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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케언즈!"
브리즈번에서 북쪽으로 비행기를 타고 2시간 가량 날아가면 호주 최고의 자연도시인 케언즈에 도착한다. 호주 북동부에 위치한 케언즈는 시드니나 멜버른, 골드코스트 등에 비해 한국에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와 열대우림, 다양한 액티비티 체험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관광지이다.
아직 국내에는 케언즈로 바로 가는 직항이 없어 홍콩, 일본 혹은 브리즈번을 경유해야 되지만 여름철에는 대한항공에서 전세기가 운항되고 있다. 소요시간은 약 7시간 50분이며 시차는 한국보다 1시간 빠르다.
"역시 후덥지근하구나!"
케언즈에 도착하자마자 열대우림의 습한 기후가 나를 반겨주었다. 평소같았으면 불쾌지수가 마구마구 상승하였겠지만, 한겨울에 느껴보는 끈적끈적함,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예약한 숙소로 가니 시원한 웰컴 드링크와 메세지 놓여져 있었다. 케언즈에는 룸메이트도 영철에서 일행 중에 최고령이신 밥장형님으로 바뀌었다.
"나는 일러스트레이터다!"
처음에는 전혀 몰랐는데,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계시는 밥장형님은 매우 유명하신 분이셨다. 그가 표현하는 일러스트레이션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었다. 그의 작품이 궁금하다면 가까운 할리스커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전국 할리스커피에 그가 그린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또한 왕성한 집필활동도 하고 계시기에 서점에서도 그의 책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흔히 예술가라 하면 개성이 강하여 대인관계가 어렵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는 내가 만난 그 어떤 사람보다 친절하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한없이 편하게 만들어주는 매력이 충만하였다. 그와 함께한 케언즈에서의 시간은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일단 시원하게 수영부터 한 판 하자고요!"
짐을 정리하고 저녁까지 자유시간이었기에 우리들은 모두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숙소에 위치한 수영장으로 달려갔다. 비록 금발의 미녀들은 없었지만, 우리들만의 즐거운 한 때를 보낼 수 있었다.
"헤이! 우리도 있어요!"
"아! 우리처럼 슬프디 슬픈 남자 일행들이 한 팀 더 있었다!"
우리끼리 조촐하게 놀고 있는데, 낯선 서양남자들이 공을 던지며 친근감을 표시하였다. 그렇게 수영장에는 동양 남자와 서양 남자들이 발산하는 육감적인 매력으로 넘쳐흘렀다. 나는 더이상 흥미를 잃고 벤치에 누워 시원한 맥주를 들이키며 선탠을 즐겼다.
"그냥 술이나 먹자!"
저녁에는 쿠란다 인근에 위치한 차푸카이 원주민 문화공원을 체험할 예정이다. 과거 유럽인들이 정착하기 전, 호주 대륙의 주인은 애보리진이라 불리우는 원주민들이었다. 이들은 진한 갈색 피부에 곱슬머리, 특히 수염과 체모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호주 전역에 흩어져 채집과 수렵으로 살아가며 과거에는 200여 개가 넘는 다양한 언어와 600여 개의 방언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유럽인들의 호주 진출 이후, 애버리진의 인구는 크게 감소했고, 현재 남은 언어는 20여 개에 불과할 정도로 세력이 약화되었다.
하지만 수많은 벽화와 조각, 회화 작품 등이 애보리진의 역사와 전통을 보여주고 있으며 퀸즐랜드 여행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악기인 디저리두와 부메랑도 애버리진의 전통 유물이다.
"오홋! 레알 박쥐!"
원주민 문화공원으로 가는 길에 박쥐떼를 만났다. 신기하게도 케언즈의 하늘에는 박쥐가 유난히 많았다. 왠지 배트맨도 어딘가에 숨어있지 않을까? 라는 허무맹랑한 생각을 하는 찰나, 어느새 나를 태운 버스는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부메랑 천국!"
편편하고 활 모양에 가까운 나무로 만들어진 부메랑은 우리에게도 매우 친근한 물건이다. 과거 호주 원주민들이 새나 작은 짐승의 사냥, 전투, 놀이 등에 사용하던 투척무기로 길이는 30∼80 cm 정도이며, 양끝이 70~120도 가량 벌어진 나뭇조각으로, 단면은 밑이 편평하고 위쪽은 불룩한 반원형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TV에서 보면 큰 원을 그리며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지만 실상은 다르다. 제대로 배우지 못한 일반인들은 던지면 줍기 위해 겁나 뛰어가야 된다.
"우캬캭캬갸캭캭캭!"
"오호! "진짜 원주민 같아!"
"근데 원주민들도 언어를 사용하지 말입니다!"
"........."
"아나! 형은 또 왜 귀여운 척하고 있어요!"
"크릉크릉!"
그렇게 우리들은 기념품샵에서 원주민 분장도 하고 다양한 도구들을 체험하여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잠시후, 가이드의 안내를 따라 민속공연장으로 이동하니 그 곳에는 진짜 원주민들이 전통악기인 디저리두(didgeridoo)를 불며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디저리두! 디저리두! 디저리 디저리 디저리!"
흰개미가 속을 파먹어 빈 나무를 가지고 만드는 디저리두는 호주 원주민들의 전통악기이다. 지금은 관광객들에게 기념품으로 팔기 위해 대량생산을 하고 있어 기계로 만들고 있는 듯 하다. 길이는 천차만별인데 생각보다 불기 어려웠다.
디저리두라는 이름은 나무에서 나는 소리가 디러지두, 디저리두같이 들린다고 하여 처음 호주로 건너온 유럽인들에 의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원래 원주민들이 부르는 이름은 예다키인데 흥미로운 속설이 내려져 온다. 다름아닌 여자들은 디저리두를 부르면 안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월드스타인 니콜키드먼이 디저리두를 불었다가 원주민으로부터 크게 반발을 사는 등 혼쭐나기도 하였다. 여자가 부르면 임신을 못하며 심지어 원주민을 조롱하는 행위라고 여기는데 정확한 이유는 듣지 못하였다. 하지만 이 곳에서는 누구나 디저리두를 불며 원주민들과 함께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었다.
"퐈이어!"
민속공연장 중앙에서는 원주민들이 과거 나무를 이용하여 불을 만드는 방법을 재현하고 있었고, 우리들은 전통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신나게 빙빙 돌고 또 돌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계 곳곳에서 온 관광객들은 모두가 하나가 되어 불씨가 만들어지기를 기원하였다.
"올레! 이제 밥먹으러 갑시다!"
뷔페식으로 준비된 원주민 음식들은 내 입맛에 꼭 맞았다. 식사를 하는 도중에도 앞쪽에 마련된 무대에서는 원주민들의 공연이 계속 진행되었다. 특히 부메랑을 상품으로 내건 즉석 불피우기 이벤트는 액티비티 공식 모델인 영철군의 활약으로 큰 웃음을 주었다.
"안되면 춤이라도 춰!"
원주민 차푸카이족의 문화와 역사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차푸카이 원주민 문화공원, 과거 원주민들과 이주민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어둠의 장벽이 있었다. 그나마 근래에 들어 원주민과 토리스 해협 섬 주민들에게 호주 시민으로서의 자격과 호주 지역 어디서든 거주할 수 있는 권리를 받았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입대 전 보았던 일본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가 떠올랐다. 정확히는 주인공인 그들이 가고자 했던 세상의 중심, 지구의 배꼽이라 불리우는 울루루가 말이다.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 생물권 보호지구, 세계 복합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거대바위는 현재 호주 최고의 관광명소로 수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있으며 직접 등산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 곳의 주인이었던 호주 원주민들에게는 오로지 부족의 주술사만이 오를 수 있었던 조상의 거룩한 숨결이 담긴 신성한 성지였다. 1958년 호주정부는 울루루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자 토지를 소유한 원주민인 아그난족과 토지반환 소송이 벌어졌고 수차례의 협상 끝에 2084년까지 이 지역을 호주정부에 임대해 주는 것으로 합의하였다.
지금도 원주민들은 쉰 목소리로 이 지역을 등산하는 관광객들에게 정상에 오르는 것과 사진을 촬영하는 행위를 자제해 줄 것을 간곡하게 부탁하고 있다.
이처럼 오늘날의 호주는 원주민과 유럽인,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몰려든 아시아계 민족들이 한데 어울려 다민족, 다문화를 구성하며 살아가고 있다. 물론 완벽한 화합과 평화를 바랄 수만은 없겠지만, 앞으로 호주 정부, 시민들이 풀어나아가야 할 숙제가 아닌가 싶다.
차푸카이 원주민 문화공원에서 만난 애보리진의 환한 웃음이 멈추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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