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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이 것은!"
이삿짐을 정리하다 조그만한 악세사리를 발견하였다. 사진 속의 악세사리는 귀여운 꼬마 손전등 열쇠고리이다. 문득 열쇠고리에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이 곳은 포항 시내에 위치한 별다방!"
얼마전 여친님이 포항에 일이 있어 들린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아직 경주에 거주 중이었기에 잽싸게 포항으로 놀러가서 데이트 신청을 하였다. 영화 인셉션을 본 날이기도 하다. 간만에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즐거운 마음으로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저는 카라멜 마끼아또 주세요!"
"안돼! 오빠 살쪄요!"
"그럼 카페라떼 주세요!"
"노노! 아메리카노요!"
분명히 데이트는 좋은 건데.... 아니다, 무조건 좋은 거다. 여친님 말씀 들어서 손해 볼 거는 하나도 없다. 그렇게 오순도순 커피를 마시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오오! 사격장도 있네?"
"오빠 잘해?"
"장난해! 오빠 소총수출신이거든요!"
"에이 다들 소총수인데 뭐!"
"왜 이래! 사단장 표창 받은 모범 분대장 출신이라구!"
"예비사단의 자존심! 27사단 이기자 용사!"
군대이야기만 나오면 나도 모르게 흥분하며 목소리가 올라간다. 급기야 군시절 파란만장했던 군대이야기가 쉴새 없이 나왔고 마시던 커피를 들이키고 바로 사격장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몸소 보여주마!"
"1년 내내 영화보게 해줄게!"
"진...진짜? 가능하겠어!"
"갖고 싶은 거 있음 딱 골라놔!"
"오호! 나 이거 갖고 싶어!"
"그깟 곰인형쯤이야!"
"오빠 파이팅!"
그렇게 나의 사격은 시작되었다. 오랫만에 잡아 본 소총은 느낌은 비록 장난감이었지만 잠자고 있던 나의 전투본능을 일깨워주었다.
"탕탕탕!"
실제 소총이 아니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잘 맞지 않았다. 방금전까지만 하여도 큰소리 빵빵쳤는데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뒤에서 열심히 응원하던 여친님도 어느새 잠잠해졌다. 그렇게 사격장에는 무안한 총소리만 우렁차게 울려퍼졌다.
"점수가 이게 뭐야! 이거 사기다!"
"사기는 무슨! 오빠가 못한거지!"
"아니야! 이게 영점이 안 잡혀있어서 그래!"
"나와봐! 나도 해볼래!"
"헐! 자기 자세가 제대로인데!"
여친님은 소총을 잡자마자 영점을 조절하고는 능숙한 포즈로 사격 준비를 하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신들린 듯한 사격, 직접 두 눈으로 보아도 믿겨지지 않았다.
"말...말도 안돼!"
그녀는 타고난 스나이퍼였다. 방아쇠를 당기는 족족 거짓말처럼 표적이 넘어갔다. 사격장에서 일하는 직원 분도 우리 커플을 지켜보며 흥미롭단 듯이 웃고 있었다.
"맙소사! 천점이 넘었어!"
"에이 아깝다! 다 맞출 수 있었는데!"
"..........."
"어디보자! 오빠 뭐 가질래?"
"ㅇ널머ㅣㄴ어ㅣㅇ로!"
"이거 귀엽네! 그대에게 열쇠고리를 하사하노라!"
".............."
그렇게 나의 손에는 조그마한 꼬마 손전등 열쇠고리가 꼭 쥐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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