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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타고 갈까요?"
지난주 군부대 취재를 마치고 나의 고향인 경주를 다녀왔다. 경주를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정말 한결같은 도시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천년고도 경주는 변함없는 모습을 나를 반겨준다. 마음같아서는 집에서 푹 쉬고 올라오고 싶었지만, 바쁜 일정때문에 하루만에 올라왔다.
"아들! 이번에 개통한 KTX 타고 가봐!"
"으음! 비싼데!"
"빠르잖아! 2시간이면 간다!"
"어차피 버스에서 내내 잘텐데!"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어머니의 의견을 따르기로 하였다. 이번에 새로 개통된 KTX는 기존의 경주역이 아니라 다소 외곽에 위치한 신경주역을 통해서 이용할 수 있다. 신경주역으로 가는 길은 교통체증이라고는 전혀 걱정할 필요없는 한적한 도로이다. 하지만 택시를 타기에는 거리가 꽤나 멀기에 시내버스를 이용하기로 하였다.
"12년만에 타보고는 시내버스!"
중학생 이 후로 처음 타보는 시내버스이다. 고등학생 때는 바로 코 앞에 학교가 있었기에 탈 기회가 없었고, 성인이 된 이 후로는 택시나 승용차를 이용하였다.
물론 서울에서는 매일 같이 이용하고 있다. 막상 버스를 탈려고 하니 요금이 얼마인지 몰라 당황스러웠다. 서울에서야 교통카드를 찍으면 되겠지만 아직 경주에서는 호환이 되지 않을 듯 하였다. 타고 보니 교통카드 찍는 기계도 있었는데, 과연 수도권과 연계되는 카드인지는 확인을 못하였다. 결론적으로 버스비는 천 원이었다.
"다행히 교통편은 나쁘지 않군!"
나를 태운 버스는 15분가량을 달려 신경주역에 도착하였다. 다행히 신경주역으로 가는 버스 노선이 무척 많았기에 다소 먼 거리는 그리 부담스럽지 않았다. 시내와 연계되는 버스는 끊임없이 들어왔고 대략 3. 4분마다 있는 듯 하다. 또한 아직 KTX가 개통되지 않은 포항으로 바로 가는 리무진버스도 대기하고 있었다.
"웰컴 투 신경주역!"
경주시 건천읍 화천리에 위치한 신경주역은 새로 지은 건물답게 멋진 디자인과 깔끔함을 자랑하였다. 생각보다 시간이 넉넉하여 역사 주변을 둘러보기로 하였다.
사실 이 날, 날씨가 무척 쌀쌀하여 바로 역사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언제 또 이렇게 촬영할까 싶어 추위를 무릎쓰고 용감하게 돌아다녔다. 역사 앞 마당은 꽤나 넓었는데 갖가지 조형물과 문화재로 신경주역만의 분위기를 맘껏 뽐내고 있었다.
"문화재의 도시! 경주!"
신라의 수도답게 경주시는 도시 전체가 문화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경주역에도 방내리고분군 1호 돌방무덤과 덕천리유적이 이전복원되어 있었다.
1호 돌방무덤은 지난 경부고속철도 건설공사를 위해 발굴조사를 하다 건천음 방내리 일원에서 발견된 삼국시대 고분유적으로 조사 과정에서 돌덧널무덤 34기, 돌방무덤 23기, 돌덧널무덤 1기가 확인되었는데, 이중 1호 돌방무덤이 신경주역으로 이전복원 된 것이다. 삼국시대 경주지역의 무덤의 구조와 축조방법을 잘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신경주역!"
어렸을 때는 만날 보는 것이 문화재이다 보니, 많은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 가치에 대해 무감각하였다. 하지만 크면서 문화재의 가치와 역사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고, 특히 보존, 관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깨달았다.
"반갑습니다! 신경주역입니다!"
역사 내부로 들어가니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무척 한산하였다. 이용객의 편의를 위해 안내원이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문득 기둥을 보니 신경주역답게 기둥마다 십이지신상이 위풍당당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서울로 가는 KTX는 총 26편!"
요일마다 차이는 있지만 약 26편이 매일같이 서울로 운행되고 있다. 참고로 내가 예약한 KTX는 유일하게 영등포역에도 정차하는 노선이다. 영등포역에서 10분만 걸어가면 오피스텔이 있기 때문에 일부러 예약한 것이다.
하지만 알고보니 대전 이 후부터는 기존 선로를 이용하는 노선이라 KTX 답지 않게 2시간 40분이나 소요된다고 하였다. 가장 빠르게 서울역으로 가는 KTX가 2시간이 소요된다고 하니 꽤나 느린 편이다. 하지만 이미 시간에 맞춰서 왔기에 그냥 타기로 하였다.
"천년의 숨결 속을 거닐다!"
곧 KTX가 들어온다는 안내방송이 역사 내부에 울려퍼졌고, 나는 내부 촬영을 마무리하고 서둘러 서울행 플랫폼으로 올라갔다.
"훈훈한 고객대기실!"
플랫폼에는 추운 날씨에 KTX를 기다리는 고객들을 위해 전용 고객대기실이 마련되어 있었다. 대기실 내부에는 할머니와 손자로 보이는 일행이 다정하게 앉아 있었다. 문득 어렸을 때, 외할머니와 기차를 타고 다녔던 기억이 떠오른다. 외할머니는 기차를 탈 때마다 찐계란을 까주시며 무한한 손자사랑을 보여주셨다.
"박진감 넘치는 촬영을 해보자!"
문득 빠른 스피드로 들어오는 KTX를 촬영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겨 최대한 나갈 수 있는 곳까지 나가서 기다렸다. 동영상으로 찍을까? 연사를 찍어 움직이는 사진을 만들까? 고민을 하고 있는 사이 등 뒤에서 열차가 들어오는 것을 알려주는 종소리가 울렸다.
"땡땡땡땡땡~♪"
"이상하네? 왜 안 오지?"
"아나! 반대편이구나!"
"............"
어처구니없게도 KTX는 내가 기다린 반대편에서 들어오고 있었다. 결국 거북이처럼 천천히 들어오는 KTX를 촬영하는 것으로 만족하여야 했다.
"리무진버스 부럽지 않은 특실!"
촬영하느라 제일 앞 쪽에서 KTX를 탑승하게 되었다. 앞 부분은 주로 특실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리무진버스와 같은 구조였다. 넓은 좌석이 무척 편안해보였다. 하지만 나는 일반석을 예약하였기에 열심히 뒷 쪽으로 이동해야만 했다. 이동하는 도중, 휴대폰 충전기, 자판기, 화장실, KTX특송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만날 수 있었다.
"헐! 살아있는건가?"
"zZZ zZZ"
"휴우! 숨 쉰다!"
옆자리에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 타고 있었는데, 가는 내내 아주 제대로 풀취침해주었다. 행여 그녀가 깰까봐 이등병마냥 부동자세로 대기 아니 앉아 있었다.
"아직은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
경주행 KTX의 개통으로 인해 지역내 관광사업이 크게 탄력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아직은 개선해야 될 부분도 매우 많았다.
일단 역사 주변에는 편의시설이 정말 아무 것도 없었다.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며 쉴 수 있는 편의시설이 시급한 실정이다. 내가 탑승한 날은 너무 추워서 느끼지 못하였는데 역사 주변에 위치한 가축농장에서 악취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이용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고 하였다. 또한, 시내까지 할증료가 발생하는 비싼 택시비도 이용객의 발목을 잡는 큰 요인이다.
이제 개통한 지 한달이 지났다. 아무쪼록 효과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여 보다 편리하고 쾌적하게 KTX를 이용하기를 희망해 본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KTX는 나의 목적지인 영등포역에 도착하였다.
설날에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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