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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싸이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엽기? 대마초? 군복무비리? 훈련소 두번 간 사람? 사실 좋은 이미지보다는 나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거 같다. 그런 싸이가 어제 대한민국 육군 병장으로 만기제대하였다. 각종 언론이나 연예프로그램에서는 앞다투어 그의 전역소식을 생생하게 알려주었다. 평소 군대이야기를 자주 포스팅하는 나로서는 상당히 고무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먼저 그가 대한민국 최고령 병사로 다시 재입대한 시점으로 돌아가보자. 싸이는 병역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2002년 정보처리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해 산업기능요원으로 2003년부터 35개월간 병역의무를 대신하였다. 그렇게 남자연예인의 최대관심사인 병역문제는 잘 해결되나 싶었는데, 2007년 5월 서울동부지검의 대대적인 병역특례비리수사에 연루돼 조사를 받게 되었다. 곧, 싸인는 산업기능요원 복무를 제대로 종사하지 않았다는 수사 결과에 따라 병무청으로부터 20개월의 현역 재복무라는 사상 초유의 행정처분을 받게 되었다.
당시 갓 제대한 나로서는, 그런 싸이를 보며 실망감과 어느정도의 통쾌감이 들었다. 누구는 강원도 전방에서 뼈 빠지게 고생했는데, 누구는 편하게 출퇴근하면서, 군복무를 대신 하니깐 말이다. 물론 자기 선택의 결과지만, 현역 군인들로서는 결코 좋게 봐줄 수 없는 입장이다.
싸이는 재복무하라는 통보에 말도 안되는 처사라며 극구 반대하였다. 사실, 이부분에 대해서는 병무청도 자유롭지 못하다. 병무청이 싸이를 산업기능요원으로 발탁시켜 지정업체에 보냈다. 그리고 제대로 근무하는지 관리감독하여야 했다. 하지만, 이를 소홀히 하였고, 결국 35개월이라는 시간을 허비한 뒤에서야 무책임하게 재복무하라고 하였으니 말이다. 어느 누가 수긍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대인배라도 쉽게 수긍할 수 없을 것이다.
당시 싸이의 나이 31살이었다. 가정도 있었고, 아내는 쌍둥이를 임신 중이었다. 나같아도 절대로 수긍할 수 없고, 극렬하게 저항했을 것이다. 하지만 싸이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대한민국 유명 가수이다. 그가 반박하고 저항하면 할수록 결국은 그에게 손해인 셈이다. 물론 기자회견을 가졌고, 항소도 하였지만 이미 판은 엎어졌다.
결국 그는 2007년 12월 17일 논산훈련소로 재입대하였다. 정말 군대 갔다온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다시 군대가는 꿈을 꾸는 것이다. 단지 꿈인데도 몸서리치게 싫은데, 싸이에게는 생생한 현실이 되었다. 아마 지금 내가 어떠한 미사여구를 갖다 붙인다고 해도 나는 한번밖에 안갔으니, 죽었다 깨어나도 그 느낌을 모를 것이다. 그만큼 생각조차 아니 생각하면 안되는 일이다.
그 후 사람들은 싸이를 잊고 지냈고, 나 또한 잊고 지냈다. 아마 그가 자대배치 받은 부대는 골치 꽤나 아프겠다고 생각하였다. 사실 싸이같은 병사가 자대로 오면 부대 지휘관부터 시작해서 같은 내무실 전우까지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일반인과는 분명히 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고까지 치고 들어왔으니 얼마나 고달프겠는가? 아마 군생활하면서 관심병사를 접해본 사람들은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예상을 보란듯이 비웃으며, 싸이는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군복무에 임했다. 간간이 들려오는 그의 기사를 접할 때마다, 나는 그를 비난과 조롱의 대상에서 존경의 대상으로 바뀌기 시작하였다. 물론 입대전 그가 한 행적은 결코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었지만, 입대후 보여주는 그의 행동은 박수받을만 했다. 니가 뭔데 이렇게 미화시키냐?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군시절, 별의별 관심병사를 다 접해본 나로는서, 싸이는 멋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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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서도 그런 싸이를 인정한 것일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싸이를 국방홍보원 홍보지원병사로 발탁시켰다. 그리고 병사로서는 좀처럼 받기 힘든 육군 참모총장상까지 전역 전날인 지난 10일 수상하였다. 그리고 어제 싸이는 대중의 품으로 다시 돌아왔다. 아니 쌍둥이의 아버지로, 한 여자의 남편으로 말이다. 그리고 축제의 황제로 말이다.
어느 누구보다도 탈 많았던 그의 군생활은 이제 확실하게 종지부를 찍었다. 이제 내년에 예비군 훈련장에서나 그의 군복입은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전군 최고령 병사 타이틀은 HOT의 토니병장에게 물려주었지만, 그는 최고령 예비군 1년차라는 새로운 타이틀 획득하였다.
이제 사랑하는 가족들만 생각하면서 멋진 모습만을 보여주기를 기대해본다. 브라보 싸병장~!
[사진제공]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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