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저 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청송군에서 맞이하는 아침이다. 내륙지방이다보니 제법 쌀쌀하였지만 서울의 추위에 비하면 참을만 하였다. 게다가 상쾌한 공기를 힘껏 들이마시니 절로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아버지는 아침 일찍부터 출근하셨고, 어머니와 나, 그리고 동생은 아버지가 미리 예약해놓으신 식당으로 늦은 아침 겸 점심을 먹기 위해 이동하였다.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의 대표주자이신 아버지, 그렇다 보니 식당으로 가는 길에 문득 아버지께서 미리 예약을 하였다는 사실에 감동하였다. 그만큼 우리들의 방문이 반가우셨나보다.
"주왕산 국립공원의 위엄!"
"설마 산중턱에 있는 식당은 아니겠지?"
"바보! 국립공원에서는 취사 행위가 일체 금지임!"
"그럼 밥은 어디서 먹지?"
청송군을 방문하는 대다수의 관광객들은 주왕산 국립공원을 가기 위해서이다. 태백산맥의 남단에 위치한 주왕산 국립공원은 암벽으로 둘러싸인 산들이 병풍처럼 이어져 주방산 또는 석방산이라고도 한다. 주왕산이라는 이름은 중국의 진나라에서 주왕이 이곳으로 피신하여 왔다고 해서 붙은 것으로 산 곳곳마다 주왕의 전설이 전해져 온다.
1976년 3월 30일에 최초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그 면적은 총 107.425㎢에 달한다. 특히 이곳에는 뛰어난 자연경관 요소가 많은데 청학과 백학이 살았다는 학소대, 앞으로 넘어질 듯 솟아오른 급수대, 주왕과 마장군이 격전을 가졌던 기암, 주왕의 아들과 딸이 달구경을 하였다는 망월대, 멀리 동해가 보이는 험준한 지형의 왕거암, 주왕이 숨었다가 숨진 전설의 주왕굴, 그리고 폭포, 약수 등 산 전체가 볼거리이다. 특히 주왕암과 별바위에 이르는 13㎞의 숲이 유명하다.
"앗! 저기다! 좋은 식당이라?"
"역시 우리 아빠는 좋은 아빠임!"
예약한 식당은 주왕산 국립공원 매표소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동안 많은 관광지를 다녀보았지만 이처럼 바로 주변에 위치한 식당은 처음 이용하는 거 같다. 왠지 비쌀 거 같고, 맛도 없을 거 같다는 선입견이랄까? 그래도 미식가인 아버지께서 직접 예약하신 곳이니 기대해보기로 하였다.
"산에서 먹는 파전이 제 맛이죠!"
본격적인 산행철이 아니다 보니 식당에는 아주머니가 혼자 계셨다. 들어서자마자 반갑게 맞이해주시고는 주문한 파전부터 부치기 시작하였다. 어디서나 맛볼 수 있는 평범한 파전이지만 깊은 산 속에서 먹는 거라 그런지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진리의 닭볶음탕!"
지난 밤에는 닭백숙, 오늘은 닭볶음탕이다. 너무 닭만 먹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원체 좋아라 하기에 망설임 없이 주문하였다. 역시 후회없는 결정이었다. 푸짐한 야채와 진한 국물에 잘 버무려진 푸짐한 닭볶음탕은 공기밥 하나로는 턱없이 부족하였다. 아침부터 2공기를 가뿐하게 먹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해볼까?"
"그치만 등산하기에 좀!"
"그럼 가까운 주산지로 고고씽!"
마음같아서는 한겨울에 땀을 뻘뻘 흘리며 등산을 해보고 싶었으나 시간이 애매하여 근처에 위치한 주산지를 구경하기로 하였다.
"소자! 다녀오겠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이미 몇차례 구경하였고, 눈길을 걷기에 부적합한 부츠를 신고 계셨기에 차에서 기다리고 계신다고 하여 동생과 둘이서 주산지를 향해 출발하였다.
"눈 덮힌 등산로!"
주산지로 향하는 길에는 눈이 소복히 쌓여 있었다. 오랜만에 걸어보는 눈길이다. 게다가 남자끼리 걸어가니 매우 군대스러웠다. 원래 주산지는 그리 유명한 곳이 아니었다. 아는 사람들만 아는 곳이었는데 2003년 개봉한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널리 알려졌다. 영화에서 그려지는 주산지는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아름다운 곳이었다.
"한겨울에 만나는 주산지는 어떤 모습일까?"
주산지는 조선 숙종 때인 조선 숙종 때인 1720년에 쌓기 시작하여 경종 때인 1721년에 완공된 저수지이다. 길이 100m, 너비 50m, 수심 7.8m에 이르는 아름다운 저수지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바닥을 드러낸 적이 없다. 또한 저수지에 잠겨 자생하고 있는 왕버들이 유명하다.
"생각보다 별론데?"
"겨울이라 그런가봐!"
눈 앞에 펼쳐진 주산지의 모습은 영화 속에서 본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었다. 동생도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였다. 하지만 여름과는 달리 겨울의 황량함이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주산지의 매력!"
"빙고! 인터넷 보면 죄다 여름이나 가을 사진이잖아! 겨울 사진은 유니크해!"
"그렇지? 나쁘지 않지!"
"백두산보다 멋진 거 같아!"
대한민국에서 긍정적이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나와 동생은 서로를 위로하며 연신 오버하며 감탄하였다. 근데 보면 볼 수록 겨울 속의 주산지의 매력이 느껴졌다.
모든게 정지되어버린 주산지, 저수지의 물도 얼고, 왕버들도 겨울잠을 자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봄이 되면 언제 그랬냐듯이 다시 잠에서 깨어나 본연의 아름다움을 발산할 것이다. 인생살이도 또한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지금 당장은 어렵고 힘든 시기일 지라도 세월이 흐르면 주산지에 봄이 찾아오듯 행복이 짠하고 찾아오지 않겠는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처럼 말이다.
"아우! 너의 걱정은 무엇인가?"
"여자친구가 생겼으면 좋겠어!"
"걱정마! 따뜻한 봄이 되면 어여쁜 신입생들이 올테니!"
전역하고 갓 복학한 동생은 여자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다며 매우 대학생다운 고민을 털어 놓았다. 아니 대학생이라면 취업 걱정을 해야 되는게 아닌가 싶지만서도 나도 모르게 공감이 되었다. 새 학기에는 아리따운 제수씨가 짠하고 나타나기를 기대해본다.
얼른 따뜻한 봄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반응형
'가츠의 여행이야기 > 대한민국 여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석기시대로 떠나는 타임머신을 탈 수 있는 곳은? (77) | 2011.04.06 |
---|---|
가츠의 여행이야기, 보성녹차밭 대한다원 (86) | 2011.01.27 |
가츠의 여행이야기, 청송군 上편 (138) | 2011.01.10 |
가츠의 여행이야기, 담양 메타세콰이어 & 소쇄원 (108) | 2010.12.17 |
가츠의 취재이야기, 그랑꼬또 와인 (83) | 2010.1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