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하셔도 좋습니다!"
2012 여수세계박람회 준비로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서 반갑게 맞이해준 여수시 전병재 부시장, 그는 육군사관학교 출신의 행정사무관답게 절도있고 강인한 어투로 여수시를 자랑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전통적으로 여수시는 소비화학산업이 매우 발달해 있는 도시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천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해안가와 섬, 갯벌 등 해양관광산업의 메카이기도 하다며 특히 최근 조성된 금오도 비렁길을 언급하며 곧 제주도 올레길을 앞설 수도 있지 않을까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2012 여수세계박람회를 통해 여수는 기존의 낙후된 도시라는 인식에서 탈피하여 남해안 중심도시로서의 진면목을 확실하게 국민들에게 보여드리겠다며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하였다. 실제로 제법 늦은 시간에 방문하였음에도 시청 곳곳에 불이 켜져 있었고 직원들은 세계박람회 준비로 모두 바빠 보였다.
"장마따윈 나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다음날 오전 금오도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 서둘러 신기항으로 이동하였다. 하지만 장마의 영향으로 인해 굵은 빗방울이 하염없이 떨어졌다. 행여 배가 운행하지 않을까 걱정하였지만 남해안의 아름다운 섬들이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해주었기에 우리들은 무사히 바다로 나갈 수 있었다.
"하루 7회 운행하는 정기여객선!"
신기항에서 금오도까지는 약 20분이 소요되며 자가용이나 버스도 배에 싣을 수 있다. 일전에 1박 2일에서 가수 김종민이 손죽도를 가려다 풍랑주의보로 인해 금오도에서 촬영을 하였는데 역시나 그의 입지답게 대폭 편집되어 아름다운 금오도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없어서 아쉬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근데 비 때문에 촬영할 수 있을까요?"
"형님! 카메라는 소모품이지 말입니다!"
"그럼 제 메모리카드도 드릴게요!"
"............"
사실 이런 날씨에 고가의 DSLR를 들고 촬영을 한다는 것은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금오도의 아름다운 모습을 촬영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쿨하게 찍기로 하였다. 물론 나름 운치가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더하고 말이다.
"신속하게 하차합니다!"
금오도에 도착한 여객선은 차량과 인원들을 내려주고는 유유히 돌아갔다. 여천여객선터미널에서 대기하고 있는 택시를 타고는 비렁길의 시작 포인트인 함구미마을로 이동하였다.
우리나라에서 21번째 큰 섬인 금오도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하며 예로부터 삼림이 울창하여 검게 보였기 때문에 거무섬이라 부르던 것을 비슷한 한자로 표기하면서 금오도가 되었다. 혹자는 금오도가 금빛의 거북을 닮아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하기도 하였다.
"신비의 섬! 금오도!"
여수에서 남쪽으로 25㎞ 떨어진 남해안 끝자락의 섬, 금오도는 크고 작은 기암괴석들이 주위에 흩어져 신비로운 느낌마저 전해진다. 특히 사시사철 감성돔 낚시터로 각광받으며 강태공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며 해안도로 전체가 자전거 하이킹 코스로 주목받고 있다고 하였다.
게다가 조선시대만 하여도 일반인들이 마음대로 출입할 수 없는 봉산이었다. 그 이유인즉슨 왕궁에서 사용하는 벌목장과 사슴목장 등이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등산이다!"
현재 비렁길은 함구미에서 직포까지 약 8.5km에 달하는 구간이 개설되어 있으며 연말을 목표로 함구미에서 장지까지 이어지는 18.5km 전구간 탐방로를 개설할 예정이라고 하였다. 마음같아서는 직포까지 4시간짜리 구간을 걷고 싶었으나 날씨도 바람직하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서울로 돌아가야했기에 주어진 시간이 부족하였다.
참고로 비렁길의 비렁은 벼랑을 뜻하는 사투리다. 함구미마을 뒷산에서 출발하는 비렁길은 이름 그대로 금오도 용두해안의 깍아지는 듯한 벼랑을 직접 걸으면서 감상할 수 있는 환상의 산책코스였다.
"천국이 부럽지 않구나!"
가히 명불허전이었다. 비렁길을 따라 이어진 다도해의 환상적인 풍경과 절벽은 오르는 자로 하여금 연신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였다. 사실 등산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할 정도의 경사라 남녀노소 누구나 힘들이지 않고 비렁길을 탐방할 수 있을 듯 하다.
또한 구간마다 마을로 바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이 이어져 있어 시간이 부족하거나 체력이 부치는 사람들은 언제든지 하산할 수 있다.
"빨리 빨리 올라갑니다!"
"이 것만 찍고요!"
"집에 오는 길은 때론 너무 길어~♪"
"그럼 비렁길에서 쉬면 되지!"
비렁길은 행정안전부의 친환경 생활공간 조성사업 공모에 당선되어 조성되기 시작하였다. 덕분에 비렁길은 최대한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었다.
"낯익은 풍경인데?"
얼마나 걸었을까? 미역바위 전망대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특히 미역 바위 아랫쪽에 위치한 절벽은 영화 혈의 누에서 등장하였던 바로 그 곳이었다. 이 밖에도 김복남 살인사건, 인어공주 등 금오도는 드라마, 영화 촬영 장소로도 매우 사랑받는 곳이었다.
"비렁길은 꼭 한번 걸어봐야 할 최고의 산책코스입니다!"
직접 비렁길을 둘러보고 나니 지난밤 전병재 여수부시장이 극찬한 이유를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나 역시 블로그를 통해 부담없이 비렁길을 적극 추천할 수 있을만큼 금오도 비렁길은 꼭 한번 걸어보아야 할 명품 산책코스였다. 마음같아서는 올 여름 휴가를 맞이하여 부모님과 함께 꼭 한번 다시 찾아보고 싶다.
"금오도로 오소!"
다가오는 2012 여수세계박람회를 앞두고 여수는 도시 전체가 관광객을 맞이할 막바지 준비로 분주하다. 인심 좋기로 유명한 금오도 주민들 역시 최근 들어 급증한 관광객으로 인해 조용한 섬마을이 시끌시끌해졌다며 좋아하셨다. 물론 처음에는 외지 사람들이 불편하기도 하였지만 성공적인 2012 여수세계박람회 개최를 위해 최일선에서 홍보할 수 있다며 그 자부심이 대단하였다.
이번 여수 투어를 통해 2012 여수세계박람회는 단순히 지방에서 열리는 보여주기식 전시행사가 아니라 여수 시민 모두가 하나되어 준비하고 있는 축제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코흘리개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세계박람회에 푹 빠진 여수, 내년이 정말 기다려진다.
그들이 보여준 뜨거운 열정만으로도 2012 여수세계박람회는 이미 대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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