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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소화가 안돼!"
평소 철도 거뜬하게 소화시킬 수 있는 나의 위가 주말부터 내내 말썽이다. 치아에 음식물이 끼어도 신경쓰이고 불쾌하기 마련인데 종일 가슴이 꽉 막혀있는 느낌은 정말 고역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평소 나의 식생활을 돌이켜본다면 작금의 고통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더 이상 그림의 떡이 아니다!"
나에게 있어 음식은 삶의 원동력이자 무한한 즐거움이다. 특히 행사 취재를 자주 가기에 평소 제 값 내고 먹기에는 부담스러운 특급호텔, 레스토랑의 코스요리부터 각종 뷔페까지 맛있는 음식을 접할 기회가 많은 편이다. 그러다 보면 언제나 취재는 뒷전이고 마치 막 프랑스에서 건너온 미식가라도 된 마냥 요리탐구에 열중하게 된다.
그리고 하염없이 먹고 또 먹다보면 어느새 남산만해진 나의 사랑스런 배를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누구나 산해진미 앞에서 과식은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혼자 사는 자취생 신분이다. 규칙적인 식생활따윈 이미 오피스텔로 이사올 때부터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린지 오래이다.
"자고로 먹을 수 있을 때 빡세게 먹자!"
누구보다도 맛있게 먹을 수는 있지만 내가 직접 요리를 해서 먹는 것은 여간 귀찮은게 아니다. 물론 요리를 잘하는 것도 아니기에 구태여 모험을 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자연스레 오피스텔에서는 음식을 먹는 일이 거의 없는 셈이다. 간혹 정말 배가 고파 죽을 거 같으면 24시간 야식집을 이용하면 그만이다.
"저는 물만 먹고 살아요!"
"물보다 맥주가 더 많은 거 같은데?"
"맥주가 물이지 말입니다!"
"............"
"사실 가끔 요리도 해요!"
"호오!"
"안주가 없으면 섭섭하잖아요!"
이처럼 종일 아무 것도 안 먹거나 한번 먹을 때 겨울잠을 준비하는 곰처럼 하염없이 먹어대는 생활도 어느새 8개월째에 접어든다. 위에 무리가 오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이다. 새해부터 본격적으로 운동을 하고자 굳게 마음먹었지만 나의 몸은 여전히 방 안에서 요지부동이다.
각설하고 사실 오늘 작성하고 싶은 글의 주제는 이게 아니다. 얼마전 오피스텔로 돌아오는 거리에서 노숙자를 목격할 수 있었다. 참고로 나는 노숙자를 싫어한다. 몸이 불편하지도 않으면서 마냥 거리의 하이에나처럼 배회하는 그들의 생활 방식을 절대 이해할 수 없다.
특히 갑자기 나타나서 온갖 악취를 풍기며 담배를 나눠달라고 하거나 듣도 보도 못한 욕설을 고래고래 내뱉으며 제 집 안방마냥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은 나의 미간을 절로 찌푸리게 만든다.
"추운데 저기 앉아서 뭐하는 거지?"
"우걱우걱!"
"으응? 설마?"
"쓰...쓰레기를 먹고 있어!"
순간 머리를 강하게 한 대 맞은 기분이랄까? 그는 음식물쓰레기통에 버려진 음식찌꺼기를 먹고 있었다.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남들이 버린 더러운 쓰레기를 먹어야만 하는걸까? 나에게 있어 음식은 먹는 즐거움이었지만 눈 앞에 있는 노숙자에게는 더러운 쓰레기가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 섭취해야만 하는 영양소인 셈이다.
물론 삶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노숙자 개개인이 가장 큰 문제지만 그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주소가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치솟는 물가, 줄어만 가는 일자리, 부자가 더욱 부자가 되는 폐쇄적인 사회 경제구조는 하나같이 어두운 미래를 암시하고 있다.
2011년 3월 현재 세계 경제 대국을 자처하는 대한민국의 또다른 모습은 풍요 속의 빈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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