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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요트를 소유하고 싶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로 떠났던 배들이 다시 항만으로 돌아오는 저녁시간이 되면 부둣가에는 멋진 요트들이 관광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종일 배를 타고 수영을 하느라 피곤할 법도 한데, 육지를 밟으니 기운이 절로났다. 호텔로 돌아갈 인원들은 버스를 타고 이동하였고 남아서 케언즈 시내구경을 할 인원들은 저녁식사 때까지 도심 관광을 하기로 하였다. 전형적인 관광도시이다 보니 도심 곳곳에는 호텔, 카지노, 마켓 등 구경거리가 많다고 하였다.
대표적인 쇼핑코스는 대규모 쇼핑몰과 영화관, 백화점 등 시원한 실내에서 편안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케언즈 센트럴 쇼핑단지와 주말 아침에만 문을 여는 러스티 마켓, 밤에 더욱 빛나는 나이트 마켓 등 도심 곳곳에는 관광객을 유혹하는 것 투성이다.
"굵고 짧게 둘러보고 오자!"
남은 인원은 총 5명, 다시 모이는 시간까지 약 1시간 30분 정도 남았기에 타이트하게 도심을 둘러보기로 하였다. 가장 먼저 해안가에 위치한 에스플로네이드 라군을 방문하기로 하였다. 2003년 3월에 개장한 인공 수영장으로 케언즈 앞바다에 악어가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수영이 금지되어 있다. 고로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안전하게 수영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곳으로 착하게도 이용료가 무료이다.
"무슨 행사일까?"
넓은 잔디밭에는 경쾌한 음악이 울려퍼지고 많은 시민들이 모여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보지 못했지만,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자선콘서트를 하는게 아닌가 추측해본다. 시간만 여유로웠으면 시민들과 함께 콘서트를 즐겼을텐데 무척 아쉬웠다.
"푸른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만든 수영장!"
눈 앞에 펼쳐진 에스플로네이드 라군의 아름다운 전경,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였다. 내가 생각한 거 보다 훨씬 규모가 컸고 아름다웠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물놀이를 즐기는 시민, 백사장에서 여유롭게 썬텐을 즐기는 시민, 주변 산책로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시민까지 많은 사람들이 에스플로네이드 라군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었다.
"또 수영할까요?"
"시간이 없어!"
방금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서 돌아왔기에 가방 안에 수영복도 있겠다. 마음같아서는 잽싸게 수영복으로 환복하고 뛰어들었을텐데, 역시나 시간이 부족하였다. 아직 도심은 구경도 하지 못하였기에 그저 입맛만 다시고 돌아 나와야만 했다.
"케언즈를 점령해주마!"
본격적인 시내구경이 시작되었다. 거리마다 많은 상점과 음식점이 즐비하였고 마주치는 시민들은 한결같이 여유로워 보였다. 케언즈는 외국인 뿐만 아니라 호주인들도 많이 찾는 관광지이다 보니 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가지 요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물가 자체가 비싼 감이 있어 마음껏 지를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오오! 빌라봉이다!"
"가격 좀 확인하러 가보자!"
미국에는 나이키, 독일에는 아디다스가 있듯이 호주에는 빌라봉이라는 유명한 스포츠 브랜드가 있다. 국내에도 작년에 처음 들어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특히 비치웨어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마침 일행 중 한 명이 케언즈로 오기 전, 브리즈번에서 빌라봉 제품을 구입하였다. 그래서 가격 차이를 비교해보고자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반가워요 가츠님!"
"헐! 당신은 누구십니까?"
"저는 매장 직원입니다!"
매장으로 들어가자 눈부신 미모를 자랑하는 여직원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요즘 베이글녀라는 단어가 화제이다. 베이비페이스와 글래머의 합성어로 청순한 얼굴과 볼륨있는 몸매를 지닌 여성을 뜻하는 신조어이다. 게다가 눈 앞의 그녀는 성격 또한 매우 좋아보였다.
전형적인 베이글녀의 등장은 칙칙한 남자들과 함께한 지난 시간을 한순간에 잊게 만들어 주었다.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예쁜데 이상하게 나와 미안할 따름이다.
"한국에서 오셨어요? 아이 러브 코리아!"
"아이 러브 빌라봉!"
"지금 세일하고 있으니 천천히 둘러보세요!"
"와우! 진짜 싸다!"
그녀가 환한 웃음으로 말하자 일동 진열대를 향해 앞다투어 뛰어갔다. 처음에는 가격만 비교해 보고 바로 시내구경을 마저하기로 하였는데, 이미 시내구경은 물 건너 간 듯 하다. 다들 꼭 필요해 보이지도 않는 제품들을 손에 들고 그녀의 품으로 달려갔다.
"형님! 결혼도 안하셨으면서 아기 옷이 왜 필요해요?"
"그냥! 친구들 돌잔치하면 선물할려고!"
"근데 도대체 몇 개나 사시는 거예요!"
"그냥! 사놓으면 언젠가 쓸모있겠지!"
"다음 동영상은 내 손안에 있소이다!"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동영상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VJ 정민건, 나와의 인연은 남아공 월드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첫만남에서부터 무거운 카메라와 삼각대를 들고 현장을 누비는 전형적인 열정파였다. 한여름에도 한겨울에도 묵묵히 촬영에 임하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한 프로의 모습을 배울 수 있었다.
"많이 사면 그녀가 행복해 하겠지?
그동안 영상촬영에만 흥미를 가지던 그가 빌라봉에서는 가장 활발한 남자로 변모하였다. 애지중지 여기는 카메라는 어느새 그의 손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고 양 손 가득히 귀여운 아기 옷과 신발이 들려 있었다.
"와우! 또 사시는 거예요! 감사합니다!"
"마음같아서는 가게를 통째로 사고 싶군요!"
"제 꺼도 빨리 계산해주세요!"
"사이즈는 필요없고 그냥 주세요!"
"밤샘 영업이라도 해야 될 기세!"
그렇게 우리들의 쇼핑은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어두워진 거리에는 빌라봉만이 불야성마냥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케언즈에서 왔다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먹거리!"
결국 빌라봉을 끝으로 시내구경은 종료되었다. 다시 일행들에게로 합류한 우리들은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인근에 위치한 레스토랑으로 이동하였다. 이 곳에서는 케언즈의 별미인 악어 고기와 캥거루 고기 요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먹어도 괜찮을까?"
주방장이 정성스레 조리한 요리가 나오자 이내 경건한 마음으로 포크와 나이프를 집어 들었지만, 손으로 먹을 수 있는 꼬치였다.
태어나서 처음 맛보는 악어 고기와 캥거루 고기의 맛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악어고기의 경우에는 다소 질기지 않을까 걱정하였지만 닭고기와 비슷하였다. 반면 캥거루 고기는 다소 질긴 감이 있는지라 양고기와 비슷한 듯 하다.
"마무리는 달콤한 디저트와 인증서!"
호주는 문서를 참 좋아하는 듯 하다. 스토리 브리지 체험을 하였을 때도, 스쿠버 다이빙을 하였을 때도 수료증을 받았다. 그리고 어김없이 악어고기를 먹었다는 인증서도 챙겨주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우리들은 빌라봉 이야기를 하며 그 어느 때보다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하나같이 내일 또 방문할 거라고 약속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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