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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가츠형 뽑으면 컴퓨터 주는 거예요?"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다. 민주주의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인 폴리스에서 최초 유래하였다. 고대 그리스어의 Demos(민중,시민)와 Kratia(권력, 지배)의 합성어인 democratia라고 한다. 말그대로 인민에 의한 지배이다. 곧 국민이 권력을 가지고 그 권력을 스스로 행사하는 것이다. 기본적 인권과 자유권, 평등권, 다수결의 원리, 법치주의 등을 기본 원리로 하고 있다.
[민주주의 지수를 색으로 표현, 색이 옅을수록 민주주의가 발달되었고 진할수록 권위주의적인 나라]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간접 민주주의이다. 국민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지 않고, 그 대표자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고 그에 따라 국가 대소사가 결정된다. 흔히 대의제라고도 한다. 이처럼 대표자를 선출하는 과정에 있어 국민은 1인 1표의 보통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국민에게 있어 선거권은 의무이자 절대적인 권한이다.
민주주의는 우리에게 매우 친근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학급을 대표하는 반장선거를 통해 직접 투표를 하게 되고, 선출된 임원진과 함께 매주 학급회의에서 토론을 하고, 때로는 다수결의 원리를 통해 안건을 결정하게 된다. 이런 과정에 있어 대표자의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문득, 고등학교 3학년 때 있었던 전교회장 선거가 떠올라 쓴웃음만 나온다. 당시 3명의 후보가 전교회장을 하기 위해 입후보하였다. 친한 친구들이었지만 하나같이 리더쉽있고 매력있는 후보들이었다. 나는 악랄패밀리라고 불리우는 고등학교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누구를 뽑아야되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참고로 악랄패밀리는 학창시절, 마음맞는 친구들끼리 결성된 모임의 이름이다. 나의 필명인 악랄가츠의 악랄은 여기서 나온 것이다.
"죄다 친한 녀석들이라서 고민이네!"
"뭘 고민해! 맛있는 거 많이 사주는 녀석으로!"
"선거가 장난이야! 응!"
"장난? 오오오오"
"흥미로운 게 떠올랐어!"
갑자기 악랄패밀리 녀석들을 눈빛이 빛나기 시작하였다. 잠깐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자기들끼리 모여서 무언가를 모의하고 있었다. 언제나 불안한 녀석들이기에 신경이 쓰이기도 하였지만, 나는 빌린 만화책을 빨리 보아야 하였기에 자리로 돌아갔다. 이때만 하여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였다. '1박 2일'에서처럼 현장에 없는 사람이 당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을 말이다.
복도에서 북적북적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쉬는 시간을 이용하여 공식적으로 입후보한 후보자들이 선거유세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각 후보자들은 저마다 교실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소감과 공약을 발표하였고 지지를 호소하였다. 그 순간, 복도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호 4번 가아아아츠으으으!"
"기호 4번 가아아아츠으으으!"
이 무슨 해괴한 일인가? 내 이름을 연호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라서 복도로 나가보니, 악랄패밀리들은 교실에 있는 대걸레와 빗자루 등을 활용하여 피켓을 만들고는 연신 나의 이름을 연호하고 있었다. 무료한 수험생활에 지친 녀석들은 나를 앞세워 불법 선거운동 놀이에 한창이었다. 이들의 모습을 본 학생들은 재미있다며 그들을 부추기고 있었다.
3학년 복도에서 자신감을 얻은 녀석들은 심지어 1, 2학년 교실로 들어가서 장난을 치기 시작하였다. 교실에 들어가자마자 일사분란하게 몇몇은 교탁에서 대걸레를 들고 나의 이름을 연호하였고, 경호는 칠판에다가 공약을 마구 적기 시작하였다. 공약의 주 내용은 전교회장에 당선되면 일인 1PC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우와! 가츠형 뽑으면 진짜 컴퓨터 주는 거예요?"
"대박이다!"
"포스터(P) 칼라(C)!"
"................"
나는 한 놈씩 붙잡으면서 하지말라고 하였지만, 자고로 하지 말라고 하면 더 좋아하는 법이다. 신이 난 녀석들은 그렇게 종일 그들만의 선거운동을 하며 즐거워하였다.
며칠 후, 학생회장 선거날이 되었다. 학년 별로 투표를 실시하였는데, 뽑고 싶은 후보의 번호를 투표용지에 기입하는 방식이었다. 나는 결국 제일 친한 후보를 선택하였다. 투표를 마치고 반장, 부반장들은 개표를 하기 위해 불려갔고, 잠시후 개표작업을 모두 마치고 돌아왔다.
참고로 우리반 반장은 나의 불법 선거운동을 선두에서 전두지휘한 경호였다. 경호는 교실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웃으며 말하였다.
"대박이야! 가츠야! 니 표도 겁나 많이 나왔어! 앜ㅋㅋㅋㅋㅋㅋㅋ"
"................"
당선에는 택도 없는 수치였지만, 악랄패밀리가 장난 친 불법선거운동에 속았거나, 맞장구를 쳐준 표가 꽤나 나온 것이었다. 물론, 모두 무효표로 처리되었다. 그렇게 우리들에게는 재미있는 학창시절의 에피소드로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코 앞에 앞둔 지금, 철부지 고등학생들이나 할 법한 장난을 보다 체계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눈에 자주 보여 너무 안타까울 뿐이다. 흔히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은 법치를 통한 자유, 평등, 다수결의 원칙이라 하지만, 실제로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핵심은 공정한 선거를 통해 제대로 된 인물을 국민의 대표로 선출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이제까지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합리적인 정치 형태인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자칫 잘못 운영이 되면 고비용에 비해 비효율적일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민주주의의 탈은 쓴 형식적인 민주주의가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중우정치로 전락할 수도 있다. 따라서 민주주의 성공여부는 누가 어떻게 운영하는냐에 달려있다.
민주주의는 양날의 검이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민주주의는?"
6월 15일까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사업국 블로그(http://civicedu.tistory.com/15) 에서 주최하는 제 1회 민주주의 UCC 공모전이 한창이다. ‘내가 생각하는 민주주의’라는 슬로건으로 생활 속에서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깨닫는 순간을 담은 동영상, 사진, 만화, 생활글 등 다양한 장르의 UCC를 공모하면 된다. 가정, 직장, 학교 등 자신의 일상에서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바라는 것, 또는 좋은 사례를 담아내어 함께 고민해 보는 좋은 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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