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학교 가는 날!"
학교가는 길은 언제나 즐겁다. 지하철 2호선 한양대학교역 2번 출구를 나와 언덕길을 오르다보면 눈 앞에 웅장한 노천극장이 나타난다. 노천극장에는 항상 젊음이 살아 숨쉬고, 에너지 넘치는 학생들의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오늘은 노천극장 바로 옆에 위치한 한양대학교 박물관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한양대 박물관은 대지 4,000㎡, 연건축면적 998.35㎡에 지하 2층, 지상 3층으로 구성된 5층 건물이다. 지난 1979년 박물관 건물을 준공한 이래, 끊임없이 귀중한 문화유산을 발굴, 수집, 보존하고 연구하면서 오늘날에 이르렀다. 2003년 박물관의 리모델링 이후, 전시실 개관을 계기로 특별전 외에 각종 문화체험 및 박물관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신선?"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박물관에서는 마침 신선이라는 주제로 특별전이 한창이었다. 특별전의 주제가 무척 이색적이었다. 이번 특별전은 신선과 관련된 유물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이다. 도교를 주제로 한 전시 뿐만 아니라 신선이란 한 주제를 가지고 심도 있게 기획된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는 최초로 시도된다고 한다.
영원불멸의 삶과 자유에 대한 갈망은 시공을 초월한 모든 인간의 염원이자 꿈이다. 역사만 보더라도 수많은 권력자들이 불로초와 선경을 찾아 헤매고 다니며 한결같이 영원 불멸의 삶인, 신선이 되기를 꿈꾸었다.
우리나라는 고려시대를 제외하고는 도교가 이단시되며 교단적 조직을 갖춘 적이 없었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성리학자들이 배척에 부딪혀 신앙, 종교적 차원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지 못하였다. 하지만 도교의 교세와는 상관없이 항상 사람들은 신선을 이야기하며 큰 관심과 동경을 가졌다. 한정된 삶을 살아가는 우리 인간에게 있어 현세의 삶을 뛰어 넘어 초월적 존재인 신선에 대한 동경,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다.
"역시 칼은 육군박물관에서 빌려왔군!"
이번 특별전은 우리 나라 신선 사상과 관련된 다양한 유물을 보여주고 신선 도상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총 100여개의 유물을 전시하였다. 기존의 한양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된 작품 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 흩어져 있는 신선에 관련된 유물을 한 자리에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기회이다.
박물관 측은 무한경쟁 속에서 쉴 틈조차 없는 현대인들에게 자신과 주위를 돌아보며 진정한 삶의 의미를 생각해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이번 특별전을 준비하였다고 한다.
"시원한 박물관에 있으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구나!""
"자기! 그 뜻은 정확히 아는 거야?"
중국 진(晋)나라 때 절강성 구주지방에 왕질이란 나무꾼이 살고 있었다. 하루는 왕질이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나는 꿈을
꾸고나서 석실산에 나무를 하러 올라갔다. 그는 꿈생각을 하며 걷다가 자신도 모르게 깊은 골짜기에 들어갔는데 소
나무 밑 반석위에서 두 노인이 바둑을 두고 있었다.
왕질은 하도 신기하여 도끼를 옆에 세워놓고 정신없이
구경하고 있으니 바둑 두던 노인이 왕질에게 대추씨 같은 모양의 환약 한개를 주며 먹으라고 권했다. 왕질이 그 약을 받아 먹었더니 맛도 좋고 배고픈 줄을 몰라 계속 바둑구경을 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바둑이
거의 끝나갈 무렵 왕질은 문득 정신이 들어 옆에 세워둔 도끼를 찾으니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도끼자루는 썩어서 푸석하게
문들어져 있었다. 왕질이 깜짝 놀라 허둥지둥 산을 내려와 자기집을 찾아 갔으나 전에 살던 사람은 아무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왕질의 집을 들락 거리고 있었고 집안에도 사람들이 제사 준비를 하느라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왕질은 하도 이상하여 어떤 사람에게 이 집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냐고 물어
보았더니 그 사람이 대답하기를 옛날에 이 집 주인의 증조부인 왕질이라는 사람이 산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돌아오지 않고 산 속을 다 찾아보았지만 찾을 수 없어 하는 수 없이 이 날을 그 분이 돌아가신 것으로 하여 제사를
지내게 되었다고 하였다고 한다.
양(梁)나라 때 임방(任昉)의 저서 '술이기(述異記)'에
나오는 얘기다. 왕질이 산중에서 만난 노인은 북두칠성과 남두육성이라는 두 신선이다. 이 두 신선이 사람의 수명을 관장하는데, 바둑을 즐겁게 구경하고 있는 왕질이
기특하여 수명을 늘려준 것이다. 하지만 신선들이 바둑 한판 두는 동안 인간
세상에서는 몇백년 세월이 흘러갔던 것이다.
훗날 그 지방 사람들은 왕질이 신선을 만났다는 석실산 이름을
난가산(爛柯山)이라고 불렀다 한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즉 '난가'라는 말은 여기서 유래한다. 그리고 중국최초의
바둑책인 '망우청락집'에는 왕질이 신선들의 대국을 구경하고 기보를 세상에 전했다는 해설과 함께
'난가도'라는 기보가 실려있다.
이 이야기에서 신선놀음이라는 말이 나왔고, 흔히 바둑을 신선놀음에 비유한다. 또한, 이 신선놀음의 뜻이 확장되어서 보통 신선놀음이라고 하면, 세월가는 줄 모르고 즐기는 것을 말한다.
"고로 자기와 데이트 하는 것도 신선놀음이라고 할 수 있지!"
"깍! 자기 좀 멋있는데~♥"
"여름에는 시원한 박물관이 최고임!"
취재를 하는 도중에도 곳곳에서 연인과 함께, 친구와 함께 특별전을 감상하고 있는 관람객을 만날 수 있었다. 시원한 박물관에서 멋진 작품을 감상하며 잠시나마 무더위를 잊을 수 있다. 한양대학교 박물관은 매주 일요일, 국경일을 제외하고 항상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물론 관람료는 무료이다.
박물관 입구 바로 앞에 위치한 카페에서 맛있는 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이번 특별전은 7월 31일까지 진행된다.
무더운 여름, 캠퍼스의 편안하고 친근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박물관에서 신선놀음을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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