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빵! 아나 뭐야 이거! 완전 무개념이구만!"
"어어어! 무슨일이지?"
"어이쿠 죄송합니다!"
"뭐지? 이 아름다운 주차는?"
집으로 돌아가는 마을버스 안은 여느 때처럼 평화롭기 그지없다. 내리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날려는 찰나, 버스가 크게 휘청하더니 폭풍 클락션이 천지를 뒤흔들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창 밖을 내다보니 고급스런 검은 승용차 한 대가 코너 부분에 떡하니 주차되어 있었다.
"도심은 주차와의 전쟁!"
사실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도심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한다. 법적으로 엄연히 불법 주차 지역임에도 가정으로 귀하는 직장인들을 위해 늦은 시간에는 한시적으로 묵인해주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통행하는 차량과 보행자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 무조건 나쁘다고 말할 수도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차량통행이 빈번한 벌건 대낮에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점심시간에 교차로에서 대놓고 불법 주차하는 행위는 촌각을 다투는 긴급 상황을 제외하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씨! 딱 걸렸어!"
마침 행사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라 마을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카메라를 꺼내들고 오늘의 격전지로 이동하였다. 마치 K-2소총의 노리쇠를 후퇴 고정하듯 경건한 손놀림으로 카메라의 전원을 켜고 불법 주차된 차량을 향해 정확하게 조준하였다.
"찰칵! 찰칵!"
그렇다고 내가 무슨 신고포상금을 노리는 파파라치도 아니기에 나중에 혹시나 관련 포스팅을 할 때 참고하기 위해 찍어둔 셈이었다. 근데 막상 찍다보니 차량 유리에 낯익은 스티커가 눈에 띄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예사롭지 않았다. 확인 차 가까이 다가가보니 나의 예상이 적중하였다.
"자랑스런 구의원!"
"아항! 우리 지역구 시민들을 대표하여 의정활동하시느라 주차할 시간도 없으셨군!"
"근데 우리 지역구 아닌데?"
"앜ㅋㅋㅋㅋㅋㅋ"
아이러니하게도 주차되어 있는 고급 승용차는 인접에 위치한 다른 구의원의 의정활동차량이었다. 물론 사진 속 스티커에는 활동 중인 지역구와 개인정보가 빼곡히 작성되어 있었지만 신상 보호 차원에서 포토샵 처리하였다. 시민의 모범이 되어야 할 구의원이 하물며 다른 동네까지 넘어와서 버젓히 불법주차를 한다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가?
소심하게 골목길 사이에 주차하였다면 아니 최대한 길가에 가까이 붙이는 성의라도 보였다면 애써 이해라도 하겠다. 항상 단속요원들이 지나가는 전략적 요충지에 버젓이 배짱 주차를 하는 행위는 마치 한판 붙어보자라는 행동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최근 기사들을 보면 구의원들의 몰지각한 행동, 욕설 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물론 사소한 부분일 수도 있는 불법 주차를 같은 잣대로 비교한다는 것이 너무 앞서갈 수도 있겠지만 기왕이면 하나부터 열까지 성실한 자세로 시민들에게 모범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좋지 않겠는가?
다음에는 보다 훈훈한 소식으로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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