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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확실한 거지?"
"응! 근데 일반 가정집인 거 같은데?"
"원래 이런 곳이 더 맛있는 법이야! 몰라? 진리임!"
"완전 기대된다!"
축산항으로 가는 차 안이다. 오리지널 영덕 대게를 먹고자하는 일념 하나로 수십여개의 가게가 밀집되어 있는 영덕을 뒤로 한 채, 말이다. 물론, 저 곳에서도 오리지널 영덕 대게가 있을거라 믿는다. 하지만, 기왕 영덕까지 온 거, 제대로 된 맛을 느끼고 싶었다.
上편을 읽지 않으신 분들은 다소 상황파악이 어려우니 먼저 살펴보시면 좋겠다. 아울러 오늘 포스팅은 99% 먹는 행위에 관한 글이다. 아직 식전이신 분들께 미리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
2010/03/07 - [가츠의 옛날이야기] - 가츠의 옛날이야기, 영덕대게 上편
"여기 맞제?"
"응! 잠만 전화해볼게!"
경호는 다시 전화를 걸었고, 잠시 후, 집 안에서 아주머니께서 나오셨다. 후덕한 인상의 아주머니는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며 집 안으로 안내하였다. 알고보니, 아주머니의 남편 분께서 대게잡이 선주이셨다. 오늘 새벽에 갓 잡아온 실한 대게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와우! 분위기가 완전 아늑한데!"
"아제들 한 12마리하면 되겠제? 내는 딱 먹을만큼만 준데이!"
"에이! 아지메 그런게 어딨는교! 일단 한번 줘보소!"
"마! 그런 걸로 배 채우지 마라! 이게 메인이 아니잖아!"
"야! 이것도 완전 생문어야! 다른데서는 돈 주고 사먹는거다!"
"얼레! 그러네!"
밑반찬부터가 죄다 현지직송이었다. 하긴 배타고 나가서 대게만 잡히라는 법은 없지 아니한가? 싱싱한 문어회와 생게장을 쪽쪽 빨아먹고 있었다. 순간, 맛있는 냄새가 코 끝을 자극하였다. 아주머니는 김이 모락모락나는 대게를 가지고 우리에게 오고 계셨다.
"이것이 오리지널 영덕 대게인가?"
"그렇다! 색부터가 다르잖아! 등은 주황색! 배는 흰색!"
"오호! 그렇군!"
"일단 맛부터 보자구!"
"눈 마주쳤어! 미안해! 이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잖아!"
나는 대게를 집어들고는 마지막 기념샷을 촬영해주었다. 사진을 찍고 동안, 이미 창환이와 경호는 시식에 돌입하였다. 그들의 스피드를 보자, 나 또한, 더 이상 여유롭게 촬영에만 임할 수 없었다. 근데, 대게를 정말 오랫만에 먹는지라, 순간적으로 먹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쪽쪽 빨아먹으면 되는건가?
"이거 어떻게 먹더라?"
"장난해? 일단 가위로 다리를 잘라! 그리고 다리 마디를 뽑고는 쪽 빨면 되잖아!"
"그럼 저건 모야?"
"남은 속살을 긴 포크로 살살 긁어내렴!"
"후루룩!"
경호는 설명을 하는 와중에도 쉴 새 없이 대게를 공략하고 있었다. 그의 설명에 힘 입어 본격적으로 대게 다리 해체작업에 돌입하였다. 처음에는 하나씩 잘라 먹다가, 답답함을 느낀 나머지, 한 방에 다리를 다 자르고는 쉬지 않고 빨아대기 시작하였다. 곧, 친구들과의 속도를 맞출 수 있었다.
"오오! 내가 이 맛을 볼려고 온 거야!"
"명품 게살!"
다들 신선하고 맛있는 대게를 먹고 있으니, 기분이 업되었다. 한창을 먹고 있는데, 선주님께서 집으로 돌아오셨다. 이미 어디선가 약주를 한 잔 하시고 온 포스였다. 컴퓨터로 인터넷 주문을 확인하시면서 우리와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근데 대게치고는 좀 작은 거 같은데요?"
"니들이 게맛을 알아!"
"모...모릅니다!"
"자고로 속이 꽉 찬 녀석이 최고여!"
"내가 최고임!"
맛있는 대게는 크기에 달려 있지 않다고 말씀하셨다. 살이 얼마나 단단하게 찼는가가 중요하단다. 어부들이 판단하는 방법은 대게의 배 부분을 보는 것이다. 배의 색깔이 짙을수록 살이 차고 단단하다고 보면 된다고 하였다.
하긴, 크기가 무슨 상관인가? 맛있기만 하면 되는데, 눈 앞에 놓여져 있는 대게들은 너무 너무 맛있었다. 열심히 먹으면서 선주님의 게에 대한 전문지식을 들을 수 있었다. 게의 종류, 맛의 특징부터 시작하여 유통구조, 가격, 대게잡이까지 전분야에 걸쳐 생생한 특강이 계속 되었다.
"이제 좀 배가 차는 거 같애!"
"님아 혼자 5마리나 드셨거든요!"
"허허! 이제 본격적으로 몸통을 먹어야지!"
"코오올!
"헐! 이런 아름다운 장면은 정말 오랫만이야!"
"아지메 밥 주소!"
"당장 비벼야 돼! 비벼야 돼!"
"아제들 좀 기다려 봐! 내가 직접 볶아줄게!"
아주머니는 직접 게장에 밥을 볶아주신다며 몸통을 챙겨서 주방으로 가셨다. 우리들은 남은 몸통을 열심히 발라먹고 있었다. 역시, 하나같이 몸통은 속이 꽉 차 있었다. 장을 쪽쪽 빨아먹고는 곳곳에 숨어있는 속살을 발라먹는 재미에 심취하였다.
"진짜 여기까지 온 보람이 있구나!"
"거봐! 오길 잘했지?"
"응! 최고야!"
"옛다!"
짭조름한 게장과 잘 어울려진 볶음밥은 정말 고소하고 맛있었다. 아주머니께서 해주신 볶음밥까지 다 먹고나서야, 우리들은 비로소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시계를 보니, 이제 겨우 도착한 지 30분이 넘었다. 30분동안 정말 치열하게 먹어치운 것이다. 아주머니께서 대게는 하나도 버릴게 없다며 극찬하였다. 다 먹고 난, 게의 껍질은 최고의 퇴비가 되어 준다고 하였다.
오랫만에 만난 벗들과 함께, 바다도 구경하고, 맛있는 대게도 먹으니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다들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나중에 동생 휴가나오면, 부모님 모시고 다시 한번 방문해야겠다!
함께 즐겨요! 대에게에!
추천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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