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사랑의 희열? 신념? 청렴? 절제?"
우연찮게 진달래의 꽃말을 알게 되었다. 장미, 소국, 카네이션처럼 꽃가게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면 일찌감치 알고 있었을 법도 한데, 진달래를 파는 꽃가게는 좀처럼 본 적이 없었다. 그만큼 주변에 너무 흔해서 그런걸까?
진달래의 여러 꽃말 중 절제라는 단어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좋은 부모님 덕분에 어려서부터 호의호식하며 자란 나로서는 지독한 가난을 경험해보지 못하였다. 그래서인지 평소 낭비가 심하고 당최 절제하는 법을 모른다. 매일 낮과 밤이 바뀐 불규칙적인 생활습관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생각에 평소 같으면 단잠을 자고 있을 이른 시간, 무거운 배낭을 메고 문 밖을 나섰다.
"절제의 상징! 진달래를 찾아 떠나자!"
매년 고려산 진달래 예술제가 펼쳐지고 있는 강화도가 오늘의 목적지이다. 강화도는 우리나라에서 5번째로 큰 섬이지만 강화대교를 통해 육지와 연결되어 있기에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쉽게 방문할 수 있는 곳이다. 강화대교를 건너 읍내로 향하다 보면 높이 436m의 고려산이 나를 반겨준다.
"436고지? 가소롭구나!"
강원도 화천, 이기자부대에서 소총수로 군생활을 한 나에게 436고지는 가볍게 즐기는 아침구보 코스이다. 라고 가는 내내 생각하였다. 하지만 전역한 지도 어느새 5년차에 접어들었고 그동안 제대로된 산행을 한번도 간 적이 없었다는 것을 나는 간과하고 있었다.
"어머님들도 씽씽!"
고려산 정상에 위치한 진달래 군락지로 가는 방법은 올라가는 입구를 선택함에 따라 다양한 코스로 나뉜다. 하지만 시간이 넉넉하였기에 가장 긴 코스를 선택하여 올라가기로 하였다.
물론 긴 코스가 가장 아름답고 등산객들도 많았다. 평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마다 알록달록 예쁜 등산복을 입고 지인들과 즐거운 산행을 즐기러 오신 분들이 정말 많았다.
"산 속에서 즐기는 사진전!"
제법 숨이 가빠올 때쯤, 기다렸다는 듯이 등산로 한 켠에는 멋진 사진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사진전의 주제는 아름다운 강화 나들길이다. 올 들어 총 7개 코스 114km에 달하는 나들길을 조성한 강화군은 섬 전체가 근사한 산책로이다. 전문 사진작가와 일반인들이 찍은 나들길 사진을 보며 가쁜 호흡을 정리하였다.
"돌계단 너머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얼마나 올랐을까? 매끄러운 포장도로가 끝나고 돌과 흙으로된 전형적인 산길로 접어들었다. 군생활을 하면서 느낀 거지만 잘 닦인 포장도로보다 흙길이 훨씬 행군하기에 편하였기에 내심 반가웠다. 등산화 밑으로 전해지는 부드러운 흙과 울퉁불퉁한 돌의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인도 승려가 창건한 백련사!"
돌계단을 오르니 고즈넉한 산사가 나를 반겨주었다. 장수왕 4년, 416년에 인도에서 건너온 천축조사라는 승려에 의해 창건되었다고 전해지는 백련사는 이름만큼이나 재밌는 유래가 전해저 온다.
천축조사는 절터를 물색하다 강화군 고려산의 한 연못을 발견하게 되었다. 연못에는 다섯 색깔의 아름다운 연꽃이 피어있었는데 승려는 연꽃을 꺾어 공중으로 날려보냈다. 바람을 타고 날아간 연꽃이 떨어지는 곳마다 절을 창건하였는데 이 곳에는 순백의 연꽃이 떨어져 지금의 백련사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꿀맛같은 약수!"
마당 한 곳에서는 귀여운 강아지가 산사를 찾아온 낯선이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올라오는 내내 제법 따가운 햇살때문에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는데 서쪽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산들바람이 말끔히 씻겨주었다.
게다가 약수터에는 시원한 약수물이 쉴 새없이 졸졸 흘러내리고 있었다. 꿀맛같은 약수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정상을 향해 발걸음 재촉하였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출발할 때만 하여도 만만하게 여겼던 고려산이다. 하지만 어느새 얼굴에 여유는 사라지고 연신 숨가쁜 호흡만 내쉬었다. 그냥 평소처럼 예쁜 누나들이나 촬영하러 갈 걸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등산을 하러 나왔는지 후회막심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투덜거리며 올라가자 드디어 정상이 보였다.
"고맙다 청룡부대!"
드디어 정상의 고지를 밟았다. 사실 쉬지 않고 부지런히 올라오면 2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였는데 세월아 네월아 하며 오다보니 3시간이 훌쩍 넘었다.
정상에서 낙조봉까지 능선을 타고 이어지는 66만㎡에 달하는 붉은 진달래 군락지, 하지만 너무 일찍 온 탓일까? 진달래는 아직 제대로 만개되지 않았다.
"역시 쿨해!"
그나저나 진달래 꽃말답게 절제되어 피어있는 모습 또한 무척 아름다웠기에 힘들게 정상까지 올라온 수고를 말끔히 잊게 해주었다. 예상 만개 시기는 이번주가 될 듯 하다.
이처럼 등산을 하는 이유는 한 폭의 그림같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탐하기 위해서다!
반응형
'가츠의 여행이야기 > 대한민국 여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림여고수와 사자의 만남, 인천 차이나타운 (50) | 2011.05.16 |
---|---|
서해 낙조 촬영 일번지, 강화 고려산 낙조대 (62) | 2011.05.09 |
구석기시대로 떠나는 타임머신을 탈 수 있는 곳은? (77) | 2011.04.06 |
가츠의 여행이야기, 보성녹차밭 대한다원 (86) | 2011.01.27 |
가츠의 여행이야기, 청송군 下편 (98) | 2011.0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