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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에는 폭염경보가 내려져있습니다!"
"34도라고 하지만 체감온도는 이미 40도를 훌쩍 넘긴 듯!"
달콤한 주말 오전, 밀린 잠을 포기하고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나서 부랴부랴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렇게 2시간 가량을 달려 도착한 곳은 충청남도 부여군 규암면에 위치한 백제문화단지이다.
"정양문?"
문득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천안문 광장에 있는 성문이 떠올랐다. 과거 중국 황제만이 출입할 수 있었던 왕궁 내성의 정문이다. 치안먼이라고도 하는데, 이 곳에 있는 성문 또한 같은 의미인 거 같다. 쉽게 조선 시대의 광화문이라고 생각해도 되겠다. 아직은 공사가 완료되지 않았는지 외부 철조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나저나 황금 주말에 꼭두새벽부터 이 곳에 왜 온 것일까? 게다가 폭염경보로 인해 외부활동은 상상도 하기 싫은데 말이다. 그 이유는 바로 충청남도 부여군과 공주시에서 개최되는 제 57회 세계대백제전때문이다. 작년까지는 백제문화제라는 이름으로 개최되었지만 올해부터 보다 업그레이드되어 국내 관광객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까지 적극적으로 유치할 계획이다.
사실 그동안 백제라고하면 신라에 통일된 패국의 이미지가 강하였다. 자연스레 백제의 문화와 역사는 신라, 고려, 조선에 비해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였다. TV, 영화만 보아도 백제를 주제로 한 작품을 찾아 보기가 힘들다.
하지만 백제의 문화와 역사를 결코 쉽게 스쳐가서는 국사책의 한 페이지가 되어서는 안된다. BC 18년부터 AD 660년까지 700여년간 동아시아 문화 교류의 정점에 있었다고 해도 부족함이 없는 국가이다. 특히 천년고도 신라의 수도인 경주가 고향이 나에게는 더욱 아이러니한 곳이기도 하다.
신라가 백제를 통일한 뒤 철저하게 신라의 문화로 탈바꿈 시켰다. 자연스레 백제의 문화는 불 타 없어졌고 남아있는 거라고는 기껏해야 유명무실한 절터와 왕릉, 무너져 내린 탑 뿐이다. 그래서일까? 백제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기란 그 어떤 시대보다도 애로사항이 많다.
"경주에 비하면 넘사벽이죠!"
"과연 그럴까요?"
과거 국가의 수도 중 유독 부여군만이 여태껏 시로 승격되지 못하였다. 그만큼 인구도 적고 발전도 더디다는 증거이다. 경주만 하여도 보문관광단지에 가면 널린 게 특급호텔이요. 콘도이다. 또한 수학여행의 메카이기도 하다. 하지만 부여군은 끽해야 조촐한 관광호텔 한 개가 고작이다. 관광 인프라가 부족하다보니 자연스레 관광객의 방문도 적다.
하지만 2010년 모든 게 변하고 있다. 6904억원이 투자되는 백제문화단지가 그 시작이다. 더 이상 도의 작은 군으로 지내기에는 부여가 가지는 역사적 가치가 너무나도 높았고, 정부에서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오죽했으면 올 10월에 개최되는 G20 관광장관회의도 부여에서 유치된다고 한다.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편에 이어서 하도록 하겠다.
"사비궁의 위엄!"
정양문을 통과하자 눈 앞에는 백제 시대의 왕궁인 사비궁이 아름다운 모습을 뽐내며 나를 반겨주었다. 우리나라 삼국시대 중 왕궁의 모습을 최초로 재현한 사비궁은 궁궐의 가장 중심이 되는 천정전 등이 화랑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총 14개 동 1359평의 규모를 자랑한다.
이번 백제문화단지 사업은 총 6904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공공투자로는 기반시설, 사비성, 백제역사문화관, 한국전통학교가 건축되고 사업비의 절반 가량인 민자유치로는 숙박시설, 테마파크, 테마아울렛, 체육시설등이 건설된다. 이를 발판으로 찬란했던 백제문화를 전세계에 알리고 1400년전 화려했던 대백제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함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하지만 재현을 하기위한 고증작업은 실로 눈물겨웠다. 현존한 채로 남아있는 백제의 건물이 없다보니 오로지 출토된 과거의 유물에 의존하여야만 하였다. 하다 못해 일본까지 건너가서 과거 백제의 문화가 전파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그렇게 당대 최고의 중요무형문화재인 대목장, 칠장, 단청장 등 6개 분야의 장인들이 모두 총 출동하여 매달렸다.
"문화재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결코 완공하지 못했을 거예요!"
"멋있긴 한데! 너무 덥잖아요!"
"땡볕에서 작업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무한 존경이옵니다!"
"그나저나 슬슬 오실 때가 되었는데!"
"아! 현기증 나요! 근데 누가 와요?"
"도지사님이 오신다던데?"
"도지사님이요? 기왕이면 홍보대사 오면 좋잖아요!"
"충청남도 홍보대사는 송일국임!"
"아 왜! 죄다 남자임!"
"도지사님 오셨습니다!"
"더우신데 고생이 많습니다!"
안희정 도지사가 등장하자 나는 언제 불평불만을 하였나는 듯이 총알같이 냉큼 뛰어가서 90도 인사를 하였다. 마음같아서는 거수경례를 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그렇다! 나는 강자에게 한 없이 약한 존재이다. 하지만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어차피 이번 행사는 정치적인 부분은 완전히 배제되었고 오로지 문화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물론 나도 나만의 성향이 있다.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이 최고임!"
".............."
"전투지휘검열 포스!"
안희정 도지사의 등장으로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은 한껏 긴장한 채 그동안 구슬땀 흘리며 준비한 과정을 빠짐없이 일목요연하게 보고하였다. 지휘봉을 보자 문득 군시절이 떠올랐다. 하지만 분위기는 전혀 딱딱하지 않고 부드러웠다.
"앜ㅋㅋㅋ 냉정한 눈빛 작렬!"
사실 안희정 도지사도 현장 방문은 처음이었기에 하나부터 열까지 놓치지 않고 열심히 경청하고 있었다. 어찌보면 사진찍고 있는 나보다 더욱 집중하는 듯 하였다. 하긴 충청남도의 수장으로서 이번 세계대백제전이 도의 발전은 물론이고 도민들의 생계에도 직접적으로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에 진지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내 평온한 미소로 현장관계자들을 격려하였고 우리들과 자유롭게 담소를 나누며 세계대백제전에 관한 이야기 꽃을 피웠다.
특히 충청도민들의 참여도가 어느 때보다 높아 참으로 힘이 된다고 하였다. 지역민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은 총 24개 프로그램으로 3만 5천여명이 직접 참가한다고 한다. 전체인구도 많지 않은 소도시에서 자원봉사자로만 2천여명 이상 신청하는 등 도민 분들이 모두 자긍심을 가지고 적극 참여하고 있는만큼 성공적인 축제를 확신한다고 하였다.
"백제 문화는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의 자랑입니다!"
백제는 고대삼국 중 가장 화려한 문화를 꽃 피운 국가이다. 특히 일본 아스카문화의 원류로 평가되고 있으면 일본관광객들의 방문은 예전부터 꾸준하게 이어져오고 있다고 하였다. 어찌보면 한류의 원조는 백제인들이 아닐까 싶다.
"막 짓는다고 능사가 아님!"
백제의 높은 금속공예기술을 확인할 수 있는 국보 제 287호 백제금동대향로와 제 288호 왕명석조사리감이 발굴된 곳으로도 유명한 능산리사지에는 능사 5층목탑이 위풍당당한 위용을 뽐내며 자리잡고 있었다.
지난 2006년 12월에 세운 이 목탑은 높이 38m에 달하는 높은 건출물이지만 전혀 못을 쓰지 않고 오로지 목재와 목재만으로 얽어 처마의 하중을 떠받치는 백제 특유의 하앙식 공법을 적용하여 중요무형문화재 74호인 최기영 대목장이 직접 설립하였고 이는 국내최초로 재현된 것이다.
가볍게 한바퀴 둘러보았는데도 우리들은 온 몸이 땀으로 젖었고 피부는 화끈거렸다. 마음같아서는 건물 한 동, 한 동 다 살펴보고 싶었지만 다음 일정을 위해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자리를 옮길 수 밖에 없었다.
"우리가 밟고 있는 이 땅의 역사를 복원해야 됩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땅의 역사를 강조하였다. 한 국가의 역사도 중요하지만 본래의 땅의 역사도 매우 중요하다. 수많은 전쟁과 침략으로 땅의 주인은 항상 바뀔 수 있지만, 그 땅에 있는 흙은 변하지 않는다. 땅에는 항상 생명체가 살고 있으며 국가라는 개념이 생기기 한참 전부터 그 곳에는 인류가 존재하였다.
그의 말을 듣고나자 문득 부여 땅에서는 어느 시점이 가장 중요시 되었을까? 수천, 수만년동안 내려져왔지만 아마 123년 동안 백제의 왕도였던 그 순간이 가장 빛나고 화려한 시기가 아니었나싶다.
"한달만 기다리면 만날 수 있다!"
"일단 그때까지 신나게 마셔봅세!"
그렇게 안희정 도지사와의 반가운 만남을 뒤로한 채 다음 목적지로 발길을 재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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