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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먹고 살아야지!"
어느덧 서울에서의 자취생활도 반년이 다 되어간다. 처음 오피스텔로 이사왔을 때, 벽면에 달린 에어컨과 텅 빈 냉장고 그리고 세탁기만이 나를 반겨주었다. 무엇부터 구입해야되나? 침대? 컴퓨터? 책상?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품목이 구입대상이었다.
사실 혼자살면서 밥을 해먹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에 전기밥솥을 구입할 때가 가장 고민스러웠다. 그래도 한국사람은 밥심으로 살아가기에 큰 맘 먹고 맛있는 밥을 지어준다는 전기밥솥의 대명사, 쿠쿠를 구입하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10번도 채 사용하지 않은 거 같다.
"냉동만 있어도 굶어죽지는 않겠지?"
전기밭솥을 구입하고 나니 전자레인지도 사고 싶었다. 군시절, 하루가 멀다하고 돌려먹던 냉동이 떠올랐다. 전자레인지만 있으면 밥도, 반찬도, 심지어 라면까지도 손쉽게 조리해서 먹을 수 있기에 싸고 튼튼한 동양 매직 전자레인지로 장만하였다. 그러나 이 역시 활용도는 그리 많지 않았다. 가끔 차가워진 피자를 돌려먹는 정도랄까?
"방은 치우고 살아야지!"
그리 큰 오피스텔도 아니지만 청소하기가 여간 귀찮은게 아니었다. 처음에는 빗자루와 쓰레받기로 열심히 청소를 해보았지만 이내 지쳐 나가떨어진다. 문득 청소진공기만 있으면 하루에도 몇번씩 청소를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구입한 필립스 진공청소기, 아랫부분과 손잡이 부분이 분리되기에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방바닥에 쌓인 먼지를 보면 그저 깊은 한숨만 나온다.
"차가운 도시 남자는 자고로 칼각이 생명이다!"
군대에서도 다림질은 직속 후임인 윤이병이 칼같이 다려주었기에 나의 다림질 실력은 형편없다. 그렇기에 일반 다리미를 구입해서는 죽도 밥도 안될 거 같았다. 그렇다고 죽으란 법은 없었다. 초보자도 손쉽게 다릴 수 있다는 홈쇼핑의 절대강자, 한경희 스팀 다리미를 구입하였다. 하지만 요즘처럼 추운 날에는 셔츠 위에 니트를 입기 때문에 다림질을 할 이유가 없다.
"그래도 명색이 블로거인데 독서는 해야지!"
책을 많이 읽기로 다짐하였다. 일단 책은 많은데, 딱히 보관할 곳이 없어 책장을 구입하였다. 마음같아서는 이태리에서 직수입한 명품가구를 구입하고 싶었으나 지식을 습득함에 있어 가격이 무슨 상관이겠는가? 결국 11번가에서 가장 추천평이 많고 저렴한 4단 책장으로 장만하였다. 방으로 배송된 책장을 룰루랄라거리며 기분좋게 셋팅하고는 지금까지 단 한 권의 책도 변함없이 자기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나는 부자다!"
방 한 켠에 놓여진 생수를 보면 괜시리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처음에는 마트에서 한 두병씩 사서 들고왔지만, 어느 순간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결국 택배아저씨에게는 죄송하지만 한박스씩 주문을 해서 마시고 있다.
생수의 종류는 천차만별이었지만, 군대에서 훈련하면서 마신 강원도의 물 맛을 도저히 잊을 수가 없었다. 결국 강원 평창수로 주문하여 마시고 있는데 기분좋게도 가격이 가장 저렴한 편에 속한다. 문제는 영하의 날씨라서 그런지 꼭 한 두병은 터져서 배송되는 아쉬움이 있다.
"무선인터넷의 세계로 빠져보자!"
아이폰4으로 인터넷을 할 때, 3G와 무선랜과의 차이는 엄청나다. 요금제로 인해 무제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어 굳이 무선랜이 필요하지 않았지만, 답답한 것을 못 참는 나이기에 안정정인 속도를 자랑하는 ipTIME 무선 공유기를 설치하였다. 이제 침대에 누워서 쾌적하게 인터넷을 즐길 수 있었다. 근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인터넷 가입사에 신청하면 무료로 무선공유기를 지원받을 수 있다고 한다.
"방 안에 새 생명이 필요해!"
남자 혼자만 사는 집이다보니 좀처럼 사람사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름 모를 꽃집에서 구입한 식물, 꽃집 아주머니께서 키우기 쉽다며 추천해주셨는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일주일에 한번만 물을 주면 쑥쑥 자란다고 하였다. 방금 사진을 찍다 문득 언제 물을 줬는지 생각해보았다. 마지막으로 물을 준게 퀸즐랜드로 떠나기 전날이었으니 어느새 3주가 훌쩍 넘었다. 자연은 위대하다.
"흡연자는 목이 생명이다!"
다행히 나는 선척적으로 기관지가 건강한 듯 하다. 이 자리를 빌어 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래도 요즘에는 방이 무척 건조한 거 같아 건강을 위해 가습기를 장만하기로 하였다.
저렴한 제품으로 구입할려고 하였으나 가습기는 건강과 직결되기에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신형 가습기로 장만하였다. 무엇보다도 사진에서처럼 조작버튼이 터치방식이라는 점이 결정적 구매요인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비싼 가습기라도 정기적으로 청소하지 않으면 오히려 독이 된다.
"겨울철 없어서는 안되는 난방기구!"
내가 사는 오피스텔은 난방비, 전기비, 물세가 모두 정액제이다. 고로 부담없이 전기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 한여름에도 외출할 때 에어컨을 틀어놓고 나갈 수 있는 당당함, 그렇다고 만날 틀어놓은 것은 아니다.
어쨌든 서울의 겨울은 정말 추운 거 같다. 그래서 구입한 전기난로, 선풍기 제조업체로 유명한 한일에서 만든 전기난로이다. 덕분에 혹한의 날씨에도 후끈후끈하게 지내고 있다. 전기세가 제법 나올 거 같지만 어차피 정액제니깐 전혀 부담이 없다. 문제는 관리인아저씨가 내 블로그를 알고 있다는 사실만 빼면 말이다.
"선물받은 2011년 달력!"
다행히 2011년 신상달력들은 곳곳에서 선물받을 수 있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5개월간의 자취생활, 어느새 방 안에는 그간 구입한 살림살이들로 가득하다. 구입할 당시만 하여도 있으면 정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을 거 같은데, 막상 지나고 보니 활용도가 그리 많지 않았다.
이처럼 꼭 필요할 것만 같은 것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데, 하룻밤만 더 자고 나면 전혀 필요하지 않은 나이 혹은 연령이라고 하는 것이 덤으로 추가될 예정이라고 하니 정말 부담스럽다. 마음같아서는 무조건 반품하고 싶지만 그게 또 법적으로 절대불가하다고 하니 애석할 따름이다.
어느덧 2010년의 마지막 날이다. 2010년은 그 어느 때보다도 다사다난하였다. 하지만 무의미하다고 할 수만은 없다. 지금 당장은 힘들고 어렵지만 훗날을 대비할 수 있는 값진 경험이자 교훈이 되어 줄테니 말이다. 내가 구입한 살림살이들도 언젠가는 그 빛을 발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굳게 믿으며 반갑게 새해를 맞이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올 한 해, 부족한 저의 블로그를 재밌게 구독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다가오는 새해에는 행복한 일만 가득하시길 기원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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