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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츠의 군대이야기, 대공초소

가츠의 군대이야기 2010. 3. 22.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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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츠의 군대이야기 다시보기]
[가츠의 옛날이야기 다시보기]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 이용해주세요!


때는 바야흐로 06년 2월이다. 세상 사람들은 아직 단잠에 빠져있을 새벽 4시, 불침번 근무를 서는 노일병이 우리 분대 막내인 김이병을 깨우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쉽게 일어나지 못하는 김이병, 결국 노일병에게 한차례 갈굼을 받고 나서야 정신을 바짝 차릴 수 있었다. 김이병은 나와 경계근무를 나갈 파트너이다. 김이병은 멍한 표정으로 환복을 하고는 준비를 하기 시작하였다. 노일병이 공수해온 방한화를 침상 머리맡에 두고는 나를 깨우기 시작하였다.

"가츠 상병님! 기상하십시오!"

행정반으로 투입하여 총기를 챙기고는 지휘통제실로 내려갔다. 스산한 새벽, 아직도 잠에 덜 깬 우리들은 비몽사몽, 탄약을 수령받고는 연대탄약고로 투입되었다. 그나마 야간근무 말번이기에 아침구보를 제낄 수 있다는 사실에 소소한 행복감을 느꼈다. 지금 우리들과 교대하고 복귀하는 인원들은 내무실로 돌아가서 정리하고 매트리스에 누으면, 채 차가운 몸이 녹기도 전에 기상하여 아침 점호를 맞이하여야 한다.




현재 온도, 영하 19도 체감온도는 30도에 육박할 것이다. 그나마는 선임근무자이기 때문에 바람을 막아주는 대공초소에 올라 가 있다. 김이병은 온 몸으로 추위와 맞서 싸우고 있다. 근데, 대공총소도 추운 건 매한가지다. 나는 연신 전투화 속에 발가락을 꼼지락 꼼지락 거렸다.

"막내야!"

"이병 김민수! 네에엡!"

"춥지?"

"아닙니다아!"

"에이! 춥잖아!"

"절대 안춥습니다아!"

"나는 존나 추운데! 그럼 내가 약골이네?"

"아...아닙니다아!"

당장 나부터 얼어 죽을 거 같은데, 안 춥다고 우기는 김이병의 모습을 보니, 작년 내 모습이 떠올랐다. 아마 그 때, 나도 저랬을 것이다. 코에서는 콧물이 줄줄 흐르는데도 침 튀기며 춥지 않다고 우기던 나의 모습이 말이다. 그렇게 고참과 티격태격거리며 근무시간을 보내곤 하였다. 그대로 가만이 서 있다가는 얼어 죽을 것만 같았다. 대화를 하면서 잠시라도 추위를 망각해야지만, 시간이 빨리 가는 거 같았다.




"어디 한번 놀아볼까?"

고로 재미있는 후임들이 고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 하지만 우리의 김이병은 너무 순둥이였다. 재미라고는 0.0001%도 없는 녀석이었다. 별 수 있겠는가? 후임이 재미없으면, 고참이 재미있는 수 밖에 말이다. 그렇게 애써 말을 붙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물론, 나만 재미있겠지만 말이다.

"야 거기 춥지 않나?"

"아닙니다아!"

"왜 그래? 춥잖아! 잠깐 자리 바꿀래?"

"괜...괜찮습니다아!"

"요즘에는 이등병이 거절하게 되어있나?"

"아...아닙니다아!"

"바꾸자! 올라와!"

"네...네에엡!"

그렇게 착한 나는 추워하는 김이병을 위해 대공초소를 양보해주었다. 사실 바꿔도 추운 건 매한가지만, 송곳같은 바람을 막아 줄 수 있다는 만으로도 꽤나 메리트가 있었다. 무전기를 챙겨들고는 계단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김이병은 뻘쭘해하며 나의 곁을 지나 대공초소로 올라갔다.

"요즘에는 고참이 바꾸자고 하면 바로 바꾸네! 쩝! 나 때는 3번은 거절한 거 같은데! 말세야! 말세!"




"농담이야! 농담! 하하 왜 그래! 어여 올라가!"

""네...네에엡!"

"요즘 애색히들은 농담이 진짜 농담인 줄 알어! 말세야 말세!"

"................"

그렇게 힘겹게 자리를 바꾸고는 다시 경계근무에 임하였다. 아무도 오지 않는, 칠흙같은 어두운 산 속이다. 가끔은 이 곳에서 뭐 하는 짓인가 싶었다. 아마 수십년 전부터 나의 선임들도 같은 생각을 하였을 것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태풍이 몰아쳐도 이 곳에는 2명의 초병이 24시간 지키고 있었을 것이다. 단 한 순간의  예외도 없이 말이다.

하지만, 인적 없는 산 속에서만 초병들이 근무를 서는 게 아니었다. 서울 도심 한 가운데서도 알게 모르게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초병들이 있었다.

"막내야! 그거 아냐? 서울에 가면 높은 빌딩들 있잖아!"

"네 그렇습니다!"

"거기 옥상에 가면, 우리 같은 군인들이 있어요! 신기하지?"

"정....정말입니까?"




선배에게 들은 이야기였다. 처음에는 나도 긴가민가하였는데, 엄연히 수방사 방공단에서 24시간 서울 창공을 지키고 있다. 전시 발생시 수분 만에 적 전투기가 서울로 침투할 수 있기에 항시 대공경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처음에는 마냥 좋아만 보였다. 도심 한가운데 근무할 수 있고, 서울을 아름다운 야경을 만끽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한여름 콘트리트에서 반사되는 복사열, 겨울에는 빌딩 꼭대기로 불어제끼는 칼바람, 그리고 고층빌딩의 구조상 상단부는 바람에 심하게 흔들린다. 그리고 한 눈에 보이는 도심지는 갈 수 없는 그림의 떡이다. 여러모로 힘든 것은 매한가지였다.

"기왕이면 나도 저런 곳에서 근무하고 싶었는데! 왠지 근사하잖아!"

"부럽습니다!"

"넌 임마! 일단 행군부터 한 10번하고 부러워 해! 어디 짬도 안되는 게 날로 먹을려고!"

"네네엡! 알겠습니다!"




"근데 내가 진짜 부러운 게 하나 있어!"

"뭡...뭡니까?"

"우리 막사에서 여기까지 올라 오는데 몇 분 걸렸어?"

"30분정도 걸리지 말입니다!"

"힘들잖아! 여름에는 덥지! 겨울에는 껴 입은 옷 때문에 완전 빡세지!"

"넵!"




"근데 걔네들은 엘리베이터 타고 다닌다!"

"우와!"

"게다가 엘리베이터에서 쭉쭉빵빵 누나들이라도 만나면! 상상만해도 아흑..."

"죽어도 여한이 없지 말입니다!"


출처 : [대한민국육군 사진기록프로젝트 ARMY INSDIE]

그렇게 주저리 주저리 떠들다보니, 어느새 아침을 알리는 태양이 서서히 떠오르고 있었다.

5월 중순까지 황사 피해가 계속 된다는데, 24시간 경계근무를 서는 군장병들의 건강이 무엇보다도 염려된다. 항상 개인위생에 철저하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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