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군들! 지금부터 임무를 하달하도록 하겠다!"
오전 내내 내리던 비가 다소 주춤해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제주도 서쪽 한경면 고산리에 위치한 차귀도로 은밀하게 이동하였다. 차귀도의 면적은 0.16㎢로 제주도에서 가장 큰 무인도로 해안에서 약 2km정도 떨어져 있다. 그럼 지금부터 오늘의 임무를 공개하도록 하겠다.
"차귀도에 숨겨진 호종단의 보물을 찾아라!"
예로부터 차귀도에는 이름관 관련된 전설이 내려져 오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송나라의 황제가 지리서를 보니 제주도에서 중국에 대항할 큰 인물이 나타날 것이라고 하여 이를 방지하고자 호종단이라 불리우는 풍수지리사를 제주도에 파견하여 지맥과 수맥을 모조리 끊으라고 명하였다.
이에 호종단은 제주도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금은보화까지 잔뜩 약탈한 다음 송나라로 돌아가는 길에 차귀도 앞바다에서 날쌘 매를 만나 침몰되었다고 한다. 이 매가 바로 한라산의 수호신이었으며 지맥을 끊은 호종단이 돌아가는 것(歸)을 막았다(遮) 하여 차귀도라 불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오징어 다리 뜯는 소리하고 있네!"
"왜 이래! 믿음이 이렇게 부족해서야 원!"
일행들은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지만 쇼부의 달인인 나는 열심히 그들을 설득하고 또 설득하였다. 이내 일행들은 보물에 눈이 멀어 하나 둘씩 나의 설득에 넘어갔고 어느새 눈망울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그치만 날씨가 도와주지 않는구나!"
"그런 거라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어!"
"글쎄? 아무리 보물이 좋다지만 하나 뿐인 목숨을 걸 수는 없지!!"
"이미 노련한 해상전문가들과 MOU 체결을 맺었지!"
"너가 말한 해상전문가가 해적들은 아니겠지?"
"빙고!"
이미 차귀도 앞바다에는 숨겨진 보물을 찾기 위해 신형 잠수함까지 보유한 해적들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우리들은 그들의 도움을 받아 차귀도까지 무사히 이동할 수 있었다.
"보물을 찾거든 바로 보고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정확하게 반땅임!"
해적선 선장은 우리를 차귀도에 내려주고는 유유히 사라졌다. 전설에 의하면 호종단의 배는 날쌘 매의 공격으로 차귀도 앞바다에 침몰된 것으로 전해지지만 분명 차귀도로 탈출한 선원들이 있을 거라는 판단 하에 섬부터 수색하기로 하였다.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이다 보니 섬 안을 이동하는 길도 딱히 없었다.
"나만 믿고 따르라!"
"님이 제일 뒤에 있거든요!"
참고로 차귀도는 1973년 이 후로 사람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곳이다. 자연스레 섬 전체가 무성한 수풀로 가득 자라 있었고 우리들은 직접 길을 만들며 보물을 찾아 떠나야 했다.
"후우! 전혀 보이지 않는군!"
어느새 숨이 턱까지 차올랐고 잠시 휴식을 취하며 주변을 둘러 보았다. 차귀도 앞바다 위에 떠있는 해적들의 본거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해적들 역시 쉬지 않고 연신 잠수함을 가동하여 수중탐색을 실시하고 있었다.
"우리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자고로 수색의 기본은 가장 높은 곳에서 주변 지형을 확실하게 정찰한 다음 의심스러운 곳부터 차근차근 살펴보는 것이다. 우리들은 섬 중앙에 위치한 등대를 향해 열심히 오르고 또 올랐다. 가는 내내 길을 만들어 가는 바람에 다소 힘들기도 하였지만 보물을 찾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 수고따윈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한가지 주의할 점은 무성한 수풀 때문에 긴바지와 운동화는 필수이다.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이라면 온통 영광의 상처 뿐인 자신의 다리를 보게 될 것이다.
"기필코 찾고 말리라!"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수 없어!"
"우리는 트레져 헌터!"
"드디어 정상이다!"
정상을 오르자 송골송골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시원한 바닷바람에 말끔히 씻겨 사라졌다. 크게 한번 심호흡을 하며 차귀도의 아름다운 경치를 둘러 보았다.
천연기념물 제422호로 지정되어 있는 차귀도에는 육지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희귀 수목들이 가득하였다. 이름부터 생소한 시누대, 들가시나무, 곰솔, 돈나무 등 13종의 수목과 양치식물인 도깨비고비, 제주특별자치도에서만 산다는 해녀콩을 비롯한 갯쑥부쟁이, 천무동 등 62종의 초본류가 서식하고 있다.
"저 곳이 제일 의심스럽군!"
"바로 이 곳이야!"
한 눈에 보아도 깎아지른 듯한 해안 절벽과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며 선원들이 보물을 은닉하기에 적합한 장소로 보여졌다. 하지만 경사가 원체 심하다 보니 육로로는 더 이상 수색을 계속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되었다.
"도와줘 해적!"
급히 본거지에서 대기 중인 해적들을 소환하여 상의한 결과 이 곳에 해적잠수함을 투입하기로 결정하였다. 드디어 본색을 드러낸 해적들, 애시당초 MOU 체결과는 달리 잠수함 탑승은 추가 옵션이라며 승선비 5만원을 요구하였다. 참고로 중, 고등학생은 4만원, 초등학생 이하는 3만원이다.
물론 다양한 쿠폰, 옵션등을 제시하며 대폭 할인해준다는 조건을 내걸면서 말이다. 보다 자세한 계약조건은 해적잠수함 홈페이지(www.chagwid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뭐야! 해적잠수함이 왜 이리 아기자기해!"
본격적으로 해적잠수함을 타고 바닷속으로 들어가니 많은 종류의 물고기와 아름다운 산호 군락지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특히 보물이 숨겨져 있는 곳으로 의심되는 국내 유일의 해저동굴은 감탄이 절로 나왔다.
"오홋! 물고기떼가 모여 있는 걸로 봐서 이 곳이 확실해!"
아니나 다를까? 바닷속에는 먹음직스런 횟감들이 아니 물고기들이 가득 모여 있었다. 근데 바닷속에는 물고기 뿐만 아니라 해적으로 보이는 스쿠버다이버가 있는게 아닌가?
"당...당했다!"
스쿠버다이버는 승리의 브이를 그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제서야 모든 의문이 풀렸다. 애시당초 보물선은 해적들이 발견하였던 것이다. 그 때 찾은 보물로 해적잠수함을 장만하여 차귀도 앞바다에서 보물을 찾으러 온 우리같은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긍정적인 나는 이내 마음을 추스리고 현 상황을 곰곰히 되집어 보았다. 비록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 금은보화를 손에 얻는 것은 실패하였지만 대신 차귀도의 끝내주는 절경을 영원히 추억할 수 있게 되었다며 말이다.
우리들의 열정만큼은 해적들도 감히 따라올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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