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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 이용해주세요!
"통신보안! 상병 가츠입니다!"
"지금 위병소 들어가니깐 빨리 나와!"
"떡볶이 사오셨습니까?"
"당연하지! 빨랑 나와!"
"맥심도 사오셨습니까?"
"아나 독한 색히! 사왔어 임마!! 빨리 나오기나 해!"
휴가복귀자가 있는 날이면 언제나 위병소로 몰래 투입되곤 하였다. 복귀자들은 위병소를 통과하여 1차적으로 대대 지취통제실로 간다. 그 곳에서 당직사령에게 휴가복귀를 보고하고 소지품 검색을 받는다. 그리고 다시 중대로 들어가서 당직사관에서 2차 검사를 실시받는다.
2009/06/29 - [가츠의 군대이야기] - 가츠의 군대이야기, 불온도서
일전에도 한번 이야기하였듯이, 언제나 꼼수가 있다. 위병소에서 지휘통제실로 가는 도중에 빼돌릴 수 있다. 그러나 완벽작전을 수행해야하기 때문에 항상 똘똘한 녀석들이 투입된다. 나는 부리나케 PX를 간다고 보고하고는 위병소로 내려갔다. 그 곳에는 말년휴가 복귀자인 김병장이 초조해하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기자! 낼모레 전역하실 분이 귀한 걸음하셨습니다!"
"많이 이겨라! 만사가 귀찮구나!"
"그냥 팩스로 전역증 보내달라고 하시지 말입니다!"
"내말이!"
"뭐뭐 가져가면 됩니까?"
"먹을 거랑! 맥심! 담배! 그리고 이건 진짜 조심해라!"
"헐! 이건 휴대폰이지 말입니다!"
"걸리면 나 전역 못한다!"
김병장은 휴가나가서 구입한 것으로 보이는 최신형 휴대폰을 조심스레 내 건빵주머니에 찔러주었다. 건네주는 그의 손이 무척 떨리고 있었다. 나 또한, 막상 받으니 무척 떨렸다. 사실, 먹을 거리나 잡지는 한번 잔소리 듣고 끝나지만, 휴대폰은 일이 커지기 때문이다. 시원하게 바로 영창으로 보내주는 하이패스인 셈이다.
군에서는 정보 보안은 필수이자 생명이다. 지금도 가끔 뉴스에서 군 보안의 문제점에 관해서 보도가 되고 있으니 그 심각성은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그렇기에 군 장병들에게는 휴대폰이란 물건이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된다.
그러나 모든 것을 초월하는 말년병장에게는 이 또한, 예외였다. 주로 말년 휴가를 나가서 신상 휴대폰을 개통하고는 몰래 가지고 들어오곤 하였다. 어차피 복귀하고 하루, 이틀만 있으면 전역이니 말이다. 또한, 사회에서는 신상 휴대폰을 가지고 있어봤자, 자랑할 사람도 없었다. 그러나 부대로 복귀하면 후임들에게는 선망의 대상,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또한, 마지막으로 2년동안 동고동락한 소대원들의 모습을 휴대폰에 담고 싶기 때문이다. 잠시후, 휴가복귀신고를 마치고 돌아 온, 김병장은 휴대폰부터 잽싸게 받아갔다. 나 또한, 얼른 넘겨주고 싶었다. 이 시점에서 휴대폰은 시한폭탄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걱정도 잠시, 이내 김병장은 소대원들에게 최신형 휴대폰을 꺼내서 자랑하기 시작하였다.
"이건 TV도 볼 수 있지롱!"
"우와!"
"폰카도 완전 선명하지롱!"
"우와!"
"폴더도 돌아간다구!"
"우와!"
김병장은 더욱 신이나서 우리들에게 휴대폰을 자랑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는 리액션이 좋은 소대원들을 한 명 한 명 촬영하기 시작했다.
"찰칵!"
신기하게 군인들은 사진 찍는 거를 좋아한다. 원래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게 인간의 심리이니깐 말이다. 다들 신이 나서 김병장의 휴대폰 앞에 서서 포즈를 잡기 시작하였다. 휴대폰 하나에 30여명의 다 큰 남자들이 즐겁게 놀 수 있는 곳, 그 곳이 바로 군대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분대 모여봐!"
"너희들과 함께 한 시간! 정말 소중하고 즐거웠다!"
"이제와서 착한 척은 소용없지 말입니다! 그렇다고 모포말이가 약해지지 않습니다!"
"젠장! 통하지 않는군! 앜ㅋㅋㅋㅋㅋㅋㅋ"
"눈물 정도는 흘려줘야지 말입니다!"
그렇게 밤이 깊어갔다. 점호를 마치고, 이제 잠을 잘 시간이다. 그러나 9박 10일간의 휴가를 보내고 온 김병장은 쉽사리 잠을 들 수 없었다. 휴대폰을 꺼내더니 DMB를 작동시켰다. 취침시간이 되면, 보고 싶은 TV도 못 보는데, DMB의 위력은 정말 어마어마하였다. 병장들은 김병장 주변으로 몰려가서 성인채널을 틀어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중대장이 지시강조사항이 있다며 중대원들을 모두 2소대로 불러 모았다. 아침 상황보고에서 대대장에게 깨지고 왔는지, 분위기가 그닥 좋지 않았다. 이런 날일 수록 조심해야 된다. 괜히 걸리면 뼈도 못 추릴테니 말이다.
다들 정자세로 각을 잡고는 중대장의 눈동자와 입술을 번갈아가며 주시하고 있었다. 병장들도 분위기 파악을 하였는지, 이등병 마냥 격하게 각을 잡고 있을 정도였다. 잠시 중대장이 말을 멈추었고, 내무실은 쥐 죽은 듯 조용하였다. 그 순간, 중대의 평화를 뒤흔드는 진동음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드르르르르륵~♪"
딱 봐도 문 쪽에 앉아서 멍때리고 있는 김병장의 휴대폰이었다. 김병장은 어쩔 줄 몰라하며 당황해하였다. 중대장은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매서운 눈빛을 쏘기 시작하였다. 바야흐로 김병장의 전역이 무기한 연장되는 순간이었다.
"죄송합니다!"
순간, 김병장 옆에 앉아 있던, 부소대장이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고는 확인하였다. 그제서야 우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마터면 바로 눈 앞에서 중대장의 불꽃 발차기를 볼 뻔하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중대장은 모든 브리핑을 마치고 행정반으로 돌아갔다.
그 순간, 부소대장은 김병장에게 헤드락을 걸고는 내무실 밖으로 끌고 나갔다. 알고보니, 김병장의 휴대폰에서 문자가 온 거였다. 하지만 눈치백단인 부소대장이 센스있게 위기의 순간을 모면해 준 거였다. 이 얼마나 훈훈한 전우애의 현장인가?
그 또한 사병 출신으로 산전수전 다 겪은 부사관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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