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츠의 모터이야기, 부산모터쇼 上편

"DM이 도착했습니다!"

DM? DM이 어디에 쓰는 물건일까? 한창 큰 이슈가 되고 있는 트위터의 다이렉트 메세지이다. 일종의 쪽지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이...이것은 모터쇼 초대장!"

DM을 확인해보니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2010 부산국제모터쇼를 관람할 수 있는 초대장이었다. 모터쇼라고 하면 멋진 차량과 아름다운 레이싱 모델들을 만날 수 있는 지상 최고의 행사가 아닌가? 문득 3년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모터쇼가 떠올랐다. 갓 전역하고 친구들과 함께 놀러 갔었는데, 그 곳에는 나는 신세계를 경험하고 왔었다.

"그 곳은 천국이었어!"

지난 토요일 저녁,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경주로 온 친구들과 함께 동이 틀 때까지 빡세게 달렸다. 문제는 일요일이 모터쇼 마지막 날이기 때문에 꼭 가야만 하였다. 평소 같으면 해가 질 때까지 시체가 되었을테지만, 아무도 깨우지 않았는데 오전 11시에 기상하는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였다.

"너무 친해보이는데?"

혁이와 함께 신나게 고속도로를 달려 부산 벡스코에 도착하였다. 이미 행사장 주변은 수많은 인파와 차량으로 북적였다. 주차도 하고 식사도 할겸, 벡스코 근처에 위치한 백화점으로 들어갔다.

"부산에 왔으면 회를 먹어야지!"

비록 회덮밥이었지만, 게눈 감추듯 맛있게 먹었다. 게다가 멋진 문혁님이 사주셔서 그런지 더욱 맛있었다. 참고로 혁이는 지난 모터쇼에서도 나와 함께한 진정한 영혼의 동반자이다. 또한, 든든하게 먹어야만 모터쇼에서 힘차게 돌아다니며 구경할 수 있기에 남김없이 먹어치웠다.

"이제 출발하자!"

"저 녀석! 날아갈 기세야!"

날씨도 좋고, 배도 부르고, 모터쇼도 가고 모든 것이 완벽하였다. 우리는 시종일관 즐겁게 웃으며 벡스코를 향해 걸어갔다. 사실 이번 부산국제모터쇼는 중국에서 열리는 모터쇼때문에 외국 기업들이 대거 불참하였기에 행사가 크게 축소되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반쪽짜리 모터쇼라고 부르기도 하였지만, 나에게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만 있으면 돼!"

"저도 가츠님만 있으면 되요!"

위험하다. 아직 그녀들을 만나지도 않았는데, 심각한 정신분열 증세가 오고 있었다. 3년 전에 갔을 때는 DSLR도 없었고, 사진 자체를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에는 사진에 관심이 무척 많고 천사같은 레이싱 모델들을 마음껏 찍을 수 있기에 나에게 있어서 모터쇼는 최고의 출사지이다. 차는 그냥 배경일 뿐...

"배터리가 방전될 것인가? 메모리카드가 꽉 찰 것인가? 정말 박빙이겠군!"

"웰컴 투 벡스코!"

위풍당당한 벡스코가 나의 눈 앞에 들어왔다. 그러고보니 벡스코에 직접 들어가는 일은 처음이었다. 그동안 지나가기만 하였다. 발걸음이 더욱 빨라지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티켓주세요!"

벡스코 1층에 위치한 사무동, 부산홍보관에서 티켓을 수령받을 수 있었다. 친절한 도우미가 건네주는 따끈따끈한 입장권, 마치 천국으로 가는 일등석 비행기티켓 같았다. 밤새 음주를 하고 얼마 자지도 못하고, 게다가 운전까지 하고 오느라 피곤할 법도 하였지만 컨디션 하나만큼은 베스트 오브 베스트였다. 

그제서야 주위에 붙은 포스터를 보고 부산국제모터쇼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었다. ‘푸른 미래를 향한 자동차의 꿈’이라는 주제로 열린 모터쇼 행사는 부산광역시가 주최하고 벡스코, 한국자동차공업협회 등이 주관, 10개국 150개 업체 규모로 진행되었다.

행사에서는 튜닝카 페스티벌, 3D 게임 행사, 무선조종자동차 경주대회 등 다양한 부대행사와 수출상담회, 학술대회, 자동차 경품추첨 등이 열린다고 하였다. 순간 자동차 경품이 솔깃하였지만, 이내 포기하고 바로 입구로 향하였다.

"입장권 확인해드리겠습니다!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몇 시까지 하죠?"

"폐장시간은 18시입니다!"

"후우! 빠듯하겠군!"

"와우! 시작부터 엄청나구나!"

전시장을 들어서자 메인홀에는 번쩍번쩍 빛나는 노란 스포츠카가 나를 반겨주었다. 나는 카메라를 손에 움켜쥐고는 살며시 연사모드로 변경하였다.

"오늘 이 곳에서 나의 혼을 불태우리라!

"뿌우! 가츠님! 보고싶어다능!"

그렇게 나는 정신줄을 놓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