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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도 식후경이지 말입니다!"
"공주에서 제일 맛있는 국밥집으로 고고!"
공산성을 둘러보고 나니 어느덧 점심시간이었다. 근처에 위치한 공주국밥으로 들어서니 입구에서부터 역대 대통령 사진이 가득하였다. 나의 고향, 경상도에서는 주로 뿌연 국물인 돼지국밥이 대세인데 이 곳은 빨간 국물이 매력적인 소고기국밥이었다. 다들 허기졌는지 연신 호호 불며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다음 장소는 백제 역사의 모든 것! 무령왕릉!"
내 고향 경주에 가면 과거 통일신라의 화려한 영광을 재현하듯 수많은 왕릉이 도심 곳곳에 위치하고 있다. 왕릉 앞에서는 화려한 비석이 누구의 왕릉인지 관광객들에게 설명해주며 말이다. 하지만 백제에는 이름없는 왕릉이 많다. 아니 누구의 왕릉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곳은 딱 한 곳 뿐이다.
"이 모든 것이 바로 일본 놈들 때문임!"
비탄의 시기인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은 우리나라의 문화재에 대한 무차별 도굴이 성행하였다. 대부분의 왕릉은 도굴꾼들에게 이리저리 파헤쳐졌고, 역사를 재현해 줄 소중한 문헌과 유물들이 일본으로 넘어갔다. 그러던 와중 1971년 송산리 고분에서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중요한 사건이 일어났다.
"아니! 이 것은!"
송산리 고분에 위치한 5호분과 6호분의 배수로 공사를 하던 와중 우연찮게 지금의 무령왕릉을 발견하게 되었다. 일본인들 마저도 미처 발견하지 못한, 천년고분의 역사를 그대로 지닌 채 말이다. 지금의 백제 역사는 무령왕릉에서 나온 유물로 재구성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 그래도 보물섬 그 자체임!"
무령왕릉은 아무도 손대지 않은 완전한 상태였기에 발굴된 유물로 무령왕의 왕릉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밖에도 금은제의 장신구와 무기, 용기, 동경 등 약 3000여점의 부장품들이 출토되었다. 만약 무령왕릉이 발견되지 않았다면 화려했던 백제문화는 지금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채, 땅 속 깊이 묻혀져 있었을 것이다.
"그 때 출품된 유물은 어디에 있나요?"
"당연히 국립공주박물관에 고이 보관되어 있죠!"
"그럼 가야죠!"
"왠지 설레는데요?"
"주말이라 그런지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이 많네요!"
"바람직한 모습임!"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의 방문 소식에 유병하 박물관장이 직접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안희정 도지사, 유홍분 박사, 유병하 박물관장까지 세계대백제전에 임하는 그들의 마음가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리 공부하는 준비된 모습!
"실로 아름다운 자태구나!"
"반면?"
"이러고 있다!"
"마징가 따위는 한 방에 날려주마!"
로보트와 놀고 있는 다 큰 남자사람의 모습이 무척이나 대조적이었다. 국립공주박물관에서는 전시 뿐만 아니라 다양한 행사와 공연을 준비하여 관람객들의 방문을 유도하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이윽고 유병하 박물관장과 함께 백제문화탐방을 떠났다. 먼저 무령왕릉 발견의 의의를 설명해주었다. 첫째, 수많은 부장품을 통해 찬란한 백제문화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금속공예품에는 다양한 기법이 나타나고 있어 백제의 발달된 금속공예기술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반짝 반짝 빛나는 금속 공예품!"
다음으로 무덤의 구조와 출토유물을 통해 백제의 능동적인 대외교류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무령왕릉은 당시 중국 남조에서 유행하던 벽돌무덤의 형태를 하고 있으며, 무덤에서 중국제 자기와 일본에서만 자라는 금송으로 만든 목관이 나와 백제의 진취적인 대외교류를 엿볼 수 있다.
또한 묘지석에 새겨진 무령왕의 사망 연대는 삼국사기의 정확성을 말해주고 있어 삼국사기의 사료적 가치를 더욱 높여 주었다. 무령왕의 사망 연대와 나이를 통해 부자관계로 알려진 동성왕과 무령왕이 형제관계일 가능성이 높어졌다. 이 밖에도 무령왕릉의 발견을 통해 백제의 역법이나 상장례, 그리고 도교신앙 등 백제사를 이해하는 데 귀중한 단서를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찬란한 백제의 영광을 보여 준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차분하게 설명해주시는 유병하 박물관장, 알고보니 그의 사촌 할아버지가 유홍준 박사라고 한다. 천상 문화인 가족인 셈이다. 어느새 일반 관람객까지 합세하여 그의 뒤를 따랐다.
"지역 그리고 백제!"
세계대백제전을 맞이하여 백제를 제대로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온 종일 고심한다는 그는 지역 문화 발굴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지역민에게 질 높은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한편 충남의 도요지나 공주의 상장의례 등 지역의 문화 발굴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당당하게 포부를 밝혔다.
"박물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교육이지 말입니다!"
그래서일까? 박물관에는 유독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많았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국사가 선택 과목인 현실에서 박물관에서 만난 어린이들은 그나마 심심한 위로가 되어주었다.
백제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국립공주박물관에는 여전히 그들의 후손이 새로운 역사를 꿈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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