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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음주측정을 하겠습니다!"
"저는 차가 없어요!"
"저는 면허도 없는데!"
해외여행와서 음주측정이라니? 드디어 우려했던 일이 벌어진건가? 이른 아침부터 우리들은 모두 모여 낯선 남자가 설명하는 것을 조신하게 경청하고 있다. 사연인즉슨, 지금부터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브리즈번의 상징, 스토리 브리지를 직접 오르는 어드벤쳐 클라임이다.
"더더더더더더더!"
높이 80m의 스토리 브리지를 걸어서 직접 올라가기 위해서는 사전 안전교육이 필수이다. 특히 음주측정을 실시하여 통과하는 사람만 체험을 할 수 있었다. 덕분에 9명의 남자들은 지난밤 한 방울의 알콜도 섭취하지 못한 채, 밤을 보내야만 했다. 혹시 배신자가 있을까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았지만 색출되지 않았다.
"죽어도 좋습니다!"
서약서까지 작성하자 내심 긴장되었다. 군시절, 1500고지도 아무렇지 않게 뛰어다녔는데 말이다. 안전교육과 서약서 작성이 끝나자 다른 방으로 이동하여 안전한 체험을 위한 복장으로 환복하였다. 다리 위에서는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소지품이 분실될 수도 있고 철제 구조물에 옷이 걸릴 수도 있기에 우주복처럼 생긴 신기한 옷을 입어야 한다.
"안그래도 비주얼이 떨어지는데!"
"아나! 죄수같잖아요!"
준비된 복장을 갖추고나자 일행들의 비주얼이 급격히 떨어졌다. 차라리 얼룩무늬 전투복이 더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서 안전레펠, 무전기까지 착용하고나자 마치 단독군장을 착용한 느낌이 들었다. 현역시절 같았으면 다들 무겁다며 몰래 짱박아 놓기에 급급하였겠지만, 나이가 먹어서인지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아무런 불만없이 장비를 챙겼다.
"준비완료! 고고씽!"
드디어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얼마만에 해보는 등산인가? 몇발짝 오르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숨이 차오른다. 게다가 다리 위로 차량들이 지나갈 때마다 계단이 흔들거렸다. 그렇다고 절대 힘들거나 무섭다는 것은 아니다. 가족 단위의 체험도 가능하기에 꼬꼬마친구들도 곧잘 오른다고 한다.
"와우! 기분 째지는데!"
금방 오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높았다.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땀복같은 옷을 입고 오르니 금새 땀이 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오르면 오를 수록 시원한 강바람과 아름다운 브리즈번의 전경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우리들은 정상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힘차게 내딛었다.
"이 맛에 오르는 거 아니겠습니까?"
정상에 오르자 시원한 강바람이 나를 반겨주었다. 너나할 것 없이 탁 트인 브리즈번의 전경을 바라보며 좋아하였다. 근데 지금와서 사진으로 보니 마치 다리 위에 작업하러 온 인부들 같다.
"번지?"
"응?"
"점프!"
"........."
문득 든 생각인데, 이 곳에서 번지점프를 하면 정말 기가 막힐 듯 하다. 쌩쌩달리는 자동차를 지나 다리 아래로 떨어지는 느낌, 상상만 해도 짜릿하지 않은가? 오르기 전만 하여도 내심 귀찮았는데, 역시 정상을 밟으면 모든게 달라진다. 여기까지 와서 브리즈번의 대표적인 상징인 스토리 브리지를 오르지 않는다면 분명 두고두고 아쉬웠을 것이다.
"수료증 획득!"
모든 체험을 마치고 돌아오니, 따끈따끈한 수료증이 프린트되어 있었다. 가이드요원과 기념촬영까지 마치고 나자 브리즈번에서의 모든 일정이 종료되었다. 이제 공항으로 가서 다음 목적지인 케언즈로 가는 일만 남았다. 울창한 열대우림과 푸른 동부연안의 절경이 압권인 호주 최고의 관광도시, 케언즈로 말이다.
"잠깐! 넌 뭐니?"
"저요? 기념품이요!"
"설마 내 술 마신 건 아니지? 줄어든 거 같은데! 불어! 불어봐!"
".........."
클라임 체험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귀여운 곰인형이 나와 눈이 마주쳤다. 어쩔 수 없이 냉큼 가방에 챙겨넣고 한국까지 데려왔다. 하지만 클라임 본능은 도저히 주체할 수 없는걸까? 방에 들어오자마자 열심히 오르기 시작한다.
"작작해라!"
"아나 맞춰주기 힘드네! 니가 시켰잖아"
어찌되었건 우리들은 숙소로 돌아가 짐을 챙겨 공항으로 출발하였다. 브리즈번에서 케언즈까지는 비행기로 약 2시간 정도 소요된다. 브리즈번이 도시적인 현대미를 자랑한다면, 케언즈는 전형적인 호주의 대자연을 느낄 수 있으며 다양한 액티비티의 천국이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액티비티 여행의 시작! 기다려 케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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