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스커툰에서의 둘째날!"
평소에는 해가 중천에 떠야지 겨우 일어나는 전형적인 올빼미형 인간이지만 여행을 떠나면 신기하게도 아침형 인간으로 변모한다. 호텔을 나오면 바로 키와니스 기념 공원이 서스캐처원 강변을 따라 아름답게 펼쳐진다. 키와니스는 미국, 캐나다 사업가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세계적인 봉사 단체이다.
"비미 추모관이라면? 프랑스에 있어야 되는데!"
키와니스 기념 공원에는 비미 추모관이 자리잡고 있었다. 프랑스 북부에 위치한 비미는 제 1차 세계대전 당시 주요 격전지로 독일군을 상대로 캐나다군이 승리를 거둔 곳이다.
하지만 이 전투로 인해 1만 1천명의 캐나다 병사들이 전사하였고 이에 프랑스는 1936년에 비미 추모관을 개장하여 그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렸다. 프랑스에 있는 비미 추모관을 직접 보지 못하였기에 같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의미만큼은 같아 보인다.
"숭고한 희생을 절대 잊지 않는 캐나다!"
캐나다 여행을 하면서 자연스레 느끼게 되었지만 캐나다인들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다바친 군인들을 절대 잊지 않았다. 어딜 가도 항상 그들을 기리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었다. 실제로 군인에 대한 이미지도 매우 좋았으며 존경받는 직업 중의 하나였다.
"6.25 전쟁 당시 세번째로 많은 군인을 파견한 캐나다!"
캐나다는 6.25 전쟁 당시 미국, 영국 다음으로 많은 군인들을 우리나라에 파견한 국가이다. 추후 오타와에 위치한 캐나다 전쟁박물관을 소개하며 더욱 상세하게 살펴보겠지만 캐나다는 알면 알수록 멋진 나라임에 틀림없다.
"가츠님도 다이어트를 해야 될 때임!"
"오피스텔 주변에 마땅히 운동할 때가 없어요!"
"그걸 지금 핑계라고 하는 거임?"
경건해진 마음을 뒤로 하고 산책로를 따라 걸으니 이른 아침부터 운동을 하기 위해 나온 시민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숲과 강, 호수가 많은 캐나다는 곳곳에 크고 작은 공원들이 위치하고 있어 아침, 저녁으로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로 항상 붐볐다. 복잡한 도심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네 사회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저 여유로운 표정을 보라!"
산책로에서 만난 시민들은 한결같이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반갑게 인사를 주고 받았다. 눈이 마주치면 항상 미소를 지으며 먼저 인사를 건네는 캐나다 사람들, 분명 우리도 배워야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사실 그다지 많이 바라지도 않는다. 제발 이상한 사람 취급하며 째려보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한 폭의 그림같은 세인트 존 앵글리칸 대성당!"
산책로를 따라 계속 걷다보면 새스커툰의 아름다운 풍경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오늘의 목적지는 서스캐처원 강 건너편에 위치한 서스캐처원 대학교이다. 참고로 로키산맥에서 시작되는 서스캐처원 강은 노스서스캐처원 강과 사우스서스캐처원 강이 하나로 만나면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새스커툰을 가로지르는 강은 사우스서스캐처원 강으로 그 길이만 족히 1384km에 달한다.
사우스 서스캐처원 강이 도심을 가르고 있다보니 자연스레 새스커툰에는 많은 다리가 놓여져 있다. 새스커툰의 뜻은 이 지역에서 많이 수확되는 딸기의 이름을 원주민 언어로 부르게 된 것이지만 도심에 놓여져 있는 수 많은 다리 덕분에 다리의 도시라고도 불리운다.
"젊음의 에너지가 넘치는 캠퍼스 교정!"
서스캐처원 대학교는 1,469㎢의 부지에 기숙사를 포함하여 총 55개 동의 건물이 위치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서울의 대학과는 달리 평지에 있어 돌아다니기가 무척 수월하였다.
하지만 막상 대학교에 들어서니 방학 기간이라 그런지 학생들의 모습을 찾아보기가 무척 힘들었다. 활기하고 자유분방한 캐나다 대학생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 방문한 거였는데 내심 아쉬웠다. 그나마 잔디밭에서 신나게 뛰어 놀고 있는 아이들을 만난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그래도 도서관이라면 학생들이 있지 않을까?"
"에이! 방학인데 누가 공부해요?"
"세상 모든 사람이 가츠님 같다고 생각하면 곤란해요!"
"..........."
"빙고! 역시 공부하는 학생들이 있잖아요!"
"장난해요? 딱 봐도 저건 데이트지 말입니다!"
".........."
"후훗! 이래도?"
"헐! 말도 안돼! 근데 역시 남자는 없네요!"
".........."
1907년 설립된 서스캐처원 대학교는 1만 8000여명의 재학생이 교육받고 있으며 특히 의대가 유명한 대학으로 암 연구와 치료가 뛰어나기로 정평 나 있다. 내부에는 미술관을 비롯하여 자연과학 박물관과 골동품 박물관 등이 위치하고 있다. 대학교 부속 건물이다 보니 입장료는 받지 않는다.
또한 대학교 내부에는 총 8개의 도서관이 운영되고 있으며 161만 3000권의 도서와 285만 점의 마이크로폼 자료 및 CD를 포함한 3만 3764점의 시청각 자료가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돌아갈 때는 버스타고 가죠!"
아침부터 주구장창 걷기만 하였기에 다운타운으로 돌아갈 때는 버스를 이용하기로 하였다. 캠퍼스 내부에는 각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버스 정류장이 자리잡고 있었다. 잠시후 다운타운으로 가는 버스가 도착하였고 냉큼 올라탔다. 버스 요금은 $2.75였는데 오직 동전으로만 지불하는 시스템이었다.
순간 당황한 나는 주머니에 있는 동전을 탈탈 털어보았지만 $1가량이나 부족하였다. 그러는 사이 버스는 이미 출발하였고 버스기사는 나를 빤히 쳐다보다 귀찮다는 듯이 그냥 뒤에 가서 앉으라고 하였다. 다운타운으로 가는 내내 완전 쿨한 버스기사에게 진심 감동을 받았다.
"친절한 버스기사를 추억하며! 찰칵!"
어느새 버스는 다운타운에 위치한 시내버스 터미널에 도착하였고 나는 내리자 마자 친절한 버스 기사를 찍기 위해 카메라 셔터를 연방 눌러댔다.
얼마나 찍었을까? 등 뒤에서 음산한 기운이 느껴져 돌아보니 제복을 입은 요원이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순간 본능적으로 도망가야되나 싶었지만 일이 더 커질 것을 우려하여 최대한 공손한 자세로 그를 영접하였다. 요원은 매우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길 건너편에 보스가 있으니 얌전히 따라오라고 하였다.
"뭐...뭐지? 형님 분위기가 안좋은데요?"
"절대절명의 위기군요! 나는 영어를 못하다고 할테니 가츠님이 알아서 하세요!"
"그냥 죽자는 거임?"
"너희들 정체가 뭐야?"
차 안에는 보스로 보이는 남자가 매서운 눈빛으로 우리를 째려보며 추궁하기 시작하였다. 신기한 것은 막상 위기에 닥치니 되도 안한 영어가 술술 나온다는 사실이다. 가방에 들어있는 관광청 바우처까지 다 끄집어내고는 쉴 새 없이 우리는 선량한 여행자임을 강조하였다.
역시 문서의 위력은 대단하다. 보스는 내가 건네준 관광청 바우처를 꼼꼼히 읽어보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해맑은 표정으로 모든 것이 다 해결되었다며 걱정말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대뜸 자신의 명함을 건네주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였다. 메일로 꼭 보내달라는 멘트와 함께 말이다. 물론 나는 악랄하기 때문에 아직 보내주지 않고 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당시 오사마 빈라덴이 미군에 의해 사살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요원들도 어느 때보다 열심히 경계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나 보다.
"글쎄요? 단지 그 이유 때문일까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딱히 다른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데요!"
그 이유가 아니라면 이처럼 평범한 여행자가 왜 테러리스트로 오해받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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