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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나갈 준비해!"
나른한 주말 오후, 컴퓨터 앞에 앉아서 그동안 바빠서 관리하지 못한 블로그를 확인하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놀러가자고 하셨다. 목적지는 집 앞에 있는 황성공원이었다. 그 곳에는 2010 경주 술과 떡 잔치가 한창이었다. 매년 경주에서 개최되는 행사로 지난 1998년 한국 전통주와 떡축제로 시작하여 어느새 13회를 맞이하였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국내의 전통주와 맛있는 떡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관광축제이다. 나와 동생은 전통주와 맛있는 떡을 먹을 생각에 잽싸게 나갈 준비를 하였다.
행사장인 황성공원으로 가니, 벌써 주변도로부터 많은 차량과 인파로 붐볐다. 평소에는 한적한 곳이었는데, 축제를 보기위해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하였다. 이미 공원으로 들어가는 주도로는 차량이 통제되어 출입할 수 없었다. 결국 근처에 주차를 하고 걸어가기로 하였다.
"형! 민간인들이 너무 많아! 적응이 안돼!"
동생은 수많은 인파에 어리둥절하며 적응하지 못하였다. 그래도 지나가는 예쁜 누나들을 보면, 금새 헤벌레 걸리며 좋아하였다. 누가 내 동생 아니랄까봐,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하다.
"저에게도 관심 좀! 굽신굽신!"
어머니는 휴가 나온 동생을 어린 아이 다루듯이 꼭 붙잡고 걸어다녔다. 동생이 휴가나오니, 나는 순식간에 찬밥 신세가 되었다.
행사장에 도착하여 들은 정보였는데, 경주시는 천안함 순직자들에 대한 애도 분위기에 동참하기 위해 개막식 행사를 최대한 간소화하고 불꽃놀이, 폭죽쇼, 가수 등 연예인 공연을 전부 취소하였다고 하였다. 나 또한, 올바른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지역 경제를 위해서 축제를 취소할 수는 없지만, 너무 화려한 축제는 당연히 지양되어야 한다.
"떡까페! 작명센스하고는!"
떡까페가 우리를 떡하니 반겨주었다. 내부에는 수많은 종류의 떡들이 방문자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어느새 6시가 훌쩍 넘었기 때문에 일단 밥부터 먹기로 하였다. 근데 결과론이지만 이때 들어가서 사진도 찍고 떡도 맛보아야만 하였다.
"호텔이 여기 왜 있지?"
몇해전만 하더라도 먹거리 포장마차에는 행사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적인 포장마차들이 즐비하였다. 하지만 주로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다보니, 비위생적이고, 불친절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일까? 이번에는 서비스가 좋고, 믿을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는 호텔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고 있었다.
"어차피 포장마차 가격은 거기서 거기잖아!"
"깔끔하게 산채비빔밥 한 그릇!"
호텔현대에서 운영하는 포장마차로 들어가서 산채비빔밥을 주문하였다. 솔직히 맛은 평범하였다. 크게 뛰어나지도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은 노멀한 맛이었다. 그래도 오랫만에 어머니와 동생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하니, 마냥 좋았다.
"근데 아빠는?"
"이미 이 곳 어딘가에 있다!"
"월리를 찾아라도 아니고 아빠를 찾아라!"
"됐어! 찾지마! 버려!"
이미 아버지는 친구 분들과 행사장을 방문하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고 계신다고 하였다. 역시 축제에는 아버지가 제일 빠르시다. 간단히 먹고 이제 본격적으로 맛 탐방을 나섰다.
"일단 시음잔부터 구입해!"
천원을 주고 시음잔을 구입하면, 각종 시음부스와 술차에서 다양한 전통주를 마음껏 시음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천원의 행복이다. 참고로 정수기에 있는 종이컵을 이용하면 공짜로도 먹을 수 있다. 술고래에게는 이 곳이 천국이 아닐까?
"냉큼 주세요!"
아리따운 아가씨가 잔을 내밀며 전통주를 시음하였다. 이미 그녀의 볼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괜시리 챙겨줘야만 될 거 같은 이 기분.
"제가 당신의 흑기사가 되어 드릴게요!"
"............"
"쯧쯧! 헛고생하지말고 이리와서 전통주나 한번 만들어봐!"
한쪽에서는 전통주를 직접 만들 수 있는 체험이 한창이었다. 나도 해보고 싶었지만, 카메라 때문에 할 수 없어서 아쉬웠다.
"경주에는 경주법주가 있지요!
반가운 경주법주가 나를 반겨주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며 자연스레 나는 카메라를 들이대고는 예쁘게 한 컷 찍어주었다. 그나저나 이상태로 넙죽넙죽 받아 마신다면 이내 뻗을 것만 같았다. 이미 해는 지고 밤하늘에는 초승달이 덩그라니 떠 있었다.
"에헤라디야! 신선놀음이 따로 없구나!"
시원한 봄바람이 나의 볼을 스쳐지나갔다. 그때였다. 중앙 무대 쪽에서 큰 환호성이 들리기 시작하였다. 무슨일인가 싶어서 무대를 바라보니, 오 지저스!
"안녕하십니까? 참가번호 11번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러고보니 술과 떡잔치를 하는 날에는 매년 미스코리아 경북 선발대회가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제 1회 선덕여왕 선발 대회가 개최되었다. 멀리서 보아도 빛나는 그녀, 지금 술을 마시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빛의 속도로 달려가야해!"
나는 무대를 향해 뛰고 또 뛰었다.
추천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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