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명동이라 불리우는 황성로!"
이 곳은 나의 고향이자 신라 천년의 수도 경주이다. 아직 그 흔한 아웃백 하나 없는 중소 도시지만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방문한 대한민국 일등 관광도시이다.
도시 전체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경주는 가는 곳마다 찬란한 문화유산이 위치하고 있어 매년 휴가 시즌이 되면 시민보다도 관광객들의 수가 많을 정도이다.
"오늘의 목적지인 레스토랑 라뀌진!"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온 나는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을 동시에 접할 수 있었다. 좋은 소식은 일전에 포스팅을 통해 소개한 적이 있는 악랄패밀리 정민군의 매형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라뀌진이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레스토랑 평가서인 미슐랭 그린가이드 한국판에 선정되었다고 한다.
"레스토랑계의 바이블이라 불리우는 미슐랭 가이드!"
미슐랭 가이드라 함은 세계적인 타이어회사 미슐랭사가 매년 봄에 발간하는 식당 및 여행가이드 시리즈로 프랑스어로는 기드 미슐랭이라고 부르는 여행 안내 책자이다.
처음 발간할 당시에만 하여도 자사 고객들에게 무료로 배포하는 수준에 머물었다. 사실 미슐랭사에서 노린 것은 자사 고객들이 여행 안내 책자를 보고 열심히 자동차 여행을 다니게 된다면 자연스레 타이어 소모가 클 것이라 판단하여 제작하였는데 이 것이 훗날 전세계 레스토랑을 평가하는 독보적인 성적표가 되어 버렸다.
실제로 미슐랭 가이드의 최고 등급인 별 3개를 받은 프랑스 부르고뉴의 한 레스토랑 쉐프는 별 2개로 강등된다는 소문이 돌자 사냥총으로 자살을 하였다고 할 정도니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미슐랭 그린가이드 한국판이 출간되다!"
미슐랭 가이드는 그린과 레드 가이드로 나눠진다. 대개 여행 관련 정보가 수록된 그린 가이드가 앞서 발간되고 그 이듬해 레드 가이드가 발간되는 것이 정설로 내려져 오고 있다.
최근 트루맛쇼로 인해 초토화된 국내 요식업계에서는 내년에 발간될 미슐랭 레드가이드가 모든 것을 평정하고 천하통일해줄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이다.
어찌되었건 이번 그린가이드 한국판에서는 별 갯수를 통한 평가는 없지만 총 107개의 추천 음식점이 수록되어 있으며 한국판답게 대다수가 전국에 내노라하는 유명 한식점이었다.
"당당히 양식 부문에 이름을 올린 라뀌진!"
하지만 역시 미슐랭 가이드의 기본은 양식인 레스토랑이다. 이번 한국판에는 총 22개의 레스토랑이 선정되었는데 누구나 쉽게 예상하듯 대다수가 서울에 위치한 유명 레스토랑이었다. 하지만 경주의 라뀌진이 당당하게 한자리를 차지하며 미슐랭 가이드에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여기까지가 좋은 소식이다.
"오호! 딱 봐도 소개팅 분위기인데?"
"노노! 연애 못하는 남자를 위한 옐의 연애학개론!"
나쁜 소식은 다름아닌 하나 뿐인 남동생의 연애사이다. 최근 도서관에서 좋아하는 여자가 생긴 동생은 용기내어 함께 팥빙수를 먹자며 고백하였지만 보기 좋게 차였다고 한다. 평소 연애 경험이 부족한 동생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거라곤 딱히 없었다. 결국 여친님에게 연락을 취하였다.
"자고로 여자 문제는 여자가 제일 잘 아는 법!"
마침 여친님께서 포항에 내려와 있었기에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된 라뀌진을 미끼로 손쉽게 섭외할 수 있었고 처음 만난 동생에게 연애에 관련된 조언을 해달라고 부탁하였다.
일단은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자고로 배가 불러야 두뇌가 쌩쌩 돌아가듯 우리들은 오자마자 먹고 싶었던 메뉴를 주문하고는 한동안 서로 말없이 묵묵히 먹기만 하였다.
"비주얼부터 뭔가 남다르다!"
위에서부터 프레 마레 스파게티, 고르곤졸라 안심스테이크, 안심큐브 샐러드 그리고 서비스로 나온 철갑상어 요리이다. 한결 같이 먹음직스럽게 생긴 메뉴들은 맛 또한 뛰어났다. 어차피 맛이란게 개인마다 다르다 보니 소개함에 있어 객관성이 떨어지지만 우리들은 모두 맛있다며 남김없이 먹어 치웠다.
미슐랭 가이드를 선정하는 심사관들은 1년 이상의 전문교육을 받은 쉐프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항상 비밀리에 음식점을 다녀가기로 유명하다. 그리고 오로지 맛으로만 심사를 한다고 한다. 고로 평소에 아무리 잘해도 단 한 번 부족할 때 방문하게 된다면 그걸로 끝인 셈이다.
"진리의 랍스터 안심스테이크!"
여친님께서는 랍스터 안심스테이크를 한 입 먹고는 무척 만족스러워 하였고 그제서야 동생과의 본격적인 대화를 시도하였다. 한참을 듣고만 있던 여자친구는 나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에혀! 그 형에 그 동생이구만!"
"왜! 나는 잘하잖아!"
"내가 보기에는 둘 다 똑같거든요!"
"........."
"자고로 여자는 분위기에 약해요!"
그때부터 시작된 옐의 연애학개론을 동생은 그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였다. 사실 세상 어느 여자가 생면부지의 남자와 함께 팥빙수를 나눠먹겠는가? 자고로 연애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정보와 타이밍이라며 하나부터 열까지 성심을 다해 열강하였다.
"불같은 사랑을 꿈꾸는 한 남자!"
그녀의 강의가 계속될 수록 동생은 그간의 과오가 떠오르는지 연신 머리를 감싸며 괴로워하였다.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예슬이를 차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참고로 여기서 예슬은 좋아하는 여자의 본명이 아니고 단지 한예슬을 닮았다며 혼자 신이 나서 부르는 애칭이다.
"고르곤졸라 피자 먹고 아자 아자 파이팅!"
화덕 앞에서 우리의 대화를 묵묵히 듣고 있던 매형마저 동생이 측은하였는지 즉석에서 먹음직스런 고르곤졸라 피자를 만들어주시며 힘내라고 격려해주었다. 쫄깃한 치즈와 바삭한 도우가 정말 일품이었다.
세상에 나 같은 형이 또 있을까? 연애 못하는 동생을 위해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천금을 주고도 들을 수 없는 연애학개론을 선사해주었으니 말이다. 정말 나는 킹왕짱인 거 같다.
동생아! 달콤한 푸딩처럼 부디 달달한 사랑을 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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