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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보기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 이용해주세요!
중대장의 훈시까지 듣고, 우리들은 소대별로 육공트럭에 올라타기 시작하였다. 소대장과 3분대장은 대대탄약고에서 실탄 박스를 가지고 왔다. 이제서야 실감이 나기 시작하였다. 자칫하다간 영화에서나 보던 총격전을 벌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문득, 입대전 보고 온 실미도가 생각났다.
"3소대장! 그거 다 가져가서 뭐하게! 분대장급만 챙겨!"
"네 알겠습니다!"
우리를 지켜보고 있던 작전장교는 소대장에게 분대장급 이상으로만 실탄을 챙겨가지고 하라고 하였다. 하긴 수천발이 담긴 탄박스를 가지고 외부로 나가는 것 또한,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당시 우리 소대에는 부소대장이 없었기 때문에 작전이 펼쳐지면 탄박스를 지키고 있을 간부가 없었다. 그렇다고 무거운 탄박스를 들고 다니면 불편할 게 뻔하다. 문득 걱정이 되어 분대장에게 물었다.
"그럼 저는 실탄이 없지 말입니다!"
"그러게!"
"그럼 적을 만나면, 어떻게 대응합니까?"
"글쎄?"
"이게 뭡니까? 탕탕! 입총 쏘라는 것도 아니고!"
"일단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적을 혼란시켜! 그 틈에 내가 정확하게 사격하마!"
"한마디로 총알받이 아닙니까? 무엇보다도 이병장님 사격 못하지 않습니까?"
"하늘에 맡겨야지 뭐! 그래도 국립묘지에 가잖아! 너의 충정을 잊지 않으마!"
"아낰ㅋㅋㅋㅋ"
그렇게 우리를 태운 육공트럭은 경기도 가평을 향해 신나게 달렸다. 이미 주요 거점들은 헌병들이 임시 검문소를 만들어서 검문을 하고 있었다. 오전에 출발한 5대기도 활동을 하였다. 우리는 트럭에서 검문하는 요령을 반복숙달 연습하였다. 그러나 소총수인 우리들은 아무도 민간인을 상대로 검문을 한 경험이 없었다.
"이병장님! 제가 검문해도 되겠습니까?"
"니가 왜 해?"
"왠지 뽀대나지 않습니까?"
"우리 군인들은 최대한 민간인들에게 불편을 끼쳐드리면 안된다구! 그래? 안그래?"
"그렇습니다!"
"근데 니 얼굴이 민폐야! 민! 폐! 테러라구!"
"아낰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우리들은 검문하는 위치와 방법, 진형 등을 짜기 시작하였다. 위 사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검문조가 도로 위에서 지나가는 차량을 정지시키고 검문할 동안, 나머지 인원들은 도로 양 옆에서 은엄폐하여 엄호사격 자세를 취한다. 물론 앞 뒤로도 차단조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매복하고 있는다.
사실, 숲 속에 들어가서 엄호하는 것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훨씬 편할 것이다. 그저 엎드려 있기만 하면 되니깐 말이다. 그래서 다들 은연중에 엄호조가 되기를 원하는 거 같았다. 하지만 나는 뭔가 액티브 한 것을 원했다. 기왕 나온 거, 멋있게 검문 검색을 하고 싶었다.
"1분대 검문조, 2분대 엄호조, 3분대 후방 차단조, 소대본부 전방 차단조!"
"올레!"
소대장은 우리 분대에게 검문검색을 지시하였다. 물론 소대장도 우리와 함께 한다. 소대장은 우리들에게 차량 검색시 주의할 점과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대처법을 설명해주었다. 가만보면, 소대장은 유난히 적극적이었다. 하긴 병사 뿐만 아니라, 장교에게도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다.
"꿈★은 이루어진다!
만일, 우리 소대장이 괴한을 잡는다면, 소대장의 인생이 바뀔 수도 있다. 지금은 무조건 단기만 하고 전역할 거라고 외치는 소대장이었지만, 괴한들을 잡는다면, 그의 진급은 탄탄대로일 것임에 틀림없다. 사람은 살면서 절호의 기회가 온다고 하지 않는가? 어쩌면 지금이 그 기회일 수도 있다.
잠시 후, 육공트럭은 우리 소대 작계지역에 도착하였다. 신속하게 내려서는 산 속으로 들어갔다. 이미 국도변은 검문소가 다 설치되었기에 차량이동이 예상되는 산악로를 검문하라고 하였다.
"하긴 돌아이가 아닌 이상, 도로로 버젓이 올 리가 없잖아! 느낌 좋아!"
우리들은 모의 시뮬레이션 훈련까지 수 차례 실시하고는 자리를 잡고 검문 작전에 돌입하였다. 다들 시키지도 않았는데, 안면위장과 수풀로 완벽하게 은엄폐를 하였다. 평소에 이렇게 했으면 칭찬 받았을텐데 말이다. 물론 나 또한, 위장크림으로 범벅을 하였다. 아니 몸에 꽂을 수 있는 곳에는 죄다 나뭇가지와 풀로 위장을 하였다.
"완벽하지 않습니까?"
"나무같애! 멋진데?"
"때가 때인 만큼, 제대로 해야지 말입니다!"
"불 붙이고 싶어!"
어느덧, 시간은 정오를 향하고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들은 핑크빛 미래를 꿈꾸며 의욕에 가득 차 있었다. 장장 6시간 동안 말이다.
"개미 새끼 한 마리 안 지나가는데 말입니다!"
30여명의 완전무장한 군인들이 완벽하게 은엄폐하여 대기하는 6시간동안, 단 한 대의 차도 지나가지 않았다. 하다못해 그 흔한 군차량도 말이다. 훗날 알게 된 사실이지만, 괴한들은 밤새 영동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려 서울에 진입하였다. 이미 총기과 실탄을 숨겨 놓고는 유유히 출국하였던 것이다.
그 시간, 괴한들은 중국 칭다오에서 찐따가 되어버린 우리를 비웃고 있었다.
덧] 사건 발생 17일 후, 강원 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고속도로 CCTV를 이용하여 괴한들을 일망타진하였다. 이에 경찰청장은 친히 헬기를 타고 수사본부에 방문하여 공로가 큰 경찰관 3명을 현장에서 1계급 특진시켰다. 우리의 꿈은 집념의 경찰이 대신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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