15분간 정차하겠습니다!"
비아레일의 안내 방송이 울리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육중한 열차는 연료를 재공급받기 위해 잠시 정차하였고 승객들도 신선한 공기를 마시기 위해 하차하였다. 물론 신선한 공기도 좋지만 나는 총알같이 내려 담배부터 냉큼 입에 물고는 신나게 불을 붙였다.
그제서야 생기가 돌며 한결 살 것 같았다. 담배를 태우고는 간이역의 풍경을 담고자 부지런히 촬영을 하고 있는데 뷰파인더에 낯선 인물이 들어왔다.
"찰칵! 얼레 누구세요?"
"그러는 너는 누구니? 지금 도촬하는 거야?"
"헐! 너가 들어왔잖아!"
"웃기시네! 예쁜건 알아가지고!"
유난히 미소가 아름다운 그녀의 이름은 재클린이다. 위니펙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으며 마침 방학을 맞이하여 토론토로 놀러가는 길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항상 부족한 영어 실력 때문에 더 이상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없었다.
"진짜 패션모델인 줄 알았어!"
우월한 기럭지를 지닌 그녀는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으며 특히 패션에 관심이 많다고 하였다. 센스쟁이 레인맨은 어김없이 어디선가 취재를 하며 받은 기념품을 꺼내들고는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 최선을 다하였다. 그는 정말 준비된 남자였다.
"출발 1분 전! 모두 탑승하세요!"
어느덧 출발 시간이 다 되었다. 재클린과는 비록 10여분 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오랜 친구 마냥 금세 친해질 수 있었다. 여행을 하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지만 재클린은 유독 기억에 남는 친구였다.
그렇게 밤새도록 달린 열차는 목적지인 토론토에 무사히 도착하였다. 수화물로 보낸 캐리어를 찾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데 어디선가 재클린이 나타나서는 엽서를 건네주었다. 역시 외모만큼이나 마음씨도 무척 착한 친구였다.
재클린! 한국에 오면 꼭 연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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