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천역 4번 출구에 위치한 중앙시장!"
인천에 거주하시는 여친님을 만나러 갈 때 주로 애용하는 동인천 급행열차, 항상 그 종착역이 궁금하였다. 그럴 때마다 동대구역의 느낌을 떠올리며 혼자만의 상상을 해보았는데 동인천역은 생각보다 훨씬 작고 아담하였다.
4번 출구로 나오면 과거 송현 자유시장과 더불어 지난 시간에 소개한 송현시장, 중앙시장까지 시장 골목이 조성되어 있다. 6.25전쟁 직후만 하여도 피난민들이 대거 정착하여 제법 큰 상권이 형성되었지만 최근 들어 대형마트와 서구화된 식생활로 인해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특색음식거리로 지정된 송현동 순대골목!"
6.25 전쟁은 당시 대한민국을 더욱 어렵고 힘들게 만들었다. 당장 먹을게 부족하던 그 시절, 자연스레 저렴하면서도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던 순대국밥이 많은 사람들에 인기를 끌게 되면서 송현동 일대에는 지금의 순대골목이 형성되어 배고픈 소시민들의 허기짐을 달래주게 되었다.
값싸면서도 영양가 높은 순대와 머릿고기를 안주삼아 소주 한 잔을 들이키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상상된다. 물론 신세대인 나는 당장 먹을 것을 걱정하지 않고 자랐기에 당시의 그 맛을 짐작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사실은 순대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70, 80년대의 골목!"
점심시간 무렵 순대골목에 들어서자 가게마다 순대와 돼지고기를 삶느라 분주하였고 거리에는 먹음직스런 냄새가 진동을 하였다. 그제서야 여친님과 한 약속이 정말 후회가 되기 시작하였다. 이미 송현동 옆에 위치한 화평동 냉면거리에서 점심을 하기로 하였기 정하였기 때문이다.
"쯧쯧! 이 맛을 못 보다니!"
식사시간이라 그런지 가게마다 손님들로 가득하였다. 사실 순대골목은 형성된 이래 최대의 위기에 직면하여 있다. 동인천역 북광장 조성사업으로 인해 일대가 급속도로 철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금은 공사가 잠시 중단되었지만 전성기에 비하면 가게의 수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어쩌면 추억의 저 편으로 사라질 지도 몰라!"
빠른 시일내에 다시 찾아 맛을 보기로 다짐하고는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애써 돌렸다. 순대골목에서 서쪽으로 200m정도 걸어가면 인천 동구가 자랑하는 또 하나의 명물거리인 화평동 냉면거리를 만날 수 있다.
"자기! 저건 도대체 무슨 게임이지?"
"나도 옛날부터 궁금하였는데!"
화평철교 밑에서는 어르신들이 한가로이 여가활동을 즐기고 있었다. 어렸을 때, 공원에서 자주 보던 놀이인데 지금도 어떤 규칙으로 하는건지 모르겠다. 하긴 정확한 명칭도 모른다.
"머리쓰면 더 배고파져! 일단은 냉면에 집중하자!"
곧 화평동 냉면거리를 알려주는 안내판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흔히 냉면이라 하면 함흥냉면, 평양냉면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인천냉면 역시 꽤나 유명하다고 하였다. 화평동 일대에 형성된 냉면거리는 약 170m의 길이를 자랑하고 있으며 현재는 10여개의 가게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
인천냉면의 유래는 인청항이 개항된 시기인 18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항구로 몰려든 전국 각지의 사람들 중 유독 평안도, 황해도 출신이 많았다. 자연스레 이들 지방의 대표 음식인 냉면이 인기를 끌게 되었는데 지금까지 이어져 오게 된 것이다.
"자! 골라! 골라!"
"완전 고민되는데!"
항상 이 때가 가장 고민스럽다. 수 많은 음식점 중 한 곳을 선택하여 들어간다는 것은 가뜩이나 확고한 결단력이 부족한 나에게 있어 가장 큰 고민거리이다. 일단은 거리 구경도 할 겸 천천히 둘러보기로 하였다.
앞서 소개한 송현동 순대골목처럼 화평동 냉면거리도 지난 1997년 특색음식거리로 지정되어 주말만 되면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고 하였다. 특히 무더운 여름철에는 일부러 시원한 냉면을 맛보기 위해 지방에서도 방문한다고 하니 그 인기가 실로 대단하다.
"더 이상 못 참겠어!"
"아무데나 들어가자!"
다들 원조를 자처하고 있었기에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무작정 한 곳을 들어갔다. 평소 나는 서비스보다 맛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웬만해선 다 포용할 수 있다. 물론 맛이 없다면 전쟁이지만 말이다. 다행히 냉면거리에 있는 가게들은 기본적으로 서비스가 무척 좋은 듯 하다.
"물냉 하나! 비냉 하나! 만두 반반!"
가게에 들어서자 마자 종류별로 하나씩 주문하였다. 만두의 경우에는 고기만두와 김치만두가 있었는데 이 역시 반반씩 주문할 수 있어 마음에 들었다. 그나저나 가격표를 보고 진심 깜짝 놀랐다. 사실 음식거리로 지정된 곳은 다소 비싸다는 인식이 강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격표에 적힌 냉면의 가격은 고작 4000원이었다. 그것도 얼마전에 올라서 4000원이라고 하였다. 유명 한식당의 경우 한 그릇에 만원이 훌쩍 넘는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마치 한 명은 공짜로 먹는 기분이었다.
"세숫대야 냉면 나왔습니다!"
"헐! 뭐지 이 압도적인 양은?"
주문한 냉면을 확인하면서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 냉면이 담긴 그릇은 지름의 길이가 26cm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였다. 당연히 그릇 속에 담긴 냉면의 양도 푸짐하였다. 참고로 무한 리필까지 된다고 하니 자신있는 사람들은 도전해보길 바란다.
"잘 먹겠습니다!"
"으음! 자기 얼굴이 작은거지?"
"노노! 그릇이 엄청 큰 거야!"
아부성 멘트를 한 방 날리고는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하였다. 아무거나 잘 먹는 나로서는 그저 맛있기만 하였다. 좀 더 디테일한 평가를 해보자면 일단 냉면의 면빨이 쫄깃하고 톡 쏘는 듯한 시원하면서도 담백한 육수가 인상적이었다.
"오빠! 만두는 괜히 시킨 거 같아!"
"응! 오바했어!"
역시 문제는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어떤 음식이라도 1인분 정도는 남김없이 해치우는 나였지만 화평동 세숫대야 냉면은 정말 양이 많았다.
문득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앞으로 경사가 있을 때마다 지인들을 이 곳으로 데려와 쿨하게 쏘기!
이 날 우리는 결국 낙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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