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에서의 마지막 날!"
눈을 뜨자마자 잽싸게 체크아웃을 하고는 거리로 나왔다. 무거운 여행용 트렁크를 종일 들고 다닐 수 없기에 비아레일을 탑승하는 곳인 퍼시픽 센트럴 역부터 들러 짐을 맡기기로 하였다. 참고로 이번 여행의 목표는 비아레일이라 불리우는 캐나다 대륙열차를 타고 서부 밴쿠버에서 동부 퀘벡까지 횡단하는 것이다.
밴쿠버의 지하철은 스카이트레인이라 불리우며 엑스포 라인과 밀레니엄 라인 2개 노선이 운영되고 있다. 두 노선 모두 어제 내린 워터프론트 역에서 출발하며 컬럼비아 역에서 갈라지는 구조이다. 지하철 노선을 확인하고자 잠시 머뭇거리고 있었는데 어김없이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이거 타고 쭉 가면 되요!"
"우와! 감사합니다!"
"아니다! 어차피 같은 방향이니 같이 갑시다!"
사진 속에 지팡이를 짚고 계시는 아저씨가 우리를 직접 안내주셨다. 캐나다인들이 원체 친절하다는 것은 여행 떠나기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직접 도움을 받으니 그들의 친절함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심지어 목적지인 메인 스트리트 사이언스 월드 역에 도착하자 같이 내려 끝까지 안내해 주시는 모습에서 진한 감동이 밀려왔다.
"자! 이제 캐리어도 무사히 맡겼겠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어제의 실수는 절대 용납치 않는다!"
지난 밤 호텔 맞은 편에서 맛본 중국 음식점, 물론 먹을만 하였지만 비싼 가격과 과도할만큼 많은 양 때문에 꽤나 고생하였다. 오늘은 중국 음식만큼이나 만만한 피자를 먹기로 결정하였고 다시 스카이트레인을 타고 도심으로 돌아왔다.
"메가바이트 피자를 추천합니다!"
다운타운으로 돌아와서 아이폰 구글맵을 이용하여 주변에 위치한 피자집을 검색하였다. 여러 피자집이 검색되었지만 메가바이트라는 이름이 제일 끌렸다. 지금 이 글을 작성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메가바이트 피자는 밴쿠버 현지인들에게도 매우 친근한 체인점으로 특히 저렴하면서도 맛있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이 모든 것이 단돈 10달러!"
우리나라는 팁문화가 없기에 캐나다 여행을 하면서 팁을 줄 때가 가장 아까웠다. 자연스레 팁을 주지 않아도 되는 음식점을 자주 이용하게 되었다. 또한 이마트 피자만큼이나 크기에 한 판을 시켰다가는 제대로 낙오할 지도 모른다. 조각 피자를 구입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마침 음료까지 포함되는 세트 메뉴가 있기에 더욱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
"소화도 시킬 겸 농구나 한판할까?"
"마침 농구하는 사람들도 있네요!"
"오호! 원정 내기 한판 고고씽?"
"코오올!"
"헐! 선수 수준인데요?"
"그냥 못본 척하고 가자!"
그들을 뒤로 하고 우리가 향한 목적지는 그랜빌 역에서 도보로 7분 거리에 위치한 밴쿠버 공공도서관이다. 밴쿠버에는 본관 뿐만 아니라 곳곳에 21개의 분관이 있다고 하니 가히 도서관 천국이라 불릴만 하다.
"마치 로마의 콜로세움을 옮겨놓은 듯 하다!"
1995년 5월 26일에 세워진 본관은 그 외관이 로마의 콜로세움을 연상케 하여 건립 초기부터 큰 이슈가 되었다. 배움의 장이 되어야 할 도서관이 인간의 폭력성을 상징하는 콜로세움을 모방하여 짓는다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지금은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밴쿠버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9층짜리 본관의 외벽은 화강암을 사용하였으며 따로 채색하지 않은 점이 특징이다.
"실로 오랜만에 방문해 보는 도서관이군!"
본관에는 130만 권의 서적 및 수십만 장의 사진 자료가 보관되어 있으며 매년 800만 권 이상이 대출되고 있다. 서적 뿐만 아니라 CD, DVD, 비디오테이프도 대여된다고 한다. 이 밖에도 각종 강연회와 작가와의 만남, 문화 강좌 등이 연중 행사로 진행되고 있어 늘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고 한다.
"헤이 맨! 컴온!"
"앗! 흑형이다! 저 돈 없어요!"
"노노! 아엠 어 랩퍼!"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한 흑인이 나를 부르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였다. 이어 자신을 랩퍼라며 소개하며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리고는 들고 있는 CD를 나에게 주었다.
"우와! 감사합니다!"
"노노! 돈을 내야지! 싸게 줄게!"
"아씨 뭐야! 이걸 확! 꺼져!"
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최대한 친절하게 웃으며 사양한다고 하였다. 실내로 들어오자 내부가 훤히 비치는 유리로 된 밴쿠버 공립 도서관의 매력을 한 눈에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채광이 잘되어서 무척 따뜻한 느낌이었다.
"문화생활을 만끽하고 있는 밴쿠버 시민들!"
내부 광장에는 레스토랑, 커피숍, 은행 등 다양한 상점들이 입점해 있었고 시민들은 다들 여유로운 표정으로 문화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놀라운 사실은 분명 건물 내부임에도 불구하고 비둘기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밴쿠버 공공 도서관은 할리우드에서도 자주 찾는 촬영지로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출연한 여섯번째날과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출연한 엑스 VS 서버 등이 있다.
"이거 딱 가츠님이 좋아할 만한 책이네요!"
도서관 내부은 규모에 걸맞게 방대한 서적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는데 여행자이다 보니 자연스레 여행 관련 서적이 있는 곳부터 방문하였다. 하지만 책들이 모두 영어로 되어 있었기에 미련없이 발걸음을 군사 분야로 돌렸다.
한국어 서적들도 많이 보유하고 있었기에 시간만 여유로웠다면 차근차근 읽어보았을텐데, 하긴 평소에도 읽지 않는 책을 밴쿠버까지 와서 읽는다는 것은 분명 사치였다.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시민들!"
특히 한국사람으로 보이는 동양인들이 많았는데 멀리 타국 땅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이 참으로 예뻐보였다. 밴쿠버 공공 도서관은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컴퓨터가 많았는데 굳이 밴쿠버 시민이 아니더라도 안내데스크에서 신청만 하면 무료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헐! 정말 없는게 없군!"
이 밖에도 한국어 신문을 비롯하여 여행자들을 위한 다양한 안내 책자, 악기, 비디오 등 없는게 없었다. 이 곳이라면 굳이 공부를 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아무 때나 편하게 들러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듯 하였다. 물론 데이트 장소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친절한 한국어 안내 책자!"
운영시간은 평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말은 오후 6시까지, 일요일은 오전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다.
한국도 요즘 시청, 구청을 새롭게 리모델링하느라 한창이다. 기왕이면 일반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도서관 같은 건물을 좀 더 신경써서 리모델링 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보기 좋은 떡이 아니 도서관이 공부할 맛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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