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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김진표다!"
메인 홀에서는 초대가수 김진표의 공연이 한창이었다. 지금 이 곳은 부산국제모터쇼가 열리는 벡스코 전시장이다. 上편을 아직 읽지 않으신 분은 먼저 보고 오시면 한결 쉽게 이해가 되실 것이다.
2010/05/10 - [가츠의 옛날이야기] - 가츠의 옛날이야기, 부산모터쇼 上편
"나는 모터쇼를 보러 왔어!"
"저를 보러 오신 거겠죠!"
그랬다! 지금 나에게 중요한 것은 축하무대가 아니었다. 멋진 차량 앞에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레이싱 모델을 찍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평소에 한 두명만 보아도 신기할 법한 엘프같은 누나들이 곳곳에서 나를 향해 손짓하고 있었다.
"꿈이야? 생시야?"
"너무나도 생생한 현실이야!"
평소 자주가는 국내 최대 사진 사이트인 SLR클럽에 올라오는 모델 분들의 사진을 보며 부러워 하였는데, 지금 바로 눈 앞에 그녀들이 서 있었다. 모델이라서 그런걸까? 카메라 렌즈를 앞에 들이대니 자연스레 포즈를 취해주었다.
물 만난 물고기 마냥 전시장 이곳 저곳을 누비며 그녀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아내기에 바빴다. 하지만 스트로브의 부재로 인해 보다 생생하게 담아내지 못하여 무척 아쉬웠다. 망원렌즈에 이어 스트로보도 조만간 구입하지 않을까 싶다. 역시 지름신을 부르는 카메라, 너무나도 무섭다.
"람보르기니 비켜! 왜 자꾸 그녀를 가려!"
족히 5억원은 훌쩍 넘을 듯한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 튜닝차조차도 나에게는 그저 한낱 배경일 뿐이었다. 그러고보니 모터쇼에는 여성 레이싱 모델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엄연히 남성 모델 분들도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안 찍어서 문제지만!"
그렇다고 슬퍼할 필요는 없다. 수많은 여성 관람객들이 남성 모델들을 찍고 있었기 때문이다. 잠깐 남성 모델에게 한 눈을 판 사이, 여성 모델이 뽀로통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에게 집중해욧!"
"앗! 죄송합니다!"
"가츠님! 이리와봐요! 제가 예쁜 언니 소개시켜드릴게요!"
"진...진짜요?"
이제 환청까지 들렸다. 맛있는 사탕을 들고 있는 레이싱 모델이 가리치는 곳을 바라보자, 정말 그 곳에는 여신같은 포스에 그녀가 서 있었다.
"오 마이 갓!"
"반가워요 가츠님! 저는 허윤미라고 합니다!
"뭐 시키실 일이라도 없으신가요? 하명만 하십시오! 충성!"
".............."
한참을 찍다보니 같이 온 문혁이가 보이지 않았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문혁이를 찾기 위해 전시장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수많은 인파로 가득 찬 전시장에서 친구의 모습은 쉽게 보이지 않았다. 문득 전시장에 온 관람객들을 보니, 가족 단위로 놀러 오신 분들도 많았고, 데이트 온 커플들도 많이 보였다.
"자기! 아주 그냥 동공이 풀렸어! 그렇게 좋아요? 그럼 여기서 평생 살아!"
"당신! 집에서도 그렇게 좀 웃어보지? 입 찢어지겠어! 이걸 확!"
곳곳에서 자신의 남자친구, 남편을 구박하는 여성 분들이 목격되었다. 구박 받으면서도 마냥 좋다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는 그들을 보자, 문득 뒷감당을 어찌 감당할련지 괜시리 걱정이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터쇼는 친구들과 오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다.
얼마나 지났을까?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되었다.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내년을 기약하며 비장한 마음으로 전시장을 벗어났다. 그렇게 제대로 된 자동차 사진 한 장 없이 나만의 모터쇼는 그렇게 끝났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역시나 나의 걱정이 적중되었다. 멀찌감치 떨어져서 가는 커플의 뒷모습이 포착되었다. 물론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느껴졌다.
그들 사이에 보이는 깃대만이 바람에 힘차게 펄럭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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