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고의 운항편수를 자랑하는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
인천공항에서 이륙한 중국국제항공 CA 124편은 목적지인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 무사히 도착하였다. 하지만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중국이 아니라 캐나다이기에 지체없이 환승하는 터미널로 이동하였다. 이미 무거운 여행용 트렁크는 인천공항에서 수화물로 보냈기에 가볍게 움직일 수 있었다. 요즘에는 탑승하는 항공사가 달라도 대부분 자동으로 운송이 되기에 매우 편리하다.
총 19일간의 캐나다 여행은 서부인 밴쿠버를 시작으로 사스카툰, 위니펙, 토론토, 킹스턴, 오타와, 몬트리올, 퀘백으로 이어지는 대장정이다. 비아레일이라 불리우는 캐나다 열차를 타고 지나가는 주만 6개이며 그 거리는 족히 5000km에 달한다.
"공항 안에 연못이 있어!"
역시 중국은 스케일이 남달랐다. 지난 베이징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만들어진 국제선 전용인 제 3터미널은 기존의 제1, 2터미널보다 훨씬 큰 규모와 아름다운 디자인, 최첨단 편의시설을 자랑하고 있었다. 특히 공항 안에 조성된 정자과 인공연못이 인상적이었다.
"세계 10대 항공사인 에어캐나다!"
창 밖으로 벤쿠버행 에어캐나다 030편이 대기하고 있었다. 캐나다 최대의 항공사인 에어캐나다는 스타 얼라이언스의 창립 회원사 중 하나로 보유 항공기 기준으로 보면 세계 7위의 메이저 항공사이다. 곧 탑승수속이 시작되었고 타자마자 그동안 부족하였던 잠을 보충하기 위해 제대로 기절해주었다.
"벌써 내릴 준비하는 건가?"
"가츠님! 내리 10시간 풀로 주무셨습니다!"
"어쩐지 머리가 상쾌해진 거 같아요!"
"..........."
나에게는 다소 좁은 비지니스석이었지만 보잉747처럼 큰 기종의 비행기가 아니었기에 좌석이 훨씬 편하게 느껴졌다. 북경에서 밴쿠버까지는 11시간이 소요되는 장거리 비행이었지만 막상 일어나니 다들 착륙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웰컴 투 벤쿠버!"
언제나 착륙할 때가 제일 짜릿하다.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도감과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활주로를 타고 밀려오는 듯 하다. 누가 성격 급한 한국인이 아니랄까봐 비행기가 완전히 서지도 않았는데 미리 안전벨트를 풀고 주섬주섬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아차! 입국신고서!"
"캐나다여행의 마지막 관문!"
한국과 캐나다는 무비자 상호 방문 협정 체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단순 관광이나 친지 방문이 목적이라면 특별히 출국 전, 비자를 준비할 필요가 없다. 대신 입국 심사 시 여행, 친지 방문임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증명이 필요하다.
최대 6개월동안 캐나다에 머물 수 있지만 반드시 돌아가는 날짜기 명시된 귀국 항공권과 충분한 여비 및 신용카드가 필수이다. 또한 현지에서 체류하는 숙소와 연락처도 기재되어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자신이 캐나다에서 불법체류를 할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심사관에게 확실하게 알려주어야 한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스레 떨려요!"
"비주얼이 문제임!"
"최대한 밝게! 스마일!"
밴쿠버는 캐나다에서 토론토, 몬트리올에 이어 3번째로 큰 도시답게 입국심사대 앞에는 항상 많은 여행객들로 북적인다. 나는 최대한 착해보이는 심사관에게 갈 요령으로 연신 타이밍을 체크하였다.
시작부터 감이 좋았다. 나는 마치 레옹에 나오는 나탈리 포트만을 쏙 빼닮은 미모의 심사관과 마주하였다. 그녀는 나에게 많은 질문을 건넸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거라고는 최대한 해밝게 웃으며 예스를 연호하는 것 뿐이었다. 결국 답답한 나머지 그녀는 한국어가 가능한 직원을 찾았지만 때 마침 부재 중이었고 이내 옆자리 심사관과 점심 메뉴에 관한 대화를 주고 받으며 쿨하게 입국 스탬프를 찍어주었다.
"반갑다 캐리어!"
무사히 입국 수속을 마치고 여행용 트렁크를 찾으러 갔다. 이 때부터 순조로워보이기만 하였던 캐나다 여행의 첫 사건이 시작되었다.
이번 여행은 이웃블로거이자 든든한 형인 레인맨과 함께 하게 되었다. 이미 몇개월 전부터 의기투합하여 여행준비를 하였고 심지어 여행용 트렁크도 같은 제품으로 깔맞춤하였다. 한데 그의 여행용 트렁크는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았다. 사실 이 때까지만 하여도 좀 더 기다리면 당연히 나올 줄 알았다.
"세상에서 가장 쓸쓸해 보이는 그의 뒷모습!"
어느새 40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마지막 탑승자까지 짐을 찾아갔지만 결국 그의 여행용 트렁크는 화물벨트에 나타나지 않았다. 가뜩이나 낯선 이국땅에서 얼마나 당황스러운 경우인가? 나와 레인맨은 어찌할 바를 몰라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도움을 청하기 시작하였다.
"헬프 미! 플리즈!"
공항에 위치한 인포메이션 센터로 찾아가서 당장이라도 울 듯한 표정으로 짧디 짧은 영어를 구사하기 시작하였다. 담당 직원은 탑승한 에어캐나다 안내센터를 알려주었고 다시 그 곳으로 찾아가서 도움을 청하였다. 에어캐나다 직원은 무척 여유로운 표정으로 우리를 맞아주며 의레 있는 일이라고 우리를 안심시켜 주었다.
하지만 여행용 트렁크의 분실, 도난은 빈번하였기에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었다. 게다가 우리의 레인맨은 여행용 트렁크에다가 쿨하게 고가의 카메라 렌즈도 넣어두었다고 하여 주변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담당 직원은 컴퓨터를 확인하더니 지금은 찾을 수 없고 연락처를 남겨놓으면 내일 오전까지 보내준다고 하며 분실신고서를 작성해주었다.
"헐! 이 형 얼굴에 생기가 없어!"
결국 분실신고서만 챙겨들고 공항을 나섰다. 나중에서야 안 사실인데 이 때 항공사에 수화물 지연보상금을 신청하면 최대 100$까지 받을 수 있었는데 역시 모르면 도움이 안된다. 스카이라인을 타고 다운타운으로 가는 내내 그는 말없이 창 밖만 바라보며 자신이 처한 상황을 쉽게 믿지 못하는 듯 하였다.
"와우! 밴쿠버는 정말 아름다운 도시구나!"
세계에서 가장 살기좋은 도시 1위에 선정된 밴쿠버는 그 명성에 걸맞게 무척 활기차게 밝은 분위기였다. 아쉽게도 캐나다 횡단 일정때문에 단 하루밖에 머물지 못했지만 분명 도심 속 최고의 휴양지였다. 하지만 누구나 다 행복할 수는 없는 법이다.
"즐겁지가 않아!"
시간이 흐를 수록 자신의 여행용 트렁크를 찾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그의 어깨는 더욱 움츠러 들었다. 참고로 여행 중 공항에서 자신의 수화물이 분실되어도 국제항공운송규칙에 따르면 최대 약 400$까지 밖에 보상받지 못하기에 엄청난 손해가 아닐 수 없다.
돈도 돈이지만 당장 장기간 여행을 하는데 있어 엄청난 불편을 초래하거나 아예 시작도 못해보고 끝날 수도 있다. 호텔에 들어갈 때마다 로비에 물어보았지만 매번 아직 전달받은 수화물이 없다며 그에게 행운을 빈다고만 하였다. 분명 좋은 말인데 더욱 불안해졌다.
"문틈에 무언가 있다?"
어느덧 깊은 밤이 되었고 레인맨은 내가 준 반바지를 입고 애써 잠을 청하였다. 나는 못다한 작업을 끝마치기에 위해 넷북을 하며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
사실 작업을 하면서도 그가 걱정되어 수화물 분실에 관한 검색을 하였는데 하면 할 수록 절망이었다. 나 역시 답답한 나머지 담배를 한 대 태우기 위해 나갈려는 찰나, 문득 문틈에서 하얀 종이를 발견하였다.
"영어가 웃고 있는 거 같아!"
하얀 종이에는 그의 여행용 트렁크가 도착하였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내 것도 아닌데 정말 기쁜 나머지 총알같이 로비로 뛰어내려가 그의 여행용 트렁크를 가지고 올라왔다. 그리고는 마치 악몽을 꾸는 듯 신음소리를 내며 자고 있는 그를 흔들어 깨우고는 무사히 돌아온 여행용 트렁크를 보여주었다.
"한 대 때려드려요?"
한동안 여행용 트렁크를 꼬옥 끌어안고는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하였다. 이 기회를 틈타 나는 잽싸게 거하게 한 턱 쏘라며 압박하였고 그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알았다고 말하였다. 그는 올해들어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며 급 말이 많아지기 시작하였다.
이처럼 누구나 불행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항상 여행용 트렁크에는 귀중품을 보관하지 말고 연락처를 확실하게 남겨놓아야 한다. 또한 분실신고서는 필히 공식화된 서류로 작성하여 보관하고 수하물 지연보상금도 꼭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어찌되었건 무사히 돌아온 여행용 트렁크 덕분에 계획하였던 일정을 차질없이 진행할 수 있어서 천만다행이었다
그럼 지금부터 본격적인 캐나다 여행을 떠나보자! 무브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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