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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츠야 뉴스 봤어?"
지인과 함께 늦은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데, 한 통의 문자가 들어왔다. 백령도 해상에서 해군 초계함인 1200톤급 천안함이 침몰되었다는 속보였다. 그로부터 4일이 지난 지금까지 기쁜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최초 사고 발생 시각부터 원인, 대책, 구조 등 무엇 하나 속시원하게 나온 것이 하나도 없다. 이에 정부와 군당국을 비판하는 여론까지 상황은 더욱 악화만 되어가고 있다.
나 또한 TV와 인터넷 기사를 보며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지만, 모두 추측일 뿐이다. 정확한 판단은 정밀검사가 실시된 후에서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무엇보다도 실종된 장병들의 생사확인이 최우선이다.
어차피 사상 초유의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칠 것이다. 이 사건에 관련된 관계자들은 그 누구도 결코 쉽사리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은 다 같이 힘을 합쳐 마지막 생존자까지 최선을 다해 구해낼려는 노력이 필요할 때이다. 책상에 앉아서 종이쪼가리 몇 장들고 떠드는 행동은 누구라도 할 수 있다. 자신이 좀 더 목청껏 닥달하는 모습이 TV에 비쳐지면 국민들이 통쾌해할 것 같은가?
"누가 보면 특전사라도 나온 줄 알겠네!"
눈살만 찌푸릴 뿐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자신의 전우를 한명이라도 더 구해내고자 생사를 걸고 어두운 바닷속으로 뛰어들어가는 군인들이 있다. 사람들은 구조를 하는거냐? 마는거냐? 비판을 하지만, 비판에 앞서 잠시라도 그들의 입장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군인은 절대적인 희생으로 살아가는 존재이다. 군생활 무수히 많은 훈련과 작업을 하면서 나는 끊임없이 생각하였다. 당장 전쟁도 안 일어나는데 사서 개고생하고 있다며 말이다. 내가 쏜 수백발의 실탄은 단 한번도 적을 향한 적이 없었다. 완전군장을 메고 걸은 수백킬로의 행군 또한, 단 한번도 적의 영토를 밟은 적이 없었다. 오로지 언제 일어날 지 모르는 그 순간을 위해 지난 수십년간 대한민국 청춘들이 구슬땀을 흘린 것이다.
구조작전에 임하고 있는 그들, 바로 이 순간이 그들에게는 실전이다. 그 누구보다도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며 습득한 능력을 발휘하는 순간이다. 이번에는 무조건 구해내야할 뚜렷한 목표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혼신의 힘을 다해 구조작업에 임하고 있을 거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등병이 알몸으로 샤워를 하고 있다. 갑작스런 충격과 함께 정전이 되었고, 어찌할 바 몰라하고 있는 찰나, 선임병이 달려왔다. 신속하게 옷을 입히고 담요를 덮어주고 밖으로 탈출을 시도하였다. 선임병의 본능이자 책임이다. 신병이 들어오면 가장 많이, 아니 지겹도록 듣는 말이 위치파악 철저하게 하고 잘 데리고 다니라는 것이다.
자신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 고무보트가 있다. 그 보트는 바다로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 그는 보트를 향해 헤엄쳐 간다. 그동안 갈고 닦은 수영실력으로 인해 보트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보트만 붙잡고 있는다면, 그는 충분히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보트를 전우가 있는 쪽으로 있는 힘껏 밀어내고 있다.
출처 : [대한민국 해군 블로그 Blue Paper]
생사를 넘나드는 순간, 군인 곁에는 오직 전우 밖에 없다. 그렇기에 매 순간을 동고동락하며 함께 생활하는 것이다. 지금 함께 있어야 할 그들이 서로 떨어져 있다. 나조차도 매시간 뉴스를 볼 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지고 가슴이 먹먹해진다. 우리들은 일어날 지도 모르는 기적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다.
지금 바로 이 순간,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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